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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룡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글쓰기 강사·작가
지난 호에서는 새해를 맞아 열심히 글쓰기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먹은 분들에게 효율
적인 시간 활용 전략 몇 가지를 소개했다. ‘매주 토요일은 글쓰기 공부하는 날’, ‘퇴근
하고 매일 1시간 글쓰기’ 같은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직장 생활과 일상의 일과를 글쓰
기 연습 도구로 겹쳐서 활용하는 게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의 삶 자체가 바로 거
대한 글쓰기 교재요, 그 삶의 축소판인 직장은 핵심만 ‘간추린’ 교재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는 설득력을 높이는 표현기술에 관해 정리해 보겠다. 1번부터 6번까지 항목
은 주로 내용과 관련한 부분이며 7번부터 10번까지 항목은 주로 형식과 관련한 부분이
다.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룰 때 글의 설득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1. 한 가지 목적에 충실하라
1569년 독창적인 세계지도를 발표한 헤라르뒤스 메르카토르는 다른 지도제작자들과 마찬가지로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종이 지도제작의 딜레마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다. 3차원 입체를 2차원 평면으로 완벽하게 옮기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메르카토르는 과감한 취사선택으로 이 난점을 극복했다. 그가 채택한 한 가지 목적은 ‘평면 지도에 항로를 직선으로 표시하자’는 것이었으며, 그가 포기한 사실은 북극과 남극으로 갈수록 면적이 끝도 없이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메르카토르가 만든 지도에서 북극과 남극은 아예 표현할 수 없다.
메르카토르가 평면 지도에 표시한 직선 항로는 지구의 실제 지형을 감안하면 최단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당시 항해에 가장 긴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었기에 조금 돌아간다 해도 그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장거리 여행인 경우 몇 번에 나눠 작도하면 여행 거리를 조금 더 단축할 수 있다. 메르카토르가 발표한 지도에 적힌 글귀가 제작 의도를 잘 설명해준다. “항해용으로 적절하게 조정된 지구의 새롭고 좀 더 완전한 표현.” 그러나 각종 통계자료를 제시하면서 그 내용을 세계지도에 점으로 표시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메르카토르 도법을 쓰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인구 50만 이상 도시를 점으로 찍어 보여주는 메르카토르 지도가 있다면 실제 같은 면적과 같은 규모 도시를 보유한 국가라 해도 적도에 가까운 나라는 빽빽하게 표시되겠지만 극에 가까운 나라에는 점이 듬성듬성 찍힐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정적도법(면적을 실제와 비슷하게 표현함)을 써야 한다. 메르카토르는 중요한 목적 하나를 위해 나머지를 과감히 포기했다.
독자를 설득하는 데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먼저 파악했다면 더 중요한 것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삼천포로 빠진다’거나 ‘귀가 얇다’거나 ‘용두사미’라는 말이 있는 건 그런 원칙을 사람들이 쉽게 잊기 때문이다. 최초 목적을 잊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이 이긴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이렇게 말했다. “현상은 복잡하지만 물리학 법칙은 단순하다. 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야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은 900명이 넘는다. 그런데 이 인물의 성격은 모두 독창적이어서 다른 인물로 대체하기 어렵다. 셰익스피어는 각 인물마다 뚜렷한 특징을 하나씩 부여했고, 각 인물은 생명력을 얻었다. 인문학 연구자 마크 헨리는 이러한 셰익스피어 희곡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서술했다.
셰익스피어는 시적 상상이라는 거울을 모든 자연과 역사에 비춘다. 그는 ‘실재한 인생’의 이야기, 즉 역사적 인간의 생애가 신화적 이야기만큼이나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줄거리를 허구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는 점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놀랍고도 뛰어난 점이다.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의 인물들에 가장 깊이 끌린다. 그들은 900여 명이나 되지만 각각 다른 인물로 환원될 수 없는 개인이며, 각자 자신의 삶을 가지고 있다. 맥베스에게 ‘인간적 면모가 가득’하다면, 리처드 3세는 무자비하게 사악하다. 맥베스의 야망이 명예를 중심으로 한 허영의 문제라면 리처드 3세의 야망은 권력지향적이고 자만심에 의해 생긴 것이다. 맥베스가 약한 곳에서 리처드 3세는 강하다. - 「인문학 스터디』, 라티오, 2009, p.46.
2. 친숙한 것을 신선하게, 낯선 것을 친근하게 전달하라
남을 설득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일과 같다. ‘그 뻔한 이야기에 그런 뜻이 있었어?’ 또는 ‘그 골치아픈 개념을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다니!’ 이렇게 반응한다면 당신의 이야기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는 거다.
