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5(시터 생략)
24.11.16 (브리더 1일차)
공포에 떨며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
잠을 못잤다. 기침으로 인해.. 작업을 시작하기 전 주 부터 지독한 기침, 가래, 콧물로 고통받고 있다. 가슴의 압박감, 누가 조르는 듯이 숨 막히는 질식할 거 같은 목의 조임, 가슴과 얼굴에는 잔뜩 열이 올라 화가 치솟는다. 너무나도 강렬한 짜증에 욕이 튀어나오고 다 부셔버리고 싶어진다. 이대로 누웠고 호흡 이후의 몸 떨림과 함께 찾아오는 통로같은 모양의 둥근 얼룩들이 저 멀리보이는 동그란 빛에서부터 나에게로 밀려온다. 여긴 엄마의 뱃 속이구나, 알았다. 엄마의 뱃 속은 너무 깜깜하고 차갑고 나를 보살피는 손길과 시선이 없는 곳이다. 나는 가만 있으면 죽을지 모른다. 아기의 몸으로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음에도 소리를 지르고 몸부림치면서 떨고 있어야 할 뿐이다. 너무 무서워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아무런 위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제 저 빛으로 튕겨져 나갈지 모르는 두려움에 몸은 계속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리고 있다. "엄마. 나를 왜 만들었어. 태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왜 나를 낳아서 이렇게 무섭게 만들어." 버림받을까 무섭고 원망스럽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무언가 강력한 힘이 내 머리를 잡아 채 듯 빛으로 끌어당겨 던져버린다. 그 강력한 힘은 바닥 방향으로 머리채를 잡아 차가운 세상의 바닥으로 내동댕이 친다. 잠시 어디가 하늘이고 바닥인지 중심을 잃어 어지러워 비틀거린다. 이 곳은 차갑고 어두운 싸늘함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아버지 신께서는 왜 이런 곳에 나를 내동댕이 치신걸까. 기침 증세 덕분일까. 쉬지 않고 울고, 뱉고, 토한다. 목의 이물감은 그래도 사라지지 않고 내 몸이 부서지는 것 같다. 체크 아웃 이후에도 눈에 초점이 돌아오지 않는다. 너무 어지럽고 몸이 너무 아파서 움직이기 힘들다. 나는 엄마 뱃 속에서부터 몸부림치며 살아남았다.
24.11.17 (브리더 2일차)
밤새 기침과 몸살때문에 잠을 자지 못했다. 아침 알람이 울리며 일어날 시간이 되었는데 몸이 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다. "가면 죽는다. 가면 안돼. 가지마." 몸이 거부한다. 어거지로 겨우 장에 도착했다. 누울 시간이 될 수록 두려움이 커진다. 도망가고 싶다. 그래도 누웠다. 음악이 나오고 숨을 쉬자 어제 보았던 둥근 얼룩이 이번엔 되감기 하듯 동그란 통로쪽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 이거 얼룩들이 움직이는게 아니고 내가 움직여지고 있구나.... 이제 알았다. 다시 지옥같은 엄마의 뱃 속으로 어제의 과정이 되감기되며 들어왔다. 나가는게 두려워 몸부림쳤는데 들어오니 이곳도 역시 지옥이다. 살려고 안간힘을 써서 아둥바둥 해 본다. 보이지 않는 막들이 내 몸을 둘러쌓고 있는 듯 나를 압박하고 있다. 너무 무서워서 내가 나를 때리게 된다. 어디로든 빠져나가야 하는데 갈 수 없다. 그렇게 몸부림치다 거꾸로 뒤집어져 입으로 양수를 계속 삼키고 토하고를 반복한다. 내가 살아오며 느꼈던 목졸림, 질식과 닿아있다고 직감이 된다. 그렇게 목이 꺾인 상태로 기침을 계속했고, 해 본적 없는 목 부위 전체를 긁는 듯한 기침을 한다. 그렇게 토해 낸 이물과 함께 그 날 기침증세가 호전된 것은 참 경이로운 일이다. 몸도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 개운하게 회복됐다. 그리고 기억난 것은 나는 등 돌린 엄마, 가정에 불화가 생기면 집을 나갔던 엄마, 내가 아프지 않으면 관심을 주지 않는 엄마에게 관심받고 사랑받기 위해서 몸이 아프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렇게 아프고 나서는 그 고통으로 밤새 괴로워하던 내 모습이 기억났다. 이렇게 괴로워도 내가 아프면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까. 나는 뱃 속에서부터 나서까지 외롭고 두려웠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삶이었나 싶다. 그게 떠오르고 체크 아웃하면서 "내가 이러니까 소리내서 못 울지"라는 말이 나오며 눈물이 쏟아졌다.
소감
신의 사랑에 대해 다시 되새기게 된다. 내 마음에 믿음이라는 기둥이 세워져 있지 않았다면 나는 이 작업을 견디지 못했다. 이렇게 나를 차가운 공간에 두었음에도, 차가운 세상에 나를 패대기 치셨어도 존재의 아버지(그리고 내 육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셨음을 느낀다. 나는 트숨을 통해 가장 숭고한 사랑과 가장 비참한 고통의 양 극단을 체험하고 있다. 그래서 내 몸의 쓰임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나는 신과 영혼들 사이에 놓여진 길이다. 내 삶은 이 영혼들이 걸어가는 길을 비추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길이고 통로이며 무대이다. 그 영혼들은 있는 그대로 그 길 위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그 모습을 사랑해 주시는 아버지에게로 간다. 애쓰고 비판하고 고쳐야할 나는 없다. 이런 나도 사랑하시기에. 이 모습도 그 분께서 만드셨다. 단테의 신곡이 떠오른다. 이 과정이 가장 고통스런 지옥에서 천국의 하나님에게로 향하는 단테의 여정과 같게 느껴진다. 할렐루야!
근데 씨발... 진짜 이 작업 너무 힘든거 아닌가 싶다..
24.11.19 CST
트숨의 잔여작업을 마무리 했다. 코 안에 묵은 피를 내고, 수액을 맞은 거처럼 깊은 잠에 빠져서 푹 쉬고 일어났다. 이 날은 2시간 반을 작업할 정도로 촉진자가 내 몸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촉진자는 영상으로 보자기에 쌓여 목아지가 뒤틀려 꺾여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보았다고 한다. 나의 트숨작업에서 체험된 목에 연결된 작업은 전생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어릴 적 바닷가에 빠져서 수면위에서 계속 물을 먹으며 살려달라고 하던 기억도 떠올랐다. 오늘은 촉진자의 손길이 닿는 내 신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들이 느껴져 매우 놀랍다. 앞으로의 작업에서 너무 차가워져 굳어버린 아랫배와 목에 대한 작업이 계속 이루어져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