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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미세먼지, 남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벚꽃이 흩날리는 것을 보면 새봄이 오기는 온 모양이다. 그런데 도무지 봄을 반가워할 수 없는 형편이다. 화사한 봄기운은 온 세상을 잿빛으로 만들어놓는 매캐한 미세먼지에 밀려나버렸다. ‘침묵의 살인자’라고 알려진 미세먼지의 피해는 심각하다. 단순히 우리의 기분을 망쳐놓는 정도가 아니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에서 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한 사람이 7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사드 문제로 껄끄러워진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세먼지를 확실하게 해결하고, 중국에게 할 말을 하겠다는 대선 주자들의 말은 믿을 수가 없다. 미세먼지는 겉만 번지르르한 구호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더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우리가 미세먼지에 의한 조기 사망자 세계 1위에 오를 수도 있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다.
먼지로 가득 찬 세상 지구상에 먼지가 없는 곳은 없다. 먼지의 공습이 어제오늘 시작된 것도 아니고, 실내와 실내의 먼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먼지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먼지가 우리에게 해로운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견뎌내면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반드시 미세먼지용 마스크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싸구려 마스크라도 착용하고, 어설픈 공기청정기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맨몸으로 먼지와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다만 밀폐된 실내에 ‘음이온’으로 포장된 오존을 마구 뿜어내는 엉터리 공기청정기는 경계해야 하고, 가능하면 자주 필터를 청소해주는 지혜가 도움이 된다. 먼지는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지구의 대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특히 건조 지대에서 모래 폭풍(sand storm)이 발생하면 엄청난 양의 먼지가 만들어진다. 매년 겨울철부터 늦봄까지 중국 서부 지역에서 발생해서 편서풍을 따라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실제로 황사는 신라의 기록에도 등장한다. 당시에는 황사를 ‘적우(赤雨)’ 또는 ‘토우(土雨)’로 불렀다. 모래 폭풍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현상이다. 사하라 사막의 모래 폭풍은 무역풍을 따라 유럽에 피해를 준다. 1930년대에는 미국 남서부의 사막에서 발생한 강력한 모래 먼지가 골칫거리였다. 중동 지역의 모래 폭풍도 심각하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만들어지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흙이나 모래처럼 큰 덩어리가 바람에 의해 부서지는 풍화(風化) 작용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화산 폭발이나 산불이 엄청난 양의 먼지를 대기 중에 쏟아내기도 한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꽃가루도 먼지이고, 동물의 털이나 식물성 섬유가 부서져서 먼지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강이나 호수에서 증발한 수분이 뭉쳐져서 만들어지는 안개와 같은 에어로졸(aerosol)도 먼지의 일종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먼지의 종류도 다양하다. 시골집 굴뚝에서 평화롭게 피어오르는 연기도 수증기와 그을음이 함께 뒤섞인 먼지다. 공장이나 대형 건물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먼지도 있고, 자동차 배기구에서 배출되는 먼지도 있다. 겨울철이나 이른 봄철에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비산(飛散) 먼지도 심각하고, 자동차가 운행하는 도로에서 발생하는 비산 먼지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건설 현장에서도 엄청난 양의 비산 먼지가 발생한다. 실내의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 우리의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角質)이 먼지가 되어 떠다니기도 하고, 조리 과정에서 많은 양의 먼지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내에서는 사람이 움직이기만 해도 먼지가 발생한다. 먼지에 의한 실내 공기의 오염도 대기 오염에 못지않게 심각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인간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에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대부분의 먼지는 코털에 의해 걸러지고, 코털에 의해 걸러지지 않는 작은 먼지는 기관지의 점막이나 끈적끈적한 점액질에 달라붙는다. 