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서구 문화에 개방되고 난 뒤 서양문화와 일본문화가 혼합을 하면서 일본은 근대화로 넘어간다. 여기서 일본은 대륙으로의 진출을 꾀하게 되고 일본의 역사에서 가장 일본적인 미술을 잃게 된다. 특히 서양문명이 들어오기 전에 일본의 회화는 자연을 주제로 한 모티브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지만, 서양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일본은 대륙 진출이라는 거대한 꿈을 꾸게 된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일본이 ‘태평양전쟁’이라는 ‘야만적인 강국’의 길을 걸으면서 일본내에서의 예술 세계는 관심 밖으로 사라지게 된다.
일본 특유의 시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자포니슴’이 일본의 예술세계에서 사라지게 된 것은 한마디로 그 역할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본에서의 순수 미술을 지향한 ‘자포니슴’의 시대적 변화를 가져온 것은 일본의 동아시아 정책과 강한 일본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만약 일본이 대륙의 진출에 무관심했다면 일본 미술의 가치는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자포니슴과 자연주의
자포니슴은 일본 미술에서 얻은 힌트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형미술에 응용하여 새로운 시각적인 표현 양식을 만들어낸 것을 말한다.
자포니슴에 대한 프랑스의 주드비에브 라캉브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절충 주의적 차원에서 일본적인 모티브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시대나 다른 나라의 장식적 모티브를 배척하지 않고 집어넣는 것이다.
(2) 일본의 이국 취미적이고 자연주의적 모티브를 즐겨 사용하는 것이다. 자연주의적 모티브는 특히 빠르게 소화되었다.
(3) 일본의 세련된 기법의 모방
(4) 일본미술에서 사용된 원리와 방법의 분석과 그 응용
이와 같은 분류에서 ‘자포니슴’에 해당하는 개념은 (1~2)의 개념에 해당된다고 한다.
사회 본연의 자세와 결합되는 새로운 발상을 가지고 있었던 자포니슴은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유럽의 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 당시 유럽의 미술 세계는 기독교적인 사상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다분히 있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 방문한 외교관들의 적극적인 작품 구입과 발표가 유럽사회에 영향을 주면서 일본 미술의 한 부류가 유럽사회에서 뿌리내리고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 회화의 특징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시대배경에 의해 회화는 태어난다.
일본의 회화는 江戶시대까지는 주로 중국에서 배웠다. 배우지 안았던 시기에는, 일본의 오리지날한 회화가 생성될 수 있었다. 그래서 고전시기에는 중국이 「唐繪」, 일본은 「야마토에」로 구별된다. 그리고 그 때에는 시대의 요청으로 중국의 새로운 양식을 받아들였다. 고대의 색채, 중세의 수묵처럼. 한때 일본 회화의 주류가 색채를 버린 모노크롬이었던 적도 있다. 그에 반동처럼 화려한 모모야마 회화(桃山繪畵). 그러한 것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하는 배경 속에서 나타났기에 표현했던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회화를 역사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2) 대상 주체의 서양화와 화가 주체의 동양화
일본의 회화에는 그림자가 없다. 언어에도 「해 그림자」나 「달 그림자」는 빛 그 자체를 가리킨다. 사물의 그림자는 어두운 곳으로, 사람의 그림자는 사람의 모습을 가리킨다.
당연한 것으로 그림자는 자각하고 있던 것이겠지만, 그것은 그림에는 하지 않았다. 이것은 답습하고 있던 중국회화도 그랬겠지만, 사실적인 서양화처럼, 대상을 주위의 환경과 함께 충실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가가 대상만을 환경으로부터 잘라내어 그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림자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서양화를 오브제(對象)주체로 한다면, 동양화는 화가주체의 회화라 말할 수 있으리라.
(3) 고전의 카피(모방)와 콜라쥬(잘라 붙여 합성하는 것)
일본의 회화는 이지적인 측면이 강하고, 과거의 우수했던 작품의 괜찮은 부분을 모방하거나, 뜯어내고, 합성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낸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장식성을 발휘하는 것도 때때로 있어서, 이것이 모던한 디자인 감각의 화면(畵面)을 만들어 낸다. 그러한 인용은 유기적인 그림의 세계로부터 오브제를 잘라내어, 무기적인 화면 구성가운데서 살아나는 것이 된다. 이와 같은 수법이 일본 회화의 평면성을 보다더 조장해서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양식인 림파(琳波)나 우키요에(浮世繪)의 성장에 관계되었다.
