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소셜방송
세상에나 일본 1번국도를 걷고,
전국 7개 국도와 한강,남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을 걸었으며
서울 25개구 구석구석 골목과 심지어 지하철 다니는 길을
두발로 걷는 사람들이 있다니.
일시 : 12월 19일(목) 오전 11시 정각부터 생방송
출연자 : 야간비행 김기홍(걷기여행 사상가, 9년 차)
예술배달부 이근삼(사회)
걷고 정윤희(심리상담사)
달계 김준섭(시인 백석연구가)
* 걷기동호회 '지도와 나침반' 사람들
형식 : 야간비행 강의 중심 질의, 응답
사진 중심 강의 진행
그걸 보며 이야기에 개입
달계, 걷고, 예배는 청강생 같으면서 사실은 결정적 보조 진행자
장소 : 위키트리 스튜디오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 11-3 두비빌딩 2층 (주)소셜뉴스
방송 시간 : 40분
방송 중 보여줄수있는 사진 또는 동영상 파일 : 준비 중
준비물 : 화이트 보드, 보여줄 사진 100컷 있음, 동영상 2개 상영
프리젠테이션 도구 * 단추누르면 사진한컷
매주 금요일 밤이면 11시 전후로 어김없이 모인다.
이들은 중앙선이나 경춘선을 타고 나가 무리 지어 한강이나 북한강, 남한강 줄기를 걷는다.
예를 들어 운길산역 출구 앞에서 모여 걸으면 다음 날 아침 광나루역에 도착해 끝나는 식이다.
잠바와 약간의 간식 그리고 있는 사람에 한해서 손전등이면 된다.
밤의 순례자들은 검은 하늘 별과 달을 이고 하염없이 걷는다.
안전은 각자 몫이라고 알리고 써놓았지만 당연히 우리는 우리가 지킨다.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도 잠잘 시간이다.
이 때는 잔물결도 지푸라기도 바람도 외진 풀섶도 집채 같은 나무도 발길에 부딪히는 잔돌도
아스팔트도 기둥도 푯말도 모두 다 지나가는 것들이다.
걷는 동안엔 시속 1,666km 지구 자전속도를 까마득히 느낄 법도 하다. 초음속 제트기 속도라는데 걸음을 떼기 시작하면 극지방 자전속도와 같이 영에서 땅 출발한다.
해질녘 걷기 시작해 밤을 새어 다시 해뜰녘을 마주한다면 그 누군들 눈물겹지 않으랴. 그리고는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진실을 알게 된다. 어둠은 반드시 걷힌다. 순식간에 너무나 환한 아침이다. 어느새 깨어난 새들이 짹짹짹 노래를 한다.
밤이면 나는 들판에 우등불을 지피고,
불을 만져본다
물을 만져본다
천들을 만져본다,
은전을 만져본다,
그대는 하늘의 별빛 아래 빨갛게 타는
우등불 같구나, 사랑하는 사람아 ―
나는 너를 만져본다.
나는 사람들과 같이 있어,
사람들을 사랑한다
행동을 사랑한다
사상을 사랑한다
나의 투쟁을 사랑한다,
그대는 나의 투쟁 속에 있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아,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 나짐 히크메트, <옥중서한 : 제 17신>에서, 백석 역
토요일 밤에도 가끔 번개모임을 올린다.
가령 양수역 1번 출구 앞 밤 11시. 걷는 길은 양수역에서 구리역까지. 물론 참가자들의 의견에 따라 장소나 거리는 바뀌기도 한다.
잠바와 간식 아주 조금. 그리고 물. 있는 사람에 한해 손전등.
밤새 걷는 자들은 조용하고 외롭고 쓸쓸하다.
동행하는 이들과 나누는 대화도 한없이 더 깊어지지만 한편 어떤 국면을 지나면
제각각 자기 자신과 멀고 긴 대화를 시작한다.
걷고가 있다. 멈춰 서는 법 없이 걷고 또 걷고 주로 금요일 밤 무박도보 공지를 올리는 아씨다.
압구정역 6번 출구에서 저녁 7시 반에 만나 걷는 목요도보를 올리는 깃발이기도 하다.
깃발이 뭐냐고? 깃발이 깃발이지 뭐야. 압구정역에서 출발해 서래섬을 들어가 돌아 나와
반포대교 밑 잠수교를 건너고 옥수역까지 아주 빠른 걸음으로 돌진한다.
이 때 준비물은 물.
야간비행이 있다.
1번 국도를 이미 걸어냈다.
신의주에서 목포까지를 다 걸었다는 말이 아니다.
문산에서 목포까지만 걸었다는 말이다.
이 사내는 1번 국도만 걸어낸 자가 아니다.
남한 국토 1, 3, 5, 7번 세로길. 2, 4, 6번 가로길을 지금 70%까지 걷고 있다.
철원서 진주까지. 철원서 마산까지.