먼지가 많은 곳에서 활동을 하면 가래가 많아지고, 기침이 잦아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먼지에 대한 우리의 방어 기능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특히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가 폐까지 흡입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먼지가 기관지를 지나 폐 속으로 흡입되고 나면 다시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가 없다. 결국 폐렴과 같은 염증이 발생하기도 하고,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폐석회증’(일명 진폐증(塵肺症))이 생기기도 한다. 먼지에 포함된 독성 성분이 혈액으로 흡수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암과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해서 온갖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상 물질(particulate matter)을 비롯해서 가죽이나 목재의 먼지, 검댕과 담배연기를 모두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1군’(Group 1, ‘1급’이 아님) 발암 물질로 분류한다. 실제로 먼지는 침묵의 살인자인 셈이다. 먼지는 아무리 낮은 농도라고 해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먼지에 대해서 안전 기준을 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어쩔 수 없이 관리의 목표인 환경 기준을 설정할 수 있을 뿐이다. 먼지의 농도가 환경 기준 이하라고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혼란스러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분류 우리가 미세먼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환경부가 미세먼지에 대한 환경 기준을 처음 설정했던 1995년부터였다. 당시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 · 부산 · 대구 등 대도시의 미세먼지 수준은 도쿄나 LA보다 월등히 높았고, 3월말까지만 해도 24시간 기준으로 환경부가 정한 환경 기준인 150㎍/㎥을 초과한 날이 5일이나 되었다. 24시간 기준을 초과한 날이 1년에 3회 이하가 되도록 관리하겠다던 환경부의 약속은 처음부터 실현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2000년부터는 ‘초미세먼지’가 등장했다. 도심의 미세먼지 중에서 크기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나 된다는 환경부의 지적도 있었다. 특히 중금속으로 오염된 초미세먼지가 폐나 혈액으로 침투하면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진다는 경고는 섬뜩한 것이었다. 미국암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증가하면 암에 의한 사망률도 가파르게 늘어난다. 서울에서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탓에 매년 만 명에 가까운 주민이 조기에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런데 환경부와 우리 대기 환경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개념이 매우 혼란스럽다. 환경부에서는 먼지의 크기가 10㎛ 이하이면 ‘미세먼지’(PM10)라고 부르고, 그중에서도 크기가 2.5㎛보다 작으면 ‘초미세먼지’(PM2.5)라고 부른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PM2.5를 PM10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과연 환경부가 발표하는 PM10의 정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환경부만 알고 있는 비밀인 셈이다. 뒤늦게 문제를 인식한 환경부가 앞으로는 PM10을 ‘부유먼지’, PM2.5를 ‘미세먼지’라고 부르고, PM10과 PM2.5를 합친 것을 ‘흡입성 먼지’로 부르자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당연히 언론의 반응은 차갑다. 미세먼지 보도를 시작하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용어를 바꿔버리면 극심한 혼란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흡입하면 ‘폐까지 도달하고, 폐포를 통해 혈액으로 흡수된다’는 환경부의 설명도 어설픈 것이었다. 실제로 먼지가 호흡기의 어느 부위까지 도달하는지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먼지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작게 뭉쳐질 수 있고, 개인에 따른 편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설명은 환경부의 설명과 다르다. 미세먼지(PM10)는 세(細)기관지(bronchiole)까지 도달하고, 초미세먼지(PM2.5)는 기체의 교환이 일어나는 폐포(肺胞, alveolus)까지 도달한다는 것이다. 혈액 속으로 침투해서 인체의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입자는 초미세먼지보다 훨씬 더 작은 PM0.1이다.
