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가장 많이 사용되어지는 말 가운데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영역과 관련된 용어가 많다. 사이버스페이스, 정보화사회, 그리고 인터넷이다. 이 셋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어느 것 하나도 컴퓨터를 돌려놓고 생각할 수 없는 단어들이다. 사이버란 원래 인공지능을 의미하지만, 컴퓨터가 인공지능의 한 형태로 표방되기 때문에 사이버스페이스라고 할 때는 컴퓨터가 만들어낸 공간을 의미하게 된다. 이 공간의 개념이 단순히 기계만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전화선, 동축케이블, 광섬유라인, 전자기파가 있는 모든 곳을 포함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이버공간이란 이러한 기술적 도구들의 영역보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활동하는 공간을 지칭하게 된다.
사이버문화는 사이버공간에서 사람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만들어낸 행동양식을 말한다. 먼저 사이버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최근에는 사이버공간에서의 활동이 대부분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공간과 문화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것은 인터넷이라는 전지구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부터이다. 공상과학에서만 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사이버공간과 사이버문화가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II. 인터넷으로 활성화된 사이버문화
인터넷은 세계 최대의 컴퓨터 통신망이며 세계 각 지역의 크고 작은 네트워크들이 '공통의 전송조절 프로토콜'과 '인터넷 프로토콜'(TCP/IP)을 통해서 연결된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이다. 인터넷은 통신을 하는데 있어서 상호작용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의 라디오나 텔레비젼의 방송이 청취자나 시청자 다수를 향한 일방통행적인 커뮤니케이션시스템을 구축한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은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수요자가 동시에 통신할 수 있는 상호작용적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쌍방형에서 이용가능한 통신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인터넷을 통하여 일어나는 생활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한국에서 상용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이다. 첫해에는 138,000여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이용자의 수는 1996년 731,000명, 1977명 1,634,000명 1998면에는 3,103,000명으로 증가하다가 1999년에는 1,000만명을 돌파하고 2000년 말에는 거의 2,000만명에 이르고 있다. 2001년에는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표 1> 참고). 그 가운데 초고속인터넷망 가입자는 2000년 12월을 기준으로 4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4가구당 1가구 꼴로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하고 있다는 계산이 된다. 한 가구당 이용자가 2명이라고 보면, 약 800만명이 초고속인터넷망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불과 7년 전에 시작된 인터넷의 상용화는 매년 그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초고속인터넷망의 발달은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5월 10일에 OECD (경제개발협력기구)는 'OECD 회원국 초고속망에 관한 보고서'에서 30개의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고속인터넷 보급률이 제 1위라고 보고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OECD는 "한국이 초고속가입자망 분야에서 다른 회원국의 벤치마킹 대상이며, 이같은 성공적인 보급은 서로 다른 기술과 인프라를 지닌 사업자간 경쟁, 아파트 중심의 주거 형태, 인구 밀집도 등이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얼마 전에 한국을 방문한 엘빈 토플러도 "한국은 이미 세계 수준의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했음을 인정하였다.
III. 사이버문화와 학부모세대--문화소외층인가?--
1. N세대와 부모들--대항문화를 심은 이들--
인터넷이 주도하는 사이버세계는 N세대의 전유물인가? N세대의 부모들은 사이버세계의 소외층인가? 그렇다면, N세대는 누구이며, N세대의 부모들은 누구인가를 먼저 간단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N세대라고 하면,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가르킨다. 이들이 태어날 무렵은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성공적인 열매를 거두는 시기였다. 모든 경제지표들이 도약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시기였다. 따라서 N세대의 성장과정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의 혜택을 입고 있었다.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들이 겪었던 극심한 경제난은 거의 모르고 자라날 수 있었다. 국가가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면서 기술의 변화에도 많은 성장이 있었다. 각 가정마다 칼라 TV가 설치되고, 비디오가 일상 생활품목이 되었다. 어린시절 이들은 책을 읽는 시간 보다는 TV와 비디오시청을 더 즐기게 되었다. 인쇄물보다는 영상물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 것이다. 영상물을 통한 교육이 이들에게는 더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다.