고성서 부산 자갈치 시장역까지 걷고 있으며 목포서 부산까지 장항에서 경주까지
월미도에서 주문진까지 걷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일본의 1번 국도를 걸었다. 일본 사람들보다 일본 땅을 더 걸어낸 자.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 걷고 있는 자. 조선을 걸어낸 조상 뵐 면목이 있는 직계 자손이다.
사내는 말한다. 걷는 이야기 아니면 아예 말 걸지 마라고.
나는 그에게 한 소리를 듣는다.
걷기를 신앙처럼 떠받들지 않으려면 어디 가서 걷는다는 말을 절대 하지 마라고.
격주로 금요일 밤 모여 남한강을 통과해 낙동강 길을 내려가는 이들도 있다.
이제 곧 마지막 차례인 삼랑진에서 을숙도까지 50킬로가 남았다.
10월 4일 저녁 7시 기차를 타고 삼랑진서 밤 12시 출발하니 생각 있는 분은 동행을 감행해 보자.
남부터미널서 겨우 9천2백원 하는 태안행 고속버스 티켓을 끊어
지난 뜨거운 여름 밤 태안 해변길을 오래 오래 걸었다.
그것은 걷고 나니 그 길은 태안(泰安) 해변길이 아니라 불안(不安) 산길이었다.
만리포에서 파도리 9km 파도길, 몽산포서 드르니항 13km 솔모랫길.
백사장항서 꽃지까지 12km 노을길.
한마디로 그것은 지중지중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다.
여기저기 채이고 밟히는 것이다. 직선이 아니고 곡선도 아니다.
걸어보면 알겠지만 굽이치다 파하하고 터져나는 것이다.
가릴 데만 가린 해변 아가씨다.
병든 도시인 불쌍한 몸통과 팔 다리를 휘휘 저어 보는 것이다.
어딜 가나 바다는
우릴 따라오고 있었다.
들을 거닐 때에도
산을 오를 때에도
바다는 끝내 따라오고 있었다.
하늬바람이랑 데불고
따라오는가 했더니
휘파람새 소리도 데불고
따라오고 있었다.
밀감꽃 향내 물씬 나는
언덕을 거닐다 돌아봐도
바다는 허둥지둥 따라오고 있었다.
뭍과 멀리 떨어져 살기에
이토록 우릴 따라오는 바달
돌아갈 땐 꼬옥 데불고 갑시다.
― 신석정, <제주도 바다>, 1973. 8
바다는 늘 포구를 에워싸고 산들을 여기저기 모았다.
모래에서 자란 소나무 캄캄한 산길 터널을 고래 목구멍
속 꾸역꾸역 내려가는 듯 조심조심 걷는다. 저 먼 바다는 가린 듯 숨은 듯 따라오는 것이다.
아! 아니다. 미리 가 기다리는 것이다. 멀리 잡아먹힐 듯하다가도
금세 발밑에 납작 엎드린 강아지가 살랑살랑 꼬리치는 것이다.
평생 가장 잘 자 본 잠이다.
울창한 바다가 보이는 좁은 전망대 나무바닥 남녀혼숙이다.
시멘트 길바닥 고개마루서 퍼지른 개들보다 나은 노숙이다.
그리고 또 이것들은 무엇이던가.
아! 옛날이 가지 않는 파도소리가 바다를 빼앗긴 사람들의 슬픔을 자장노래로 위로하는 것이다.
아아 밤이 밤인 줄 모르고 지내는 조선인들의 산(山)의 크낙한 바람을 바흐의 조곡이 살랑이며 애무하는 것이다.
한 방울의 물이
샘이 되고
샘이 흘러
시내를 이루고
시냇물이 합쳐
바다를 이루나니
오― 한 방울 물의
신비(神秘)한 조화(調和)여
무한(無限)한 매력(魅力)
단합(團合)의 위력(威力)이여
우주(宇宙) 영원(永遠)한 흐름이
크낙한 너 발자취로 하여
더욱 난만(爛漫)한 진리(眞理)의 꽃은
피는 것인가.
― 오상순, <단합의 결실>에서
가장 좋은 바다는 그 누구도 아직 건너지 않았네.
가장 좋은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네.
우리들의 가장 좋은 날들은 아직 오지 않았네;
그리고 그대에게 하고픈 가장 좋은 말은
내 아직 입밖으로 내지 않았네.
― 나짐 히크메트,
<옥중에서 밤 9시부터 10시에 쓴 시 : '1945년 9월 24일'>, 김달진 역
지금도 나와 내 친구들은 저마다 새벽별을 보고 있다.
검은 산 위 초생달 위 새벽 별. 그 별들이 이제 보니 하나 둘이 아니다.
여기도 저기도 와 쏟아질 듯. 왜 새벽별 새벽별 하는지 이제 알겠다.
차진 바람이 쓰다듬는다.
첫댓글 웬 글을 이렇게 잘 써요
알 만한 작가들 보다 훨씬 마음에 와 닿는군요
걷기 경험을 해서 그런가요?
목요 강의 갑자기 매력이...
끌리는군요
걸어서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