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가는 화엄경] <2> 법보리 도량에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맞는 말일까
훌륭한 수행과 공덕 실천하면
누구나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인연의 길, 보여준 첫 설법지’
세주묘엄품 등 6품 설해 ‘서론’
부처님이 깨달음을 성취하고 난 직후의 세계의 변화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연의 길을 보여주는 곳이 첫 설법의 자리 ‘법보리 도량’이다. 이곳에서 ‘세주묘엄품’, ‘여래현상품’, ‘보현삼매품’, ‘세계성취품’, ‘화장세계품’, ‘비로자나품’의 6품이 설해지니 <화엄경>의 서론인 것이다.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다(一切衆生悉有佛性).” 사실 이 말 한 마디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온갖 다양한 차별로 인해 인류의 역사가 오염되어져 왔다. 이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있지만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은 2600년 전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명확한 답을 주셨다. 바로 그 차별 없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이 <화엄경>을 통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싯다르타가 태어났던 인도를 보면 신들의 제사장인 최고 계급인 브라만, 왕족인 크샤트리아, 평민인 바이샤, 천민인 수드라가 있었다. 부처님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이 사성계급의 차별성에 대해 부정하며 만민은 평등하다고 한 것이다. 인간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란 것이 없으며 다만 그가 하고 있는 행위에 따라 그의 출신이 고귀하거나 천해진다는 것이다.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직 우리사회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인데 차별 없는 세상, 평등한 세상에 관한 내용이 바로 법보리 도량에서 설법하신 6품에서 만날 수 있다.
세주묘엄품은 신들의 찬탄이다. 보현보살과 범천을 비롯한 39팀의 하늘 신들이 깨달으신 부처님을 바라보다 부처님의 에너지를 받고 저절로 자신들의 전공분야에서 깨달음을 성취한다는 내용이다. 하늘의 신들이 부처님의 세상을 눈으로 보고 난 뒤에 느껴지는 감동과 의미를 아름다운 찬탄의 시로 노래하며 장엄한 것이다. 여래현상품은 부처님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시는 감격스런 장면 속에서 신들은 그동안 풀지 못했던 각자의 고민거리와 서로 통하는 관점으로 부처님의 모습 속에서 궁금한 것들을 하나씩 질문하는 내용을 신들의 40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에 관한 내용이다.
보현삼매품은 보현보살이 부처님의 가피력과 비로자나부처님의 본원력과 자신의 행원력으로 드디어 부처님의 광명, 즉 삼매 속으로 들어가 설법한 자격을 갖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성취품은 세계는 부처님과 보살들과 중생들과 일체 생명이 의지하고 살아가는 환경이다. 이 세계는 무엇을 의지하며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부처님 세계의 이름과 함께 모든 것을 낱낱이 드러내어 알게 하는 내용이다. 부처님의 안목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화장세계품은 보현보살이 부처님의 나라, 화엄의 정토인 연화장세계바다를 항해하듯이 우주 법계와 상봉하게 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깨달은 이의 안목이 얼마나 확장되는지 경험하게 된다. 비로자나품은 대위광태자라는 한 인간이 비로자나불이 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도 어떻게 하면 성불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 담겨져 있다.
<화엄경>은 부처님이 직접 설하신 경전이 아니다. 당시 부처님은 삼매에 들었다. 그 곁에서 범천과 함께한 제석의 390명의 신들과, 보현과 함께 한 20명의 보살들이 부처님의 힘과 위대한 능력에 힘입어 각자의 능력에 따라 부처님 삼매 속으로 들어간다. 이들 410명은 부처님의 힘으로 각자 좋아하는 바를 따라 안목이 달라지며 깨침을 성취하게 된다. 이들은 동시에 부처님께 하나의 질문을 하게 되니 그 40개의 질문에 대한 답이 화엄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그 중에 뛰어난 보살들이 부처님의 세상을 보면서 달라진 삶을 부처님의 삼매라는 전원장치 속에 콘센트를 꼽고 전기를 쓰듯이 부처님의 깨달은 세상에 대해 설법한 것이다.
안목이 달라진다는 것은 가치관이 바뀐다는 것으로 자신이 믿고 살아온 세상이 확 달라지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누구나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세간의 속설은 불교의 가르침과는 반대되는 말이다. 우리는 변할 수 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인생은 무상하니까 항상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해행증(信解行證)을 한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법보리 도량의 가르침은 바로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는 믿음, 부처님과 같은 훌륭한 수행과 공덕을 실천하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신문336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