경제적인 풍요와는 반대로 1980년대는 한국은 정치적인 혼란을 겪은 시대였다. 군부독재가 막바지에 달하면서 사회는 극도의 혼란을 거듭하였다. 마침내 1986년 6.29선언을 계기로 평화적인 정권교체와 문민정부의 수립의 길이 열렸다. 이러한 정치적인 안정을 주도한 계층은 학생, 노동자들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가담한 당시 넥타이 부대라고 일컫는 회사원들이 거리에서 집회를 가지면서 극적인 전환이 마련되게 되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려고 부단히 노력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N세대의 부모들이다. 바로 현재 학부모들이다. 이들이 염원하는 인간의 자유, 그 존엄성은 시민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서구의 1960년대의 자유주의자들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N세대의 부모들은 N세대가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양한 방면에서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자유와 기술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점은 서구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N세대의 출현도 서구의 일방적인 컴퓨터와 인터넷의 혁명의 결과라고 보아서는 안된다. 한국이 현재 인터넷의 혁명에 있어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역사적인 시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화에 있어서 일방적인 전파는 없다. 말하자면 강제적으로 힘의 논리에 의하여 문화가 바뀌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외부에서 전파된 문화를 수용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자세에 의하여 그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서구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혁명이 일어났다고 해도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그것은 여전히 다른 나라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은 정보화에 뒤질 수 없다는 각오로 1980년대이래 정보산업과 관련된 분야에 정부과 민간이 힘을 합하여 개발과 발전에 힘을 쏟아 부어 왔다.
N세대가 갑자기 돌출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부모들의 세대가 그 기틀을 잡아준 것이다. N세대를 중심으로 펴지고 있는 대항문화의 원류도 실은 그들의 부모세대가 군부독재에 항거하면서 이룩한 시민민주주의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같은 민주주의의 성장과정에서 긍정적인 결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교육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실패의 실패를 거듭하여 왔다. 이에 대하여 국가나 가정이 모두 공통의 책임을 져야 한다.
2. 세대에 따른 정보격차
부모세대의 실체를 보다 분명하게 밝히고 넘어가기로 한다. 현재 초․중․고등학생의 자녀를 둔 부모의 연령의 범위를 넓게 잡으면 젊게는 3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이다. 이렇게 넓은 범위를 학부모라는 하나의 이유로 하나의 그룹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30대 초반의 젊은 부모들과 50대 초반의 부모들의 차이 그리고 부모의 직업 등이 고려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학부모그룹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집단이라는 점은 잠시 접어둔다. 그 이유는 부모들의 나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이들은 모두 인터넷이 교육이나 생활에 직접적으로 활용되기 이전에 학교교육을 마친 세대라는 점에서는 공통되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니던 때에 컴퓨터에는 익숙한 사람이라도 인터넷은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이 상용화된 것은 1994년 이후의 일이고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의 일이다.
