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사망 위험 높이는 이유
인간이 건강을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기술이 질병을 통제하는 시대입니다. 세상엔 수만 가지 치료법과 신약이 떠돕니다. 하지만 믿을 만한 정보는 한정적입니다.
플라스틱은 크든 작든 썩지 않는다. 나무는 태우면 연기로 사라지지만, 플라스틱은 태우면 발암물질을 내뿜는다. 금속은 그대로 두면 녹슬지만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질 뿐이다. 그렇게 쪼개진 작은 플라스틱 조각, 미세플라스틱이 현재 세상을 뒤덮고 있다.
지금까지 미세플라스틱이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는 강력한 증거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이탈리아의 한 의료기관이 미세플라스틱과 심장병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동맥 수술을 받은 환자의 혈관 내 지방덩어리에서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고, 이게 질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5㎜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그중에서도 나노플라스틱은 1㎛보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이다. 이런 플라스틱은 세포보다 작은 크기로 혈액으로 침투한다. 심지어 뇌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잡아먹지도, 죽이지도 못한다
싫다고 해도 우리는 플라스틱을 먹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음식엔 미세플라스틱이 섞여 있습니다.
혹시 전자레인지에 데워 드시면 수백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생기죠.
PET병에 든 음료수나 생수에도, 비닐이나 랩으로 포장된 채소나 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닐도 플라스틱이니까요.
미세플라스틱, 사망 위험 높이는 이유
그리고 우리 몸에 들어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그 연관성이 지난 3월 드러났습니다.
유명 의학저널 NEJM에 실린 호주 모나시대의 연구 결과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게 처음으로 드러났습니다.
연구진은 경동맥 내막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을 조사했습니다.
목을 지나 뇌로 흐르는 경동맥 속 지방 덩어리를 빼내는 수술이죠.
이 지방 덩어리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환자들은 심장마비에 걸리거나 뇌졸중에 걸리거나, 혹은 모든 종류의 사망이 발생할 위험이 4.5배나 높았습니다.
최근 플라스틱에 사용하는 화학 물질을 전수 조사한 결과가 노르웨이와 유럽 과학자들에 의해 발표됐다. 우리는 PE ·PP 등 플라스틱의 기본 베이스에 대한 정보에는 익숙하지만, 여기에 어떤 화학 물질이 사용되는지에 대해선 거의 모르고 있다. 여기엔 환경호르몬으로 인체에 해를 끼치는 비스페놀이나 프탈레이트도 포함된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화학 물질이 사용됐을 수도 있다. 아직 규제가 완전히 미치지는 않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규제받는 플라스틱 화학 물질은 980종이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이런 화학 물질 규제에 적극적인 나라 중 하나다.
그래서 유엔과 WHO는 유해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2022년 초 유엔 환경총회에서 175개국은 세계가 플라스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약을 제정하기로 했죠.
올해 말까지 협약을 체결하는 게 목표인데, 그 여정은 오는 12월 부산 회의에서 마무리됩니다.
미세플라스틱을 피하는 법 네 가지
세상에 널린 미세플라스틱을 대체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전부 피할 순 없지만 최소화할 수는 있습니다.
첫 번째, 초가공식품을 줄이는 겁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초가공식품은 기본적으로 플라스틱 장비를 활용해 제조됩니다.
판매될 때도 비닐 포장지에 싸거나 플라스틱 용기에 놓여 있죠.
초가공식품은 조리 ·생산 ·가공에 플라스틱을 자주, 그리고 많이 이용한다. 식품 자체의 질도 좋지 않을 뿐더러 미세플라스틱이 다른 식품에 비해 많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가정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겁니다.
특히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제품이라 하더라도 최대한 사용을 안 하는 게 좋고요.
안에 뜨거운 걸 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즉석 밥, 즉석 식품을 조심하셔야겠고요.
종이컵도 사실 대부분 폴리에틸렌이 코팅돼 있습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는 것도 사실 분해하는 시설이 따로 있어야 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옷감에도 폴리에스테르 같은 플라스틱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세탁기를 돌리면 미세플라스틱이 잔뜩 나옵니다.
주방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좋다. 대신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게 방법이다. 그것도 힘들다면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다. 사진 JTBC이미지크게보기
주방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좋다. 대신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게 방법이다. 그것도 힘들다면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다. 사진 JTBC
세 번째, 해산물의 내장을 제거하는 겁니다.
바다엔 이미 엄청난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특히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 중국과 바다를 공유하고 있죠.
바다 동물이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은 대체로 내장에 머뭅니다.
그리고 큰 생선보다 작은 생선에 미세플라스틱이 덜 축적됩니다.
네 번째, 생수보다는 수돗물이 낫습니다.
수돗물을 정수해 먹는 게 미세플라스틱 섭취가 더 적다는 말이죠.
여러 물 관련 연구를 종합해보면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와 처리 안 된 수돗물에서 가장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그러니까 수돗물이 플라스틱 병의 생수보다 나을 수 있다는 거죠.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서는 시장에서 흔히 살 수 있는 과일과 채소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매일 마시는 플라스틱 병에 든 물도 그렇고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용기에 든 음식과 음료수도 그렇죠.
우리는 플라스틱에 과다 노출돼 있어요.
미세플라스틱은 공기 중에도 있고, 동물 안에도 있어요.
동물들도 숨을 쉬면서 미세플라스틱을 폐로 흡수하죠.
쥐의 피나 심장 속에서 그걸 볼 수 있어요.
심지어 어떤 연구를 보면 피부 접촉으로도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해요.
피부 관리를 위한 화장품들 중 다수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는데, 이게 흡수되는 거죠.”
우리는 매일 수십만 개에서 수십억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미세플라스틱이 몸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들도 쌓이고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 위험뿐 아니라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높이고요.
세포를 더 빨리 죽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