경유차와 석탄 화력발전소 환경부는 경유차와 석탄 화력발전소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환경부의 주장에 따라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에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붓기도 했고, 노후 경유차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제도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상황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짓누르고 있는 미세먼지 중에서 자동차 배기가스의 기여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일 수가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환경부에서는 휘발유와 가스연료(LPG/CNG)를 사용하는 차량에서 대해서는 미세먼지 배출량조차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의도적으로 외국의 제도를 왜곡하기도 한다. 환경부는 영국 런던에서 시행 중인 저배출구역(Low Emission Zone)을 ‘경유차 진입 금지 구역’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런던의 LEZ는 경유차의 진입을 금지하는 구역이 아니다. 차종에 따라 유로 3(2000년 시행) 또는 유로 4(2005년 시행)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만족하는 차량은 연료의 종류에 상관없이 LEZ를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다. 환경부가 맹목적으로 경유차를 거부하는 이유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자칫하면 가스연료 업계와의 비윤리적인 유착을 의심할 수도 있을 상황이다. 실제로 환경부의 퇴직 관료가 가스연료 업계를 대변하는 협회의 수장을 맡는 것이 관행인 모양이다.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환경부의 지적도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석탄 화력발전소는 당진 · 태안 · 보령 · 영흥 · 하동 등 충남 이남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수도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석탄 화력발전소가 지역의 대기 환경에는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이동 경로를 정화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환경부가 내놓은 섣부른 주장이 괜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정부의 전력 수급 계획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황사와 중국발 미세먼지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우리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미세먼지의 80%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은 대기의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기 상태에 따라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다. 심증은 있지만 확증이 없는 셈이다. 중국 서부의 건조 지대에서 대규모로 발생하는 황사에 섞여 있는 미세 · 초미세 먼지와 중국 동북 지역과 서해 인근 지역의 대도시와 산업 지대에서 발생하는 미세 · 초미세 먼지는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하기도 전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해왔던 황사의 경우에는 중국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불평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제법으로도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는 문제다. 오히려 황사 발원지 근처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측은지심이 필요하다. 중국의 대도시와 산업 지대에서 발생하는 먼지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중국 정부가 정확한 자료를 공개해야 하고, 연료 개선 등의 미세먼지 감축 노력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가 중국에게 경제적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한 것은 아니다. 중국이 우리 환경부의 주장을 쉽게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과의 대화에 앞서 우리나라에서의 미세먼지 피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중국발 미세먼지의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정확한 자료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른 협상이나 보상 요구는 불필요한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황사와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하다. 편서풍을 따라 이동하는 대규모의 황사는 일반적으로 강풍과 함께 우리나라에 도달한다. 그러나 중국발 미세먼지의 경우에는 강풍이 불면 대기 중에 확산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기 마련이다. 오히려 중국의 대도시와 산업 지대에서 발생하는 중국발 미세먼지는 바람이 불지 않는 정체된 기단이 지구의 자전과 편서풍에 의해 우리나라로 옮겨오는 경우에 문제가 된다.
우리 땅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심각하다 실제로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 중에서 우리 땅에서 발생한 양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 땅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만 확실하게 관리해도 문제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과 이동 경로도 대기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통계는 크게 믿을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통계가 정확한 실측 자료를 활용해서 작성된 것이 아니다. 도로 · 농경지 · 나대지에서 발생하는 비산 먼지의 양도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고, 공장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양도 신뢰하기 어렵다. 자동차의 배출가스에 대한 통계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작정 위험하다고 호들갑을 떤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미세먼지 감축은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고, 실효성도 보장하기 어려운 일이다. 투자를 시행하기 전에 반드시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추진되어야만 한다. 미세먼지의 발생량과 이동 경로에 대한 실측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도로의 비산 먼지를 줄이기 위한 물청소와 진공 흡입 청소처럼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노력도 있다. 중국만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루 빨리 맑은 하늘을 되찾아야 한다. 이덕환 교수(1954.06.22.) 1983-1985 프린스턴대학교 PostDoc 1983 코넬대학교 이론화학 박사 1979/1977 서울대학교 화학과 석사/학사 2006.12~ 서강대 자연과학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2012.01~2012.12 대한화학회 회장 (제46대) 2013~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 2014.08~ 국제화학올림피아드 운영위원장 대한민국과학문화상(2006) 과학기술훈장 웅비장(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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