사회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불과 7년여 사이에 부모와 자녀사이에는 소위 정보격차라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음이 지적되었다. 정보격차(information gap) 또는 디지탈분리현상(digital divide)은 정보이용에 불평등이 발생하면서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정보에 접근과 이용에 있어서 소외되는 계층과 지배계층의 분리와 격차가 커질수록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세계가 함께 걱정하고 있다. 국제기구인 UNDP(유엔개발기구)에서는 1999년 7월 Human Development Report에서 정보격차 문제에 대해서 정보접근기회 확대와 정보활용능력 제고 등에 대한 정책추진을 촉구하였다. 미국에서는 국가정보통신청(NTIA)의 주도로 정보격차방지와 해소를 위하여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캐나다 및 영국을 포함한 유럽사회도 eEurope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서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교육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각 나라에서는 국가적인 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통해서 정보이용의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된 국내의 정보격차 상황은 다음과 같다. 한국전산원이 발표한 2000년 한국인터넷 백서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은 성, 연령, 직업, 학력, 소득별로 큰 차이가 나타난다. 성별로 남성의 인터넷 이용률은 30.0%인 반면 여성은 14.8%에 불과하며, 연령별로 20대가 41.9%인데 비해 50대 이상은 2.9%이다. 직업별로는 학생이 42.4%, 화이트칼라가 41.4%인데 비해 농․임․어업의 경우는 0.5%에 이르고 있다. 학력별로는 대졸이상이 37.3%인데 비해 중졸이하는 0.5%에 불과하다. 소득수준별로는 월 소득 400만원 이상 계층이 34.1%인데 비해 100만원 이하의 계층은 8.3%로 조사되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조사된 다른 통계자료를 참고해 보아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발표된 보고서들에 따르면, 소득, 학력, 그리고 계급 등과 같이 산업사회에서 사회불평등 요인으로 작용하는 변수들이 정보격차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한편, 산업사회적 불평등의 현상이 보다 뚜렷한 미국과 같은 산업선진국과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정보격차는 산업사회적 성격이 약하게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학력과 성별에 따른 격차는 보다 두드러진다고 한다. 주부들은 물론 청소년 가운데에서도 여학생들이 정보화지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금까지 정보사회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조사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어느 정도 정보사회의 특징적인 면모가 드러나서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러나 조사에 동원된 방법은 거의 예외 없이 산업사회에서 적용된 틀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은 산업사회를 보는 시각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관점과 연구의 방법을 개발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정보사회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지금까지 사회적인 분류를 할 때 조사대상과 분석의 단위가 하나의 가족일 때가 많았다. 산업사회에서는 노동자나 자본가라고 할 때 그가 속한 가족의 계급적 위치도 동일한 것으로 취급된다. 또 빈곤층과 부유층을 나눌 때도 그 기본단위는 개인이라기 보다는 가족이다. 다시 말해서 한 가족의 가장이 속한 계급적, 계층적, 직업적 위치에 다른 가족구성원들은 자동적으로 속하게 된다. 정보사회나 사이버문화의 행위자들을 대상으로는 이같은 산업사회적 분류방법이 유효하지 않다. 한 가족의 구성원들도 각자 정보이용의 차이가 두드러지면서 정보사회의 중심자와 소외자로 나누어지게 된다. 다시 말해서 부모와 자녀들 사이에, 남편과 아내 사이에 정보격차가 심화되면서 가족이 더 이상 사이버문화의 동질화된 그룹이 될 수 없다.
IV. 사이버문화의 특징
1. 탈중심화와 가부장적 질서의 위기
정보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지역화(localization) 내지는 국지화이다. 중앙과 지방, 중심과 주변의 대립구조가 허물어지기 시작하면서 탈중심의 경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중앙중심의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각 지역이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공존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그리하여 전자민주주의 또는 사이버민주주의라는 말이 생겨난다. 과거에는 주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계층이 사이버공간에서는 중심에 서는 일도 허다하게 일어난다. 사이버공간에서 시민단체의 활동이나 소외계층의 활발한 움직임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버공간에서 청소년들의 활발한 활동은 바람직한 것이다. 과거의 경계는 허물어졌지만, 사이버공간에서는 새로운 경계만들기와 구별짓기가 시작되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화 또는 개별화의 경향으로 사이버공간에서는 한국가족의 특징인 가부장적 질서에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아버지의 권위 대신 부자의 대등한 관계가 요구된다. 남편의 우위 대신 평등한 부부관계가 이루어진다. 사이버공간에서의 활동의 단위는 개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다. 