김마리아 수녀는 어느 시사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적이란 하느님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초자연적이며 신비한 현상이 아니에요. 기적이란 인간의 마음이 조금 움직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현상입니다.” 난 귀를 쫑긋 세우고 수녀님의 말을 경청했다. 김마리아 수녀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예를 들었다. 전동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는데 한 젊은이가 선로에 떨어졌다. 전동차가 급정거를 했으나 젊은이는 전동차와 선로옆 틈에 끼고 말았다. 그러자 어떤 젊은이가 이를 보고 멈춰선 전동차를 힘주어 밀었다. 그 육중한 전동차는 당연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열심히 전동차를 미는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힘을 모아 전동차를 밀기 시작했다. 여전히 전동차는 요지부동이었다.
기적은 이때부터 일어났다. 승강장에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전동차를 밀자 기적처럼 전동차가 들썩였고 선로에 끼어있던 젊은이는 무사히 빠져나왔다. 힘을 모으면 힘이 커진다는 상식, 밀면 밀릴 것이라는 상식,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상식이 모여 기적을 일구어낸 것이다. 김마리아 수녀의 말이 입증되었다. 기적이란 마음이 조금만 움직이면 충분히 일어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현상인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윤리 시간에 중세교회의 ‘교조주의(敎條主義, Dogmatism)’에 관해 배웠는데 선생님 설명이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어보았는데 그 친구는 이렇게 설명해줬다. “곧이곧대로 하는 거 말야.” 단박에 이해했다. 그 친구는 설득하는 기술을 이미 터득한 듯했다. 상식으로 굳어진 개념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라. 어렵다고 모두 등을 돌린 개념을 상대방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 보라. 그러면 당신도 설득의 귀재가 된다.
3. 주변 사례를 활용하라
고래잡이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2년 넘게 포경선을 탔던 작가 허먼 멜빌은 『모비딕』에 이렇게 썼다. “포경선이 나의 예일 대학이자 하버드 대학이다.” 그의 작품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자신이 겪은 일,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주변 이야기를 기술했기 때문이다. 그는 포경선에서 벌어지는 잡다한 이야기에서 인생을 배웠다. 축구선수 이영표는 한 인터뷰에서 “수비수로 살아가는 것도 공격수로 살아가는 것만큼 멋지고 근사한 일”이며 “그라운드 안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말한 적 있다. 당신 이야기를 하라. 당신이 종사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라.
4. 구체적인 사례를 기억하고 발굴하라
작가 나보코프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예술에서는 디테일이 전체를 말한다. 석탄 먼지, 다람쥐 한 마리,모텔 이름 같은 사소해 보이는 사실들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주변 사례를 활용하자는 3번 항목과 유사하다.
전에 만나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상대방과 관련한 자잘한 사실들을 기억하고 다시 대화에 꺼내놓는 사람은상대방의 환심을 사기 쉬울 것이다.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이 개개인의 섬세한 심리를 읽지 않는다면 그저 시간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치밀하고 깊게 읽지 않는 독자는 넓은 통찰력을 갖추기 어렵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서 경치를 감상하는 일과, 열 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감정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수학의 주요 분야인 ‘기하학(geometry)’은 나일 강이 범람한 뒤 토지(geo) 경계를 다시재 보기(metry) 위한 극히 실용적인 목적에서 시작된 학문이다. 구체적인 것, 실용적인 것, 실천 가능한 것을 간과하고서 그 어떤 보편적이며, 이론적인 개념도 나오지 않는다.
5.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용하라
2011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원 글쓰기 교육을 담당하면서 스토리텔링(이야기 형식을 빌려 내용 전달)연습을 한 적 있다. 공단에서 주로 처리하는 일이 사고와 재해인지라 일반 시민을 독자로 설정하고 ‘사고’와 ‘재해’의 개념 차이를 설명해 보기로 했다. 한 직원이 실제 벌어진 사건을 기초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아파트 5층에서 어린이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마침 아래를 지나던 여고생이 용감하게 몸을 던져 떨어지는 아이를 받아냈어요. 그래서 재해는 일어나지 않았지요. 이건 실제 사건입니다. 그러면 이런 경우를 가정해봅시다. 아파트 1층에서 노인이 베란다에서 바닥으로 넘어졌어요. 사고입니다. 그런데 척추가 골절됐어요. 재해가 발생한 겁니다.” 나는 이분에게 최고 점수를 주었다. 실제 이야기를 발굴하고자 노력했고, 이야기 형식을 잘 활용해 사고와 재해의 개념 차이를 명확히 설명했기 때문이다.
