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맛!]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경남의 누들(noodle) 탐방
“간단하게 국수나 먹을까?”라는 말은 국수 제조의 수고로움을 잊은 야속한 말이다.
적정한 온도와 습도, 햇볕과 바람, 사람의 정성이 조화를 이뤄야 가능한 제면(製麵) 작업. 경남 밀양과 거창의 제면 공장에서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수 이야기를 이어간다.
글 김미영 사진 김정민·거창한 국수 영상 이솔희
전통 방식 고수! 밀양시 ‘수산국수’
최 씨 고집, 75년 전통 제면 방식
평범한 상가처럼 보이는 ‘수산국수’는 최씨 일가(삼 형제와 조카)가 전통 방식으로 운영하는 제면 공장이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전통 제면 방식의 특성상 작업일에 맞춰 일정을 잡느라 노심초사했다. “옛날에 흔하게 있던 국수 공장인데 별것도 없어요. 찍을 게 있으려나?” 두건을 쓴 어르신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천장에는 정오의 태양이 쏟아지고, 그 아래 수십만 가닥의 뽀얀 면발이 바람 따라 춤춘다. 앞뒤로 트인 통로가 바람의 길이 되고, 대형 프로펠러가 쉼 없이 돌며 공기를 순환 시켜 면발이 골고루 숨을 쉴 수 있게 한다.
밀가루 반죽을 방망이로 다지는 과정, 대나무 꼬챙이에 흐트러짐 없이 면발을 널어내는 작업 등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니 그 고단함이야 말해 무엇하랴. 삼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최씨 일가는 전통이고 뭐고 햇볕과 바람이 없으면 헛일이라며 자연건조를 고집한다. 자동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면발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일찍 일어나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귀한 맛’
건조된 면발은 약 30cm 길이로 잘리고, 한 단씩 나눠 상호가 적힌 띠로 마무리된다. 시중에서 구매한 것보다 조금 굵은 느낌에 건조 후에도 노르스름한 빛을 잃지 않았다.
“생전에 아버지가 이 집 국수를 좋아해서 여러 번 사러 왔었어요. 우리 가족에게는 추억의 장소입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최유화(진주) 씨가 마지막 남은 국수 몇 단을 사 간다. 신문지에 둘둘 말아 툭 건네는 그 모습이 뭐라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수산국수’는 날씨 영향도 많이 받고 수작업으로 제조하다 보니 생산량도 일정치 않아 구매하기가 참 힘들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이날이 수산 오일장이라 평소보다 더 빨리 소진이 되었단다. 그 말인즉슨 일찍 일어나는 자만이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봄·가을은 4~5일, 겨울은 10일, 여름에는 2~3일의 건조시간이 소요된다. 비가 오는 날은 작업이 어려워 쉬는 날이 많다. 건조 기간이 짧아지며 작업이 잦아지는 요즘, 최씨 일가의 구슬땀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빛난다.
수산국수 제면소
위치 밀양시 하납읍 수산중앙로 19-1
운영 오전 7시 ~ 물량 소진 시까지
가격 1단 3000원, 1포대 5만 8000원
문의 055)391-3400, 2101
오방색 다채로움! 거창군 ‘거창한 국수’
‘거창한 국수’와 오방색 국수 이야기
대기업 식품회사에 다녔던 김현규 대표가 고향으로 돌아와 조그만 국수 공장을 연 것이 ‘거창한 국수’의 시작이었다. 김 대표는 거창 아로니아로 만든 국수를 서울 딸의 직장으로 보냈고, 동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버지의 기술을 이어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김상희 대표도 남편과 거창으로 귀촌을 했다는 ‘거창한 국수’가(家)의 이야기다.
부녀는 액운을 막아주고 장수와 행복을 축원하는 의미를 지닌 한국의 오방색을 면발에 물들였다. 단호박과 부추, 쌀과 비트, 흑미로부터 얻은 황색·청색·백색·적색·흑색 등 오방색은 그 빛깔 자체로 풍부한 영양이자, 복된 삶에 대한 기원이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오방색 국수
오방색 국수는 해외 푸드채널 ‘이터(EATER)’에 소개된 후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특별한 요리법 없이 들기름이나 올리브유를 뿌리고 소금으로만 간해도 맛이 있으니까 외국에서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김상희 대표가 전하는 국수의 인기 비결이다.
‘거창한 국수’는 제철 지역특산물로 다양한 국수를 만들고 있다. 월간 한정판 국수로 1월 거창 사과, 2월 제주 한라봉, 5월 거창 아스파라거스, 6월 거창 감자, 8월 사천 우리 밀과 제주 메밀, 10월 제주 표고버섯 등이 있다. 지역특산물로 3월 거창 민들레로 만든 민들레 국수, 4월 거창 노각나무 수액으로 만든 노각나무 수액 칼국수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 경남 대표 식품으로 우뚝
‘거창한 국수’는 여름맞이 생면 출시를 앞두고 있고, 거창군 가북면 700m 고랭지에서 재배한 감자도 대기 중이다. 지난봄에 출시했던 민들레처럼 흔하게 접할 수 있고, 건강에 이로운 토종식물로 새로운 국수를 개발 중이다. 간에 좋다는 엉겅퀴나 생명력이 강한 곰취 등도 고려하고 있다.
“우리 국수가 서울에서 유명한데 이번 기회에 경남에 소개할 수 있어서 기뻐요. 경남의 좋은 농산물로 건강한 국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게요.” 김 대표의 다짐처럼 ‘거창한 국수’가 경남의 대표 식품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
거창한 국수
위치 거창군 거창읍 장팔2길 82
판매 https://smartstore.naver.com/naturalnoodle
문의 070-4402-8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