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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심은 뜻은
2017년 3월 18일 본당에서 신자들이 자작나무를 심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식목일인 4월 5일이 나무를 심는 시기로는 부적합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성당에서도 나무를 좀 더 일찍 심었습니다.
자작나무는 아사아가 원산지이고 주로 산지에 살며 키는 20M정도 자란다고 합니다. 꽃은 4∼5월경 피며 수피는 지붕재로 목재는 농기구나 목조각을 만드는데 이용되며 나무즙은 자양강장과 피부병에 좋다고 합니다. 보통은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의 한 장면이나 배경음악을 떠올리게 하며 군복무시절에 강원도나 경기도 숲에서 본 나무들 중에 흰 나무를 생각하게 됩니다. 혹은 온몸에 불이 붙으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는 자작나무를 한자로 ‘백화’라 하는데 백석시인의 시, [백화]를 생각해 내기도 합니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너머는 평안도 땅이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백석 ‘백화’ 중 일부)
또 다른 자작나무 시는 고은 시인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에 나오는 데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겸허한 마음”등의 순수한 지향을 엿볼 수 가 있는 시를 살펴보게 됩니다.
얼마만이냐 이런 곳이야말로 우리에게 십여 년 만에 강렬한 곳이다 강렬한 이 경건성! 이것은 나 한 사람에게가 아니라 온 세상을 향해 말하는 것을 내 벅찬 가슴은 벌써 알고 있다 사람들도 자기가 모든 낱낱 중의 하나임을 깨달을 때가 온다 나는 어린 시절에 이미 늙어버렸다 여기 와서 나는 또 태어나야 한다 그래서 이제 나는 자작나무의 천부적인 겨울과 함께 깨물어 먹고 싶은 어여쁨에 들떠 남의 어린 외동으로 자라난다 (고은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중 일부)
그리고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자작나무의 꽃말을 찾게 됩니다. 아마도 신부님께서 자작나무를 심으신 뜻은 “주님 당신을 기다랍니다.”라고 여겨지게 하려는 듯합니다. 사제관 앞이 온통 자작나무로 가득하니 그 꽃말이 이루어지고 신부님의 깊은 뜻이 우리 신자들에게 잘 퍼질 듯합니다. 그리고 겨울이 없다면 인간은 오만해질 터인데 이를 경계하는 신부님의 깊은 뜻인가 여겨지는 나무심기로 규정해 보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