가족이나 친족과 같은 혈연공동체는 사이버공간에서는 의미가 크게 줄어든다. 그렇다고 공동체자체가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라 새로운 사이버공동체가 출현한다. 이 공동체는 과거의 공동체와는 차별성을 가지고 전혀 다른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부모들은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면서 대응해야 한다. 부모들이 신개념의 사이버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오히려 자녀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자녀들의 사이버공간에서의 활동을 이해하려면 서로 비슷한 공동체에서 활동하면서 비슷한 관심과 고민 그리고 갈등을 나누어야 한다. 기존의 사회와 사이버사회가 지나치게 격리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결국 인간이 사이버공간을 활용하자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새로운 공간이 목적자체가 아니라 수단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충분히 이용하여 인간중심의 사이버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2, 소유에서 이용으로
정보사회에서는 소유와 소유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사회 속에서 창출된 소유와 소유권의 개념을 그대로 사이버세계에 적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가 많다. 불법복제로 인한 지적재산권과 저작권 따위의 문제가 그러한 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정보와 지식의 속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현재 특정한 사물에 대해서 사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고 그 소유권을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누가 함부로 우리의 집에 들어와서 물건을 가져갔다고 하면 그 사람은 도둑이 된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서 정보와 지식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이용의 대상이다. 하나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따라서 돈의 가치로 계산한다면 그 정보의 가치는 매우 높다.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그냥 가져다 쓰기도 하는데, 그 때 죄의식도 없고, 그것을 훔치고 있다는 생각은 더욱 없다. 이처럼 지식이나 정보를 훔치고 있는데도 죄의식이 없는 것은 정보와 지식이 가지는 속성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훔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용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고가로 거래되는 지식이 사이버스공간에서는 지극히 저렴하게, 얼마든지 누구에게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 사이버공간이 주는 커다란 장점이자 매력인 것이다.
정보산업사회에서는 정보가 가치재로서 그 효력과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된다. 과거에도 정보는 여전히 중요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계층, 즉 권력을 잡은 사람들만이 정보를 독점하였다. 그러다가 대중교육이 확산되고, 매스미디어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정보의 독점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았다. 특권층만이 가지고 있었던 정보를 대중들도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서 인터넷이라고 도구가 출현하면서 정보의 대중화에 불을 당겼다. 앞서도 지적하였듯이 인터넷의 특징은 상호작용적이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네트워크이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도구의 출현은 정보산업사회에서 정보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의 차원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정보는 물질적이고 유형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무형적인 것이다. 이러한 것을 이제까지는 유형적인 것에 담아서 생산하고 유통했으며, 소비하였다. 예를 들면, 종이에 담아서 책으로, 필름에 담아서 영화로 만들어서 팔았다. 소비자는 정보를 살 때 책의 형태로, 영화의 형태로 담아진 것에 돈을 지불한 것이다. 무형의 정보를 담을 무형의 그릇이 없었기에 우리는 유형으로 만들어서 생산하고 소비하였다. 그러나 사이버공간과 인터넷이라고 하는 무형의 그릇이 출현하면서 정보의 생산과 소비는 크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인터넷선상에서 정보수집은 마치 바다 속의 고기를 낚는 것과 같고, 산 속에 들어가서 야생의 동물을 수렵하고, 식물을 채집하는 것과 같다. 누구에게 속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도 속한, 상태로 떠돌아 다니는 고기, 동물, 식물을 채집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제 수렵채집 경제로 다시 회귀하였다. 수렵채집경제 하에서는 배타적인 소유권을 내세우는 사람은 없었다. 자연자원에 접근하는 것은 개방적이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이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의 바다에 떠있는 정보를 수집하여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것이다. 그 이용권은 개방을 원칙으로 한다. 과거 산업사회에서의 소외계층이라고 해서 차별을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든 똑같이 그리고 얼마든지 접근이 허용되어 있다.
