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은 이성교제를 해도 된다.
작년까지 슬로우리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책을 읽으며 긴 호흡으로 1년 동안 수업을 했다. 2019학년도를 준비하면서 동학년 선생님들과 고민 끝에 책을 바꾸기로 했다. 싱아책을 읽으며 함께 긴 호흡으로 작품을 살피는 장점도 있었고, 나는 한 해 밖에 해보지 않아서 좀 더 흐름 잡으면 한 해 더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허나 수업 중에 국어과 자체를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싱아 수업을 할 때 어휘가 어려워 국어과 자체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며 올해는 좀 더 학생들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보기로 했다. 여러 책 중에 고른 책이 진형민 작가의 ‘꼴뚜기’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의 일상생활 이야기가 나온다. 장별로 주제가 있는 이야기 흐름이라(1장은 따돌림, 2장은 부모님의 자녀 휴대폰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3장은 이성교제) 함께 돌아가며 읽고 주제 관련 토의 토론을 했다.
2019년 6월 3일 5,6교시
<3장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길이찬이 급작스럽게 주채린이란 여자 친구를 사귀면서 기념일을 챙기고, 선물을 하며 그 과정에서 비용 때문에 고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래 친구들 이성교제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학생들이 더 흥미를 갖고 읽는다. 한 시간 돌아가며 읽고 나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에 대한 느낌 나누기를 했다.
이성교제를 한다는 것만으로 부럽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건 좀 그러니까 네가 먼저 사귀자로 말하라고 자꾸자꾸 보채었다.’, ‘주채린 앞에서 돈을 척 내미는 일 같은 게 좀 멋있게 느껴졌다. 그럴 때면 자기가 마치 사범님처럼 크고 듬직한 남자가 된 것 같았다.’라는 부분에 대해 고백을 누가 하는지와 데이트 비용 문제 부분은 말도 안 되는 거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물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난 후 3장 전체를 읽고 든 생각을 나누는데 자연스럽게 ‘이성교제’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는 “저희 엄마, 아빠는 25살부터 이성교제 하라고 하세요. 전 중학교 때부터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이가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언제든지 상관없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면 우리는 공부해야 할 나이인데 공부에 방해가 될 거 같다고 oo가 말하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ㅁㅁ이가 반론을 제시한다. “모두 아시겠지만 제가 3학년 때 연애를 했잖아요? 여자 친구가 생기니까 서로 공부 관련 이야기도 하고 서로 잘 보이려고 공부에 집중이 더 잘 돼요.”라며 자기는 이 책의 주인공들이 솔로인 지금 상태에서는 너무너무 부럽단다. 그 이야길 듣던 $$이는 자기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솔로로 살기로 한 자기 결정이 정말 잘 한 거 같단다. 농담으로 아이들에게 $$이의 이 다짐을 잘 기억해 놓으라고 했다. 2019년 6월 3일 6교시 솔로로 살기로 맹세했으니 지키는지. 그러자 뒷 쪽에서 “게이가 될 수도 있잖아요.”라는 말이 나왔다. 안 그래도 이 논제 준비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거 같아서 동학년 선생님들과 이에 대한 언급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었다. 고학년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게이, 레즈비언이라는 용어를 혐오표현으로 쓰고 있었던지라 그에 대한 부분은 좀 짚어줬다. 성적지향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것 자체를 범죄인 것처럼 보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조심해야 할 일이라 말하며. 우선 우리는 일반적인 상황의 이성교제로 한정해서 이야기 나누자고 이야길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초등학생의 이성교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29명 중에서 12명은 찬성, 10명은 반대, 나머지 친구들은 아직 모르겠단다. 다음 시간에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눈 후 수요일에 토론을 하겠다고 했다. 의견이 비등비등해서 토론이 더 재미있을 거 같다.
2019년 6월 4일
‘초등학생은 이성교제를 해도 된다.’를 칠판에 쓰고 논제 분석을 시작했다. 초등학생 전체를 놓고 토론을 하자는 학생들도 있지만 다수가 책 내용도 5학년 이야기였고, 우리가 5학년이니 고학년에 집중해서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고학년은 이성교제를 해도 된다로 논제를 고쳐서 썼다.
너희가 생각하는 이성교제가 뭐냐고 묻는데 답하는 내용들이 참 귀엽다.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남녀가 엄청나게 친한 관계,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더 아껴주는 것. ‘엄청나게 친한’이란 부분에서 아이들이 ‘남사친’, ‘여사친’ 이야기를 한다. 엄청나게 친하지만 이성교제가 되려면 뭐가 필요할지 물었다. 다수의 아이들이 ‘돈’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나는 사랑을 생각하고 있었던 지가. 각자 공책에 이성교제를 해서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에 대해 써 보라고 했다. 이 주제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학생들은 다소 막막해 했다. 특히 남학생들이.^^
전체가 같이 각자가 생각했던 내용들을 나눴다. 그리고 난 후 우선 공책에 각자 근거로 가져갈 부분을 써 놓으라고 했다. 내일 학부모 공개수업 때 짝 토론 두 판을 하기로 했다. 찬반을 모두 경험하게 짝 토론을 한 후 이성교제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생각도 들어볼 예정이다. 전에 잔소리에 대해 학부모 공개수업 했을 때 생각이 나서 내일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어떤 근거 부분에서 서로 좀 더 깊이 생각을 나눌지 기대가 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공개수업을 하고 난 후에....^^
첫댓글 이어질 이야기 기대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