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경동고 1년 후배 양승철의 결혼식이었다.
wife 될 사람이 동갑이어서 일찍 결혼하게 되었던 것같다.
장소는 기억이 안나는데, 신랑 신부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촛불을 켜는 등...
이것저것 좀 번거로와 보이는 의식이 포함된 결혼식이었다.
결혼식이 끝난후 정우형이 모두 신촌으로 데리고 갔다.
정우형 단골인 hard rock 카페라고 한다.
시끄러운 음악만 나오고, 실내 디자인도 metal 분위기였다.
심지어 식탁마저 울퉁불퉁한 철판이었는데,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 술잔이 자꾸 엎어져,
매상에 크게 기여했을듯싶다.
재하가 음악 주문을 받았다.
정우형도 좋아했던 Dio의 Holy Diver를 주문했다.
오래된 음악인지라 주인이 도대체 누가 이걸 주문했냐 물었는지, 재하가 날 가르킨다.
그 CD/LP 누가 빌려가서 지금 없단다.
하여간 정우형이 호세 꾸에르보 큰 걸로 2병 주문했다.
인원이 많았으니 아마 손잡이 달린 1.5L가 아닌가 한다.
이렇게 마시는거라며 정우형이 시범으로 세잔을 연달아 마신다.
다들 따라했다.
정우형이 곧 안주가 나올거란다.
안주란게 황당하게도 코롤라 맥주였다.
정우형을 따라 데큘라 세잔 연달아 마시고, 안주(맥주)마시기를 세번 반복하니,
갑자기 누군가의 머리가 식판위로 푹 떨여졌다.
성진형이었다.
그리고 난장판이 시작됐다.
누군가 계단에서 구르고
누군가 코트 잃어 버리고,
누군가 가방 잃어 버리고...
약간 떨어진 데서 여학생 둘이 있었다.
그중 빨간색 코트를 입은 여학생이 괜찮아 보였다.
누군가 그 둘을 합석시켰다.
워낙 취해 기억이 있다없다 했다.
비도 부슬부슬 왔고 몇명이서 노래방도 갔다왔다.
내가 조관우의 “님은 먼곳에”를 부르는데 빨간코트 여학생이 그렇게 부르는게 아니라며 마이크 뺐어가 자기가 불렀던 기억이 있다.
노래방에서 빨간코트 여학생 전화번호를 받아왔다.
내 성격에 맨정신이었다면 시도도 안했을꺼다.
다음날 아침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필름은 끊겼었는데 이상하게 숙취가 없었다.
좋은 술인가보다.
주머니에 왠 여자 필체의 전화번호가 나왔다.
그제서야 전화번호 받아온 기억이 났다.
후배 몇몇한테 전화가 왔다.
형, 제 가방 봤어요?
혹시 제 코트 바꿔 입고 가지 않았어요?
후배들이 전화 할때마다 빨간코트 여학생에게 전화해서, 혹시 기억 나는게 있는지 물어봤다.
엄청 재밌어 한다.
몇일 후 만났다.
은색 립스틱에 엄청 높은 궆에 잘 차려 입고 나왔다.
나는 심플, 수수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녀의 차림이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이기도 했고,
그날 술, 조명빨때문에 내 눈에 문제가 있었을것도 같고,
하여간 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쪽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오마이뉴스에 딴나라 국회의원 주성영이 뭔가 사고 쳐 실린 기사가 있었는데, 그 기사에 주성영 단골 카페인지 사진이 하나 있었다.
그 카페 벽에 온갓 양주가 쭉~ 진열되어 있었다. 거기 반가운 호세 꾸에르보가 진열돼 있었다…
유명한 술인가보다.
그리고 UNC에서 같은 공부를 하던 강상욱(현 연대 통계학과 교수) 집에서 조그만 병을 봤다.
어디서 샀냐 물었더니 당연히 ABC 스토어에 있단다
놀랍게도 가격이 무척 저렴했다.
데큘라는 재료가 싸서 고급이어도 가격도 얼마 안되는 것이었다.
가격대 성능비가 높아 손님 올때마다 손잡이 달린 1.5L짜리 사서 같이 마시곤 했다.
그런데 몇년전 가격대 성능비가 더 좋은 술을 발견했다.
UNC에서 같이 공부했던 신혜린이 추천했던 박카디가 갑자기 생각나 ABC에 갔더니 두 종류가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둘중 색깔이 찐해서 색이 좀 예뻐 보이는 걸로 골라왔다.
Bacadi 151...
알고보니 다른 바카디가 보통 40도짜리였고,
내가 산건 151도 칵테일 용이었다.
헉… 151가 도수였고 농도가 높아 색이 진했던거였다.
바꾸러 가기도 귀찮고 집에 있던 진저에일에 타먹었더니 괜찮았다.
미국 오니 한국에서 비싸서 못먹던 양주들이 널려있다.
Bacadi 151은 40짜리하고 같은 가격(20-30불대)이면서 도수가 4배 가까이 높아 심하게 경제적이다.
미국와서 관세때문에 엄청 비싼 소주를 굳이 찾는건 이해가 안된다.
소주는 이미 많이 묵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