3. 신 권위체제와 자유주의의 조화
최근에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사이버문화를 바라보는 청소년과 학부모의 시각에 많은 차이가 있음이 지적되었다. 예를 들면, 청소년들은 사이버공간을 긍정적인 곳으로 바라보지만, 학부모들이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또 청소년들은 부모들이 자신들이 컴퓨터를 이용한 여러 가지 활동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를 없애주기 위해서 학부모정보감시단 단장으로 일하는 주혜경씨는 다음과 같이 제안을 하고 있다. "어머니들이 컴퓨터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우선 본인이 정보지식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고 21세기 시민으로서 사회의 큰 흐름에 동참하며 당당하게 자존심을 지켜야 하기 대문이고, 자녀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부모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부모와 자녀의 정보격차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된다. 특히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일만을 내세워서 자녀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인터넷세상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공간이다. 이 공간을 과거의 잣대에 매달려서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는 한, 자녀와의 격차, 갈등을 극복할 방법은 없다.
특히 부모들은 자녀들을 감시만 할 것이 아니라 지도를 하고 이끌어야만 한다. 온라인 선상에서는 현재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 기존의 권위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고, 대항 내지는 안티라는 이름의 대안문화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이버선상에서 청소년들이 이끄는 대항문화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부모들이나 기성세대가 더 이상의 책임과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은 사이버선상에서의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도록 하는 일이다.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비방하고, 모욕하는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일, 그리고 게임의 기본룰을 지키도록 하는 일 등이 부모들의 역할이다.
세계인들이 국경을 허물고 즐기는 컴퓨터게임에서 한국인들을 제외시켰다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였다. 세계의 게임머들 사이에 한국 게이머의 이미지는 대단히 나쁘다. 한국인들이 들어오면 게임을 망치고 나가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fair play 정신은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불리해지면, 게임전체를 뒤집고 자기는 빠져나간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함부로 상대에게 욕을 하고 나가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자 세계의 게이머들은 한국인들을 게임에서 제외시키는 고육지책을 마련하였다. 한국인들은 한국인들끼리만 게임을 하도록 조치되었다. 아무리 한국이 인터넷 선진국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우리는 진정한 인터넷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일상생활에서 부모들이 자녀에게 예절을 가르치듯이 사이버선상에서도 지켜야될 예의의 내용을 일러주어야 한다.
사이버공간은 무정부상태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유를 빙자하여 혼돈과 야성의 상태가 지속되도록 놓아두어서는 더욱 안된다. 신 개념의 권위체제가 확립되어 인터넷 이용자들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면서 활동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국가나 경찰이 개인의 활동을 통제하는 권위기관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선상에서는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고 인종과 민족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자유로움 때문에 얼핏 개인의 활동에 무제한적인 자유가 주어지는 곳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올바를 권위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사이버공간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권위는 국가사회에서 요구되는 타율적 통제를 기본으로하는 권위라기 보다는 자율적 제재가 더 중시되는 한 차원 높은 개념이어야 한다.
V. 맺는말
이 발표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부모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소외계층으로 전락하면서 자녀와의 사이에 발생하는 정보격차의 문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자는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논의하지는 못하였다. 보다 구체적인 조사보고서가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중복을 피한다는 뜻도 있고, 그 조사의 내용들이 대체로는 비슷비슷하여 차별성을 가진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도 있었다. 발표자는 사이버공간과 사이버문화의 특징을 통해서 정보사회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현재 드러난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학부모세대가 사이버공간에서 더 이상 소외계층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 오늘날 N세대의 대항문화의 뿌리를 캐보면 그 부모들이 군사독재를 무너뜨리고 이룩한 시민민주주의에 닿아있다. 따라서 세대에 따른 정보격차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길은 그리 힘든 것이 아니다. 사이버문화의 특징을 한 발자욱만 나아가서 들여다보면 그 해결책이 생긴다. 예를 들면, 사이버선상의 탈중심화현상이 가족 안에서도 가부장적 권위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녀들이 무조건적으로 평등한 관계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강제적이고 타율적인 복종을 싫어하는 것이지 권위 그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을 이끌어줄 새로운 권위를 그리워하고 있다. 진정한 권위는 통제와 강제를 통해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자율과 자유를 누리는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사이버문화를 바르게 가꾸는 길은 이러한 의미의 권위를 가진 학부모세대들이 이끌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