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14좌 완등자 3인 부산 회동
"생김새와 문화가 다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지만 산이라는 하나의 생각을 갖고 만나는 만큼 형제애와 같은 친밀감을 느낍니다"
한국의 엄홍길 대장과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마르티니, 폴란드의 크리스토퍼 비엘리스키씨 등 히말라야 8천m 고봉 14좌를 정복한 '철의 산 사나이들'이 29일 오후 부산을 찾아 한 식당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첫 화제는 역시 산에 대한 얘기로 29일 함께 오른 도봉산에 대한 얘기로 아름다운 경치와 수많은 등산객들, 산사(山寺) 등이 인상 깊었다고 비엘리스키씨가 소감을 말했다.
엄 대장은 지난해 스페인의 한 완등자 초청으로 스페인을 갔을 당시 스페인 사람으로부터 박영석, 한왕용씨 등 완등자를 3명이나 배출한 한국에서 완등자 초청행사를 가질 생각이 없느냐는 말에 흔쾌히 내년에 한국으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이날 행사를 마련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당시 초청해 줄 것을 요구했던 스페인의 완등자는 그 이후 등반길에 동상을 입어 발가락을 절단하는 등 수술을 받고 현재 병원에 입원중이라 오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엄 대장을 포함한 이들은 왜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에 "산에 대한 열정과 도전의식 때문"이라며 "수차례 이상 히말라야 등반과정에서도 만나고 다른 행사에서도 만나 서로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8천m를 넘는 고봉을 등반하면서 수십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긴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 다른사람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서로간의 끈끈한 무엇이 있어 형제애를느낀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찾은 이들은 한국의 문화와 음식에 많은 관심을 보여 식사로 나온 회를 두고도 서툰 젓가락질을 해가며 호기심을 보였다.
비엘리스키씨는 "이전에 일본에 갔을 때 회를 처음 접했는데 당시 주방장이 직접 눈앞에서 생선을 잡는 모습을 보고는 더이상 회를 먹지 못하고 있다"고 회를 싼주먹만한 상추쌈을 먹는 엄 대장을 보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엄 대장은 "각자의 나라에서 산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로 대접받지만 나름대로 어렵고 인상에 남는 산은 다 따로 있다"며 안나푸르나봉을 꼽으면서 "5번의 실패 끝에 성공해 힘들었던 점도 있지만 5번의 등정과정에서 많은 동료를 잃었고 마지막 도전에서는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많이 다친 동료와 함께 재도전한 끝에 성공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비엘리스키씨는 "폴란드에서는 14좌 완등자에 대해 한국처럼 주목하지 않는다"며 "한국에 와서 엄 대장 기념관이 꾸며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조만간 K2봉을 재등정할 예정인 비엘리스키씨는 "현재 폴란드에서 후원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체에서 체계적으로 등반을 지원하는 한국의 풍토가 부럽다"고 덧붙였다.
엄 대장도 "내년 봄께 후원업체인 트렉스타의 도움을 받아 티베트쪽에서 에베레스트산을 다시 오를 예정"이라며 "내년 등정은 에베레스트 현지에 두고 온 후배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들 완등자 3명은 식사에 이어 초청 기업인 등산화 제조업체인 부산의 트렉스타 디지털슈 사업본부와 녹산 물류센터를 방문한 뒤 30일 전남 영암 월출산에서 열리는 아시아 산악연맹 창립 10주년 행사에 참석한다.
또 당초 함께 부산을 찾기로 했던 스위스의 에라드 로레땅씨는 30일 도착해 월출산 행사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