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의 연말이 잰 걸음으로 다가온다. 쌓인 업이 두터우니 세월이 빨리 간다.
삶의 메뉴얼상 저 쪽 세상에는 가져갈 것도 없기 때문에,
평소에 어긋나고 지나치고 무익한 것은 도려내어 알갱이만 남기고
그나마 버리지 못한 것도 필요할 때 즉시 꺼내어 쓰도록 하는 간결한 삶이어야 할 텐데
엄마 뱃속에서 나온 이후, 보고 듣고 익힌 습으로 相(상)이 두텁다보니
이곳 저곳 마음을 두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몸이 늘상 바쁘기만 하다.
그래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중생놀음 한다"고 읊었겠지.
몇 해 전에 화진해수욕장과 보경사에 갔을 때
친구와 함께 둘러보기로 했던 호미곶을 본인의 갑작스런 배탈로 취소된 바도 있거니와,
TV가 고향소식을 전할 때마다, 지방얼굴의 표지 사진으로 Close-up시키는
호미곶 손바닥 모습이 생각나서, 평소에 한번 둘러보기로 마음두고 있었는데
다행이 남쪽 지방에 볼 일이 있어 실행하기로 했다.

직장의 근무명령에 따라 생활중심지가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옮겨진 지도 30년이 넘었다.
1980년이전 부산에선, 고속버스와 서부로 가는 시외버스는 범일동에 있었고
동부로 가는 시외버스 터미널은 동래에 있었는데.......
학창시절때 도보로만 등하교하여 기억이 맞는지 모르지만 틀림이 있다면
졸렬한 기억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시점 터미널을 옴길 수도 없으니 용서를 바랄 뿐이다.
요즘은 고속버스와 시외터미널이 부산 북동쪽 끝인 노포동 한 곳에 모여 있고
터미널까지 전철이 연결되어 있어 편리한 점을 감출 수 없다.
직장동료 중에 집이 반포인 한 직원이, 금정구의 어느 점포에 전근발령받아
주말마다 KTX타는 것과 같은 편리함을 느낀다고 하는데 정말 동감한다.
포항행 버스는 9시 10분 26번 플랫폼에서 탔었고,
차창 밖으로 아직도 추수가 이른지 익은 벼가 황금들판을 장식하고 있었다.
10명쯤 태운 버스는 경주IC로 빠져나와 포항시외터미널에 10시 30분에 도착하였다.

포항터미널에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200번버스(배차간격11분)를 승차할 수 있었다.
서울처럼 금방금방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새로이 접하게 되는 산업도시 전경과 더불어
긴의자에 앉아 차가 오는 왼쪽을 바라보는 기다림도 별다른 재미였다.

구룡포읍 환승센터에는 실지로 11시 15분쯤 도착하였으나,
대보(호미곶)로 가는 번호없는 지선버스의 배차간격이 40~110분으로 들쭉날쭉 하였고,
구룡포는 오래 머무를 1차 목적지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1시간쯤 기다리면 다음 일정이 지연되어 차선책으로
바로 옆에 있는 택시사무실을 기웃거리니
가까이 있던 운전수가 잽싸게 호미곶까지 만원이라 한다.
환승센터에서 할머니 한 분을 더 태우고 10분만에 해맞이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재치가 있는 운전수는 50대 초반의 나이로
아들은 대구 G대 교직원으로, 26살된 딸은 서울소재 초등학교 선생으로 근무한다 하길래
딸의 남친이 없으면 혼기를 앞두고 있는 아들이 있다고 하며
소개해 달라고 말을 끄냈더니 답변이 없다.
집사람 표현으로 경상도 남자표현이 서툴러서 이니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잔다.
호미곶으로 가는 버스시각은 위 차표가
'09.10.19 현재시점의 시간표이므로 대중교통으로 가는 데에는 참고가 되리라 싶다.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호미곶 상생의 손은 육지에 있는 것은 왼쪽손,
바다속에 있는 것은 오른쪽 손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을 취하고 있으며
청동으로 제작되어 가까이서 보면 아름다운 멋은 느낄수 없다.


모든 일출보기가 그러하듯 어둠속 찬바람 속에 수고하지 않으면 일출을 감상할 수 없다.
특히 새해 첫날은 추운 날씨이므로 떡국맛은 그 맛은 차치하고 기억의 떡국이 되리라 쉽다.
가마솥은 2만명 분인데 나중에 다시 한번 줄을 써도 되는지 알 수 없고 의미로운 행사로 보여진다.
간절곶에서는 해가 가장 먼저 뜬다고 읽은 기억이 있고, 정동진에서는 그런 기억이 없지만,
지구가 약간 빼딱하게 자전 및 공전 하므로
호랑이 꼬리지역이 반드시 먼저 뜬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아파트 옥상에서 보면 우리집이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므로 씰데없는 언급이라 생각된다.



호미곶은 한자로 " 虎尾串 "으로 표기되고 있었으며,
상생의 손 북쪽해변가에는 과메기형상의 조각과 젖은 오징어 덕장이 있어
호미곶이 단순히 "해맞이 곳" 만이 아님을 입증해 준다.

등대박물관은 예전에는 국가기관이었으나
현재는 민간이 관리하고 있어 손님이 적은 월요일은 휴무라 한다.
내부를 감상하지 못하고 외부모습만 담게 되었다.

여행은 현지음식을 먹는 것이 또한 멋과 맛이라서 물회를 점심으로 선택했다.
여사장이 회에 꼬추장을 두 숫가락만 넣어라고 하여,
적당히 비빈 후 회를 약간 시식한 후 얼음를 건져내고
밥을 추가하여 비벼 먹었는데, 현지에서 먹어서 인지 잘 선택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대박물관앞 횟집에서 시식했는데 주인아줌마가
서울에서 시집와서 18년간 이곳에서 음식사업을 해왔다고 하면서
아들딸 짝지어 출가시키고 이제는 즐겨야 할텐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고 어려운 인생사를 들려준다.
" 조물주가 욕심에 한계가 없게끔 인간을 설계해서 이겠지요" 거들고 말았다.

호미곶 초입의 안내표지판으로 버스정류장 바로 건너편에 있다.
자가용으로 호미곶을 방문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랜드마크이다.


평소에 마음두었던 호미곶 답사여행은
새천년광장과 상생의 손을 오가며,
새해 첫날은 이 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다짐의 현장이 되리라 믿었고
약간의 비린내 나는 해풍를 맞으며 거닐어 보았던 해변길은
철사줄에 매달린 오징어가 어촌을 생각키우는 낭만의 모습말고도
부대끼고 살아가야 하는 고된 삶의 진정한 모습으로 다가와
의미로운 호미곶기억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