(4) 합리적인 서양화가와 상상적인 일본화가
하늘을 나는 동양의 천사는 날개가 없다. 용들도 날개가 없다. 이에 대해서 서양의 큐피트나 드래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날개를 가지고 있다. 날개를 있는 문화는 아시아에 기원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차츰 그 원형을 상실했다. 불교의 기적적인 힘을 믿는다면, 날개 등이 없더라도 하늘을 나는 이미지네이션은 성장하는 것이다. 즉, 중력을 무시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끔 되어서, 곳간이나 쌀섬이 하늘을 나는 「시기산엔기에마끼 信貴山緣起繪卷」나, 훨씬 수백 미터 아랫쪽을 내려다보는 「가스카노미야만다라 春日宮曼茶羅」등이 생겨나게 되었다. 일본의 화가들의 우수한 이미지네이션을 느껴볼 수 있다.
일본의 회화가 서구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활용되고 있는가!
재패니즘(일본취미)이 서구근대회화에의 영향을 준 시대는 19~20세기로의 커다란 시대의 변혁기에 있어서, 모든 표현을 모방하고 있던 서구의 화가들에게,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는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특히 그 공간표현이나 평면적 색채는, 그들로서는 미지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호나 로트랙, 세잔으나 모네도, 우키요에 浮世繪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의 회화에 영향을 받으면서, 새로운 근대회화의 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그것을 배워서 발전시켜나간 것이 일본의 양화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예술의 국제성과 영향관계의 재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회화가 사실적이지 않다고 해서, 결코 프리미티브한 것은 아니다. 모방적이라고 해서, 더욱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것이 아니고, 독창적인 우수한 회화가 생겨나고 있다. 그것은 이지적이기도 하고, 서경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서정적이기도 하다. 시간의 경과를 하나의 화면 속에 나타내기도 하고, 공간이 변화하기도 하고, 표현은 섬세하면서, 대담한 면도 있다.
일본 회화는 일본인들이 예로부터 대륙의 미술을 섭취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독자적인 기법으로 발전시킨 예술로써 동양 미술권 내에서 일본화(日本畵)라는 이름으로 특징지어진다. 기법과 미학적으로 일본 미술은 수세기에 걸쳐 중국의 영향을 받아왔으며 이들 중 일부는 한국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구의 기법과 예술적 가치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문화와 동화된 사고와 기법에서도 일본인의 독자적인 취향이 고유한 방법으로 표현되어 왔다.
유럽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무시했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그다지 분석되지는 않았지만, 이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한마디로 말해 자포니슴은 유럽인들의 눈에 들어, 그들이 즐겨 사들인 것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며, 그것은 일본인이 가치를 둔 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었다. 자포니슴이 자연주의와 연관을 가질 수 있는 이유도 일본 미술이 자연을 주제로 한 모티브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주의에 빠진 작가 중에서 ‘나가사키완’의 인물이 그린 작품은 매우 자연적인 작품들이다. 그가 일본의 사실적인 부분을 묘사하는 작품을 유럽인들이 보고 아름다운 풍경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유럽인들이 오랬동안 기독교 사상에 빠져 자연을 돌아보지 못한 것을 일깨워준 것으로 봐야 한다.
또한 동물의 세계에서 일본을 연상시키게 한 작품들 역시도 강한 일본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고호가 일본의 자포니슴에서 얻고자 했던 것도 자연주의에 더 깊이 빠져들고자 한 철학이 아닐까?
마무리
일본 화가들이 그들 작품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착상을 생생하게 시각화하는 기교로 가득 찬 수법, 어떤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비밀로 되어있지만 대중들에게 또는 예술가들에게 시각적으로 던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몇 안 되는 선과 점, 빛의 반점, 그림자 혹은 색채로 이루어진 것을 보면 화폭에 불필요한 것을 전혀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래서 모든 자포니슴을 표방하는 작품은 간결하고 깨끗한 통일감을 주고 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밀착하는 듯 확신에 찬 붓의 움직임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일본의 자연주의 표현은 유럽인들에게 유럽의 자연관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하였고, 모티브의 사용이나 소재에 대한 친밀성, 우연성 등을 포함한 과정을 즐기게 하고, 선의 율동에 대해 기뻐하게 하고, 소재의 아름다움 등과 같은 새로운 가치관을 발견시키게 하였다.
유럽 사회가 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적 휴머니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때에 근대로 넘어오면서 일본의 자연주의적 미술 작품이 유럽인들의 가치관에 큰 충격을 주면서 한 시대의 미술사를 연 것에 대해 일본인들의 자부심 또한 매우 클 것이다.
우리도 우리 문화만의 독특한 세계를 발전시키는 새로운 가치 창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유럽의 문화가 기독교적 휴머니즘을 지향하고. 일본의 자포니슴이 강한 일본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면 한국의 순수 미술은 과연 무엇인가?
자포니슴과 자연주의는 인간의 영혼을 맑게 해준다. 자연은 이처럼 인간의 삶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