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내용은 보도된 뉴스를 바탕으로 각색된 추리소설입니다.
강민준은 정원 앞에 쌓인 화환들을 바라보며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말았다. 이수연이 옆에서 눈을 흘겼기 때문이다.
"여기서 피우시게요? 조문객들도 있는데."
"조문객은 무슨. 아무도 안 죽었잖아."
"그래도요." 이수연은 화환들 사이를 걸으며 리본에 적힌 문구들을 하나씩 사진으로 남겼다. "근데 이게 왜 사건이에요? 우리가 왜 여기 불려온 거죠?"
민준이 서류철을 펼쳤다. "용산어린이정원 개발 관련해서, 지난주 국토부 실무진 한 명이 실종됐어. 박선영 사무관. 개발 타당성 보고서를 작성하던 사람이야."
"실종이요, 아니면…"
"아직 몰라. 마지막으로 목격된 게 여기 근처야. 그날 밤 화환들 중 하나에 이상한 게 있었대."
이수연이 화환 하나를 가리켰다. 다른 것들과 달리 리본에 손글씨가 아닌 인쇄된 문구가 붙어 있었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사람이 거짓말할 뿐이다.
"이게 그거예요?"
"어. 실종되기 전날 박선영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랑 같은 문구야."
두 사람은 국토부로 향했다. 박선영의 책상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서랍 하나가 살짝 열려 있었다. 이수연이 안을 살폈다. 빈 서류철 몇 개와 메모지 한 장이 남아 있었다.
"'참새 떼는 왜 흩어지는가.' 이게 뭔 뜻이지?"
민준이 메모를 받아 읽었다. "은유 같은데. 자금이 빠져나가는 걸 참새에 비유한 거 아닐까."
동료 사무관 하나가 다가왔다. 이름표에는 조현우라고 적혀 있었다.
"선영 선배는… 원래 개발안에 반대하던 사람이었어요. 공원 부지 개발 타당성 보고서를 쓰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계속 부정적인 결론이 나온다고 힘들어했어요."
"어떤 결론이요?"
"주택 공급 효과보다 상징 자산 훼손에 따른 사회적 신뢰 비용이 더 크다는 거요. 근데 위에서는 그 결론을 원하지 않았죠."
이수연이 민준을 바라보았다. 뭔가 짚이는 게 있는 표정이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증권가로 향했다. 실종 사건과 무관해 보였지만, 박선영의 통화 기록에 낯선 번호가 하나 있었다. 추적해보니 한 자산운용사의 애널리스트, 윤태호였다.
"박선영 사무관을 아세요?"
윤태호는 커피를 마시다 멈췄다. "네, 몇 번 만났어요. 저한테 자문을 구했거든요.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어떤 자문이요?"
"세제 혜택으로 국내 투자자를 붙잡을 수 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안 된다고 했어요. 코스피가 흔들리고 반도체 대형주가 조정받는 상황에서, 세금 몇 푼으로 사람들 마음을 돌릴 수는 없다고요."
"왜죠?"
"신뢰는 세금으로 사는 게 아니니까요. 나스닥이 매력적인 건 세율이 낮아서가 아니라 안정적이라는 믿음 때문이에요. 박 사무관은 그 얘기를 듣고 뭔가 깨달은 표정이었어요. 공원 문제도 똑같은 구조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수연이 물었다. "구체적으로 뭐라고 하셨어요?"
"정책으로 억지로 붙잡으려는 순간, 사람도 자본도 떠난다고. 자기가 쓴 보고서에도 그렇게 결론 내렸는데, 그게 윗선 마음에 안 든다고요."
사흘 뒤, 박선영은 스스로 연락해왔다. 실종이 아니었다. 지방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잠적해 있었던 것이다.
"죄송해요. 그냥… 도망치고 싶었어요."
민준과 이수연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보고서 때문이었죠?"
박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쓴 결론을 윗선이 계속 고쳐오라고 했어요. 개발이 타당하다는 쪽으로. 근데 데이터가 그렇게 안 나왔어요. 공원을 훼손하면서까지 얻는 주택 공급 효과보다, 잃는 신뢰의 비용이 훨씬 크다고요."
"그래서 도망치신 거예요?"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어요. 근데 도망치면서 계속 그 생각이 났어요. 참새는 누가 쫓아내지 않아도, 위협을 느끼면 스스로 떠나잖아요. 저도 그런 거였어요. 이 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으니까, 자연스럽게 떠나고 싶어진 거죠."
돌아오는 길, 이수연이 물었다. "그래서 범인은 누구예요? 이번 사건."
민준은 잠시 말이 없다가 대답했다. "범인은 없어."
"네?"
"박선영을 몰아세운 사람도, 개발을 강행하려는 사람도, 세금으로 투자자를 붙잡으려는 사람도… 다 각자 자리에서 나름의 논리로 움직였을 뿐이야. 누구 하나를 잡아넣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였는데요?"
"신뢰를 만드는 대신 붙잡으려고만 한 거. 공원이든 증시든, 사람이든. 그게 진짜 문제였어."
이수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녁 하늘 위로 참새 떼가 대형을 이루며 날아가고 있었다. 누구의 지시도 없이, 스스로 방향을 정해서.
"그럼 이 사건 보고서엔 뭐라고 써요?"
민준이 씁쓸하게 웃었다. "범인 대신, 구조를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