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1.火. 미세먼지와 거대먼지
03월21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2.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화火요일에 화가 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화요일에 태어난 화가가 있습니다.
예찬과 왕몽
벨라스케스와 루밴스
긴장된 面과 線에
움클뭉클 뿌려놓은
넓이와 깊이
화火요일에 화가 난다구요?
담징과 솔거는 옛사람들이고
이중섭과 모딜리아니가 낙서만 해놓아도
우리들 가슴은 두근대지요
얼굴은 무한정 길어져도 예쁘기만 하고
황소는 뼈만 남아도 걷는다는데
그 그림은 필시
26호 화폭에 부빈 자화상일 걸
- 화火요일에 화가畫家 난다구요? -
화요일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화요일에는 진짜 화火가 났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 화요일까지 5일째입니다. 미세먼지 농도지수 150을 오르내리는 부연 안개 막幕은 사방에서 귀곡성鬼哭聲의 손아귀처럼 답답하게 가슴을 조여 오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큼지막한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세계 대기오염 실태를 감시하는 다목적 커뮤니티 ‘에어 비주얼(Air Visual)’에 따르면 ‘3월21일 화火요일 오전7시 기준 서울 공기품질지수(Air Quality Index)는 179로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대기오염이 심했다. 스모그로 유명한 중국 베이징의 AQI는 160을 나타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이제 한국 사람들은 공기를 마시고 사는 것이 아니라 먼지를 먹고 사는 일이 일상화日常化되어버린 듯했습니다. 나라의 중심이 없어지고, 국가의 줏대가 흐트러져버리면 햇살과 산천을 따라 흐르는 공기마저도 먼지가 되는 모양입니다. 일기예보방송에서 대기의 흐름을 붉은 색으로 표시해가면서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번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밀려온 것으로 약 80%가량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난 뒤 연세대 기상학과인지의 교수에게 이 자료를 통해 중국에게 항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러자 그 교수 왈曰 이런 문제는 다양한 현상으로 인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자료를 근거로 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일반적인 대기와 분명하게 비교가 되는 미세먼지 흐름이 중국의 어느 지역으로부터 한반도 쪽으로 이동했는가를 인공위성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는 자료보다 더 과학적인 자료란 무엇을 말하는지 그 교수라는 사람의 말에 분통이 터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료들 안에는 미세먼지 성분도 다 분석이 되어있었습니다. 자신의 말에 눈곱만큼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뱀장어 기질은 정치가나 관료나 교수들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러고도 그 나라가 선의 고리를 따라 번영繁榮과 융성隆盛을 누린다면 삼척동자가 웃을 일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대기상태가 계속되고 악화된다면 앞으로 한국 사람들은 미세먼지를 마시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세포분열을 통한 진화를 하든지 아니라면 날이면 날마다 두꺼비 낯바닥 같은 방독면을 쓰고 살아야할 것입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통한 대기오염과 온 바다를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시키는 쓰레기 문제와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 것인지 난장판 지구별의 진정한 영웅은 어디만큼 오고 있을까요.
공차를 한 잔 시키려고 공차가게에 들어설 때면 항상 공차가 공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카운터에 서있는 알바생에게 어쩌고~ 저쩌고~ 공차를 시키고 나면 항상 이런 말이 돌아왔습니다. “네, 결제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알바생은 공손히 도와드린다고 했지만 다름 아닌 카드를 달라는 말입니다. 어느 때고 공차는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크기와 첨가내용에 따라 때로는 짜장면 값보다 때로는 설렁탕 값만큼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공차를 한 잔 마시려고 여의도까지 왔습니다. 이런 가게가 잠실이나 송파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분 좋은 기억 때문에 이곳에 와서 마십니다. 아들아이가 2013년 말에 군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기 전까지 대략 8개월가량 여의도 증권회사에서 인턴근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증권회사가 인턴사관학교라고 불렸던 모양입니다. 인턴사관학교라니 별명이 재미있기는 했으나 궁금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아들아이가 인턴 근무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기도 전에 그 의미를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새벽 두 시쯤 퇴근을 해서 집에 들어와 짐을 잔 뒤 아침 여섯 시면 출근을 했습니다. 한 보름가량 그런 생활을 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집에 일주일이면 한 번 정도 들어오거나 이 주일에 한 번 정도 들어와서 집밥을 먹고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결국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옷가지를 챙겨 나와 아내가 여의도에 가서 아들아이에게 전해주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한번은 토요일 정오경이었는데 아들아이를 만나 옷을 건네주고 밥이라도 먹여 회사에 들여보내려고 했는데 아들아이가 회사에서 식비는 충분하게 나오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 엄마 아빠 여기 오셨으니 새로 유행인 차나 한 잔 드시고 가라면서 회사 앞 공차가게로 안내를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아들아이와 탁자에 마주앉아 처음으로 공차를 한 잔 마시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런 공차의 맛에는 아들아이와 함께 라는 거품이 무지개처럼 들어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아이가 복학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 간 뒤에도 이따금 한 번씩 들러서 이렇게 공차를 마시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영수증을 보았더니 공차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듯합니다. 내가 차를 한 잔 신청했던 시간이 오전11시05분인데 번호가 19번이었습니다. 뭐 아직 오전 중이라 일일 매출을 속단하기는 힘들겠지만 한창 고객들이 붐빌 2014, 2015년에는 알바생이 다섯 명까지 일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오늘은 두 명뿐입니다. 그때 처음으로 마셨던 차 이름은 타로밀크 티였으나 이것저것 마셔본 후 얼그레이 밀크 티가 입에 맞아 주로 타피오카를 함께 넣어 마신답니다. 얼그레이 티는 홍차에 다른 향을 첨가해서 만든 영국산 홍차인데 첨가물 없이 그냥 홍차로만 마시면 그저 홍차 맛일 뿐이지만 밀크와 설탕을 약간 가미하면 향이 강한 검은 장미꽃다발을 벽에 거꾸로 걸어놓고 말린 뒤 그 꽃잎을 몇 장 떼어 뜨거운 물에 우려낸 맛과 같다고 혼자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얼그레이 밀크 티의 첫맛이 마른 장미꽃 향처럼 무언가 텅 비고 쓸쓸하게 느껴졌던 것은 그 첫 한 모금을 마시면서 순간 그 생각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세기말적인 황량함과 더불어 어슷하게 무너져 내리는 듯한 키 큰 탑의 검은 그림자가 몸에 감겨오는 것 같은 느낌은 cosy라는 단어를 새록새록 떠올려주고 있습니다.
차를 몰아 올림픽도로를 따라 달려가다가 잠실종합운동장을 지나고 팔당대교를 건너 양평 두물머리를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서 먼 곳까지 시선을 보낼 수 있는 팔당대교 부근에서 바라보는 한강 양켠의 산들이 부스한 미세먼지에 갇혀있었습니다. 그래서 차에서는 딱 한 번만 내려서 잠깐 일을 보고는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2010년 이전에는 황사라는 용어만 있었고, 2012,3년을 기점으로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라는 용어가 신문과 방송에 뜨기 시작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이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물과 공기인데 이 두 가지가 이 지경이라면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은, 대기오염 친화적으로 생존형 진화를 하든지 어떤 방법으로든 대기오염을 정화하든지 두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하루 내내 머릿속을 빨간 고추잠자리처럼 맴돌고 맴돌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