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2
- 뻔한 얘기와 식상한 연출에도 빛나는 아바의 명곡들
아무리 식상한 설정이라 해도 아바(ABBA)의 노래를 들으며 시종 냉랭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맘마미아! 2'는 따사로운 햇볕이 외투를 벗기듯 우리를 무장 해제시킨다. 2008년 영화 '맘마미아!'가 개봉할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할리우드 시스템에 기댄 안일한 기획"이라고 서슴없이 깎아내렸다. 유명한 뮤지컬과 아바의 명곡에 기댄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판이었다. 영화가 막상 뚜껑을 열자 비난은 수그러들었다. 그리스의 풍광과 심장을 뛰게 하는 음악,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메릴 스트리프의 달콤한 목소리가 날 선 비평을 무디게 했다.
10년 만에 나온 속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태의연하고 안일한 카메라워크, 지나치게 전형적인 전개, 느닷없이 주인공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탁자 위로 올라서는 몇몇 장면은 식상하다 못해 부끄럽다. 노래에 애써 끼워 맞춘 일부 장면은 보기 민망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114분이 흐르다 보면 어느새 '댄싱 퀸(Dancing Queen)'을 따라 부르며 발을 까닥거리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뻔하고 흔한 얘기라 해도 사랑스럽다면 이겨내기 어려운 것이다.
엄마 도나(메릴 스트리프)가 세상을 떠나고 딸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호텔을 단장해 새로 열 준비를 한다. 일은 그러나 수월하지 않고 뜻밖의 손님까지 찾아온다. '맘마미아!'가 소피가 엄마와 세 남자 사이에서 진짜 아빠를 찾는 과정이었다면, '맘마미아! 2'는 젊었던 엄마(릴리 제임스)와 딸의 삶을 포개고 맞춰보는 시간이다. 젊은 도나를 연기하는 릴리 제임스와 딸 역할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이 극의 뿌리인 동시에 꽃봉오리다. 이 두 배우는 탄력 있는 금발머리를 흩날리듯 찰나의 젊음을 춤과 노래로 유감없이 과시한다. 과장되고 호들갑스러운 설정도 두 사람의 건강한 아름다움 앞에선 큰 흠이 되지 못한다.
메릴 스트리프는 한두 장면의 회상 장면으로만 얼굴을 비추지만 제 몫을 200% 해낸다. 전작에서 그가 결혼식을 앞둔 딸 소피의 머리를 빗겨주며 'Slipping Through My Fingers'를 부를 때 관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던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메릴 스트리프는 단 한 곡의 노래로 영화 전체의 감동을 증폭시킨다.(상영시간: 114분)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감사드립니다....
보고싶은 영화입니다.~
개봉하면 보러 가야겠어요
이 영화 요즘 반응이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