6. 원래 맥락으로 파고들어가라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지은 소설 『설국(雪国)』의 예전 한국어 번역본은 대개 이렇게 시작했다. “국경의 긴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그러나 요즘 출간되는 번역본은 이렇게 바뀌었다. “긴 터널을 지나 지방 경계를 넘자 눈의 고장이 펼쳐졌다.” 이 두 번역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경’과 ‘설국’에 들어있는 ‘국(国)’자의 의미가 원래 맥락에 맞게 바뀌었다. 여기에 쓰인 ‘국(国)’은 ‘나라’라는 뜻이 아니라 ‘지역’이나 ‘고장’이라는뜻이기 때문에 글자 그대로 ‘국경’이라고 옮기면 외국으로 간 꼴이 되므로 의미를 왜곡한다. ‘설국’ 역시 ‘눈이 많이 오는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 일본 사람들이 따뜻한 남쪽 지방을 ‘남국(南国, 난코쿠)’라고 칭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대방의 입장, 사태의 원래 맥락으로 들어가고자 노력하면 사건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그만큼 표현의 힘도 세질 것이다.
공자는 ‘남아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남아수독오거서, 男兒須讀五車書)’고 말했다 하여 오늘날 기준으로 신국판(우리가 흔히 읽는 단행본 크기) 서적을 가득 실은 리어커 다섯 대를 떠올리면 안 된다. 종이가 아니라 죽간(대나무를 얇게 쪼갠 조각)에 기록하고 이것을 둘둘 엮은 2500년 전의 책자를 떠올려야 한다. 그러면 텍스트의 분량은 요즘 책으로 30권도 채 안 될 것이다. 공자는 그저 훌륭한 필독서 30권 정도는 읽어야 한다고 말한 거지 산더미처럼 책을 쌓아두고 읽으라 한 게 아니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원제는 ‘North by Northwest’인데 제목을 이렇게 한국어로 잘못 옮긴 사람은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영화를 보면 누구라도 ‘Northwest’가 ‘노스웨스트 항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노스웨스트 항공사의 여객기를 타고 북쪽으로’ 간다. 원래 맥락으로 가 보면 쓸데없는 오해나 곡해를 피할 수 있다.
7. 성급한 일반화를 피하라
‘빨리빨리’에 익숙해서 그런지 한국인이 자주 범하는 논리오류는 ‘성급한 일반화’라고 한다. 충분한 근거를 들지 않고 주장부터 내세우거나 상대방 말을 차근차근 듣지 않고 도중에 말
을 끊어버리는 게 바로 성급한 일반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오류를 습관처럼 저지르기 때문에 이 오류만 조심해도 의사소통에 실패할 확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주장을 줄이고 근거를 충
분히 말하라. 당신이 드는 예와 비유를 듣고 상대방이 당신의의도를 파악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의사소통이 완수된 것이다.
당신이 독자나 청자 입장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 바란다. 그 대신 상대방이 근거 대신 주장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진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필요가 있다. 성급한 일반화를 조심하면 논점이 주제에서 벗어나는 것도 피할 수 있다(성급한 일반화 오류에 관한 다른 사례는 비즈라이팅 6회 참조).
8. 비교할 만한 것을 비교하고 뭉뚱그려 말하지 말자
‘범주 오류’ 또한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다. 서로 비교하면 안 될 것을 비교할 때 이 오류가 생긴다. ‘방콕, 상하이, 베트남에서 한류 열풍이 분다’는 구절에는 범주 오류가 있다. 방콕, 상하이가 도시인 반면 베트남은 국가이므로 ‘방콕, 상하이, 하노이’라고 고치든가 ‘태국, 중국, 베트남’이라고 고쳐야 한다. 어떤 기자가 ‘배추값은 올랐는데 무값은 하락했다’고 쓴 기사에도 범주 오류가 있다. ‘올랐다’는 고유어를 쓰려면 ‘하락’이라는 한자어 대신 ‘내렸다’고 쓰는 게 적절하기 때문이다. ‘복합 질문 오류’도 조심하자. ‘복합 질문 오류’란 각기 나누어서 질문해야 할 사항을 하나로 합쳐서 묻기 때문에 일어나는 잘못이다. 이런 장면을 떠올려 보자. 수사관이 한 소년을 심문하고 있다. “야, 너 ‘예/아니오’로만 대답해. 너 아직도 오토바이 훔치고 다니니?”
소년은 “예”라고 말하거나 “아니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소년은 오토바이를 한 번도 훔친 적이 없는데 수사관이 이렇게 윽박지른다면 수사는 본질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국회 대정부 질문을 한 번 유심히 보라. 국회의원들은 복합질문 오류를 꽤 자주 악용한다.
“장관, 내가 묻는 말에 ‘예/아니오’로만 대답하시오. 아무개 사장이 장관실로 찾아간 적 있지요?”
“의원님, 그건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일로…”
“조용히 하세요. 있어요? 없어요? 그것만 대답하세요.” “있습니다.”“이상입니다. 질의 마칩니다.”
이 세 오류만 철저히 피해도 의사소통에서 흔히 빚어지는 오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9. 적극적 표현을 사용하라
자신의 메시지를 더 강하게 전달하려면 전달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월간 『지콜론』 2012년 1월호에 실린 칼럼에 이런 구절이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지침으로 삼는 책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도스토옙스키의 『우스운 자의 꿈』이 그런 책 중 한 권이다.” 나는이 문장을 보며 좀 불편했다. 나는 인생 지침으로 삼는 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 문장의 설득력을 높이려면 ‘누구에게나’로 뭉뚱그리는 대신 책임질 수 있는 1인칭 시점으로 쓰는 게 좋다. 누구에게나 실제 그러한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우스운 자의 꿈』을 인생 지침으로 삼았다.” 이렇게 쓰면 충분하며 전달력도 더 강하다.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 모두 자신이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서점 한 쪽에 즐비한 자기계발 서적들 중 상당수는 별 내용도 없는 종이뭉치일 뿐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주로 책임질 수 있는 자신이나 주변 사례를 보여주기보다 ‘~하라’는 추상적 메시지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려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성공사례를 타인에게 전달할 때도 ‘이렇게 살아라’라고 쓰지 말고 ‘나는 이렇게 산다’고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면 독자는 알아서 판단하고 알아서 감동한다. 독자를 믿자.
10. 한국어답게 표현하라
『보그』 같은 패션잡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볼드한 목걸이와 골드 체인이 여러겹으로 레이어드된 액세서리들, 트랜디한 귀걸이, 록시크를 대변하는 헤어밴드, 눈 아래의 속눈썹을 길게 강조한 메이크업과 펑키한 헤어스타일은 화려한 치티룩의 매력을 강조했다. 루즈한 슬리브리스탑에 여러겹 목걸이를 레이어드한 모습에서 가장 그녀다운 룩이 완성됐다. 부드러운 레이온 소재로 깊게 파진 네크라인이 여성스럽다. 레이스 레깅스나 스타일리시한 디스트로이드 데님팬츠를 매치하고 시크한 가디건을 걸쳐준다. 체인들로 드레이프 진 포에버21의 목걸이와 블링블링한 게스 시계로 포인트를 주면 자칫 심플할 수 있는 코디가 시크하게 변신한다.” 이른바 ‘보그체’라는 별명이 붙은 이런 문장은 한글로 표기돼 있을 뿐 한국어 문장이 아니다.
한국인끼리 의사소통할 때는 한국어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외래어나 한자어보다는 고유어를 쓰는 편이 설득력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다. ‘패러독스하게’보다는 ‘역설적으로’가 낫고, ‘아이러니하게도’보다 ‘얄궂게도’라고 쓰는 편이 더 낫다. 고유어는 우리 민족이 수년 천 넘게 써온 것이므로 전달력도 훨씬 뛰어나다는 점을 잊지 말자.
다음은 미국 연방정부와 중앙정보국(CIA)에서 채택한 보고서 작성 10원칙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설득력높이기 방법과 비교하며 살펴보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1) 결론을 먼저 서술하라 (Put big picture, Conclusion First)
2) 정보를 조직화하라 (Organize Information)
3) 보고서의 형태를 이해하라 (Understand Format)
4) 적합한 언어를 사용하라 (Use Precise Language)
5) 단어를 경제적으로 사용하라 (Economic on Words)
6) 생각한 바를 분명하게 표현하라 (Achieve Clarity of Thought)
7) 능동태로 표현하라 (Use Active Voice, not Passive Voice)
8) 자기가 작성한 문서를 스스로 고쳐라 (Self-edit Your Writing)
9)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라 (Know your reader’s Needs)
10) 동료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이끌어내라 (Draw on the Expertise and Experience of your colleagues)
다음 호에는 서평을 비롯해 리뷰 쓰는 방법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금융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