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낚시군의 이야기
글: 용문교
이 근래에 경추병이 심해서 몹시 고생했다. 의사는 될수록 컴퓨터에 앉아 있는것을 절제하고 야외운동을 많이 하라고 했다. 의사의 제의대로 잠시 컴퓨터를 멀리하고 야외에서 운동을 많이 하기 시작하였다. 근데 강뚝이나 걷고 광장이나 돌고 하는것도 한두시간 할수 있는 일이지 온 하루 시간을보낸다는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것이 낚시하러 다니는것이였다.
우선 어구점에 찾아가서 강가에가서 작은 고기들을 낚을수 있는 낚시대와 기타 소요되는 공구들을 어구점사장님이 선정해주는대로 마련하고 강 찾아 고기 찾아 낚시하러 나섰다.
첫 날, 나는 미리 점찍어 두었던 비암산기슭으로 갔다. 호기심이 동한 안해가 함께 낚시질을 구경삼아 함께 가겠다고 따라나섰다. 고기가 있을것 같이 생각되는 곳에 자리를 정하고 낚시에 미끼를끼워 강에 던졌다. 당금이라도 커다란 고기가 물려 나올것 같이 생각되면서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시간은 쉬임없이 흐르고 수면에는 잔잔한 파도가 아침해빛에 고기비늘처럼 일렁일뿐 낚시찌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세시간이나 낚시찌만 뚫어지게 바라보던 마음은 점차 허물져가기 시작했다. 아마도우리의 인내성이 바닥이 난것인지 이곳에는 고기가 전혀 없는것인지? 낚시를 건드리는 미동도 없으니 그 영문을 알수가 없었다. 그래도 낚시대를 가지고 강변에 왔다는것만 해도 성과라고 자아위안하면서 중천에 달아오르는 해님이 쏟아내는 불볕에 쫓겨 그 날은 아쉬운대로 낚시대를 거두고 집으로돌아왔다.
이튿날, 버들치가 많다는 선바위 밑 륙도하로 갔다. 그곳에 가니 낚시군들이 남긴 발자취가 많았다. 우리 부부는 낚시하기 안성맞춤한 곳을 잡아 낚시질하기 시작하였다.
낚시를 물속에 던져 얼마 않되어 낚시찌가 물속에 쑥들어 갔다 불끈 솟아나왔다 하는것이였다. 고기들이 미끼를 물어 뜯고 있었다. 우리는 기분이 물에 비낀 하늘의 구름처럼 흔들흔들 잔뜩 부풀어 있었다.낚시를 하늘에 피여난 구름속에 넣을가 아니면 산허리에 푸르청청한 수림속에 넣을가 하면서 두시간이나애썼는데 미끼만 떼우고 고기는 한마리도 낚지 못하였다. 이때 간밤에 늘여놓은 그믈을 거두러 온 한 중년사나이가 오더니 이것저것 묻고 보고 하더니 가방에서 자기가 쓰던 나머지 떡밥이 조금 있다면서 주는것이였다. 그가 준 떡밥은 고무처럼 되여버린 내가 만든 떡밥에 비하면 아주 연하면서 점성이 좋았다. 그 사람이 준 떡밥을 썼더니 얼마 않지나 처음으로 손까락만한 버들치가 물려 올라왔다. 우리는 <낚았다!>하고 환성을 올렸다. 비록 올라온것은 손까락만한 고기였지만 그 기쁨은 하늘의 별을 딴듯했다.
그날 우리는 한 사람이 한 마리씩 낚는것으로 낚시군의 첫 스타트를 떼였다. 정오의 뜨거운 불비가 쏟아지자 우리는 낚았던 물고기 두마리를 도로 물속에 던져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 날 우리는 집에서 거의 20킬로 상거한 석정쪽 해란강을 찾아갔다. 인젠 떡밥도 비슷하게 만들수 있었고 또 지렁이도 준비해가지고 가서 정황에 따라 쓰기로 하였다. 푸름한 아침, 안성맞춤한 곳에 자리를 정하고 물깊이를 맞추어 낚시를 물속에 넣었더니 얼마 안지나 꽤나 큰 마구어(马口鱼)가 하얀 몸체를팔딱거리며 걸려 나왔다. <잡았다!> 우리는 또 환성을 질렀다. 뒤이어 낚시대가 크게 휘면서 커다란 붕어가 물려 올라왔다. 그럼 그렇지! 남들이 다 낚는 고기를 우리라고 왜 낚을수 없단 말인가!
우리가 흥에 겨워 성공을 자축하고 있는데 우리 동쪽켠에 얼마 아니 떨어져있는곳에 있던 한 낚시군이방울소리를 내면서 릴낚시(海竿) 낚시줄을 감더니 강심에서 커다란 고기를 낚아올리고 있었다. 강심으로부터 버둥질치며 끌려온 고기는 한뼘반은 실히 될것같은 커다란 메사기였다. 그 낚시군이 다시 릴낚시를강심에 뿌려넣것은 보기에도 너무 멋지고 희한했고 부러웠다.
그다음날 나는 릴낚시대를 하나 샀다. 그런데 릴낚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묻지도 않았고 구조과기능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찾아 보지도 않았다. 낚시군들한테서 한번 설명을 들으면 알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아침 일찍 홀로 릴낚시대까지 가지고 강에 갔다. 이제 강에 가서 옆에서 하는 낚시군들과 물으려고작심했다. 헌데 공교롭게도 그날은 내가 간 곳에는 다른 낚시군들이 없었다. 그까짓것 몇번 실천하면서 터득하면 될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낚시군들과의 한담속에서 귀동냥을 해서 듣던대로 낚시대를 휘둘러 뿌렸더니 봉돌(연추)이 2-3메터밖에 나가 물속에 떨어주면서 드랙(낚시줄이 일정한 힘으로 풀려나가게 하는장치)이 돌오가는 소리가 까르륵하고 날뿐이였다. 같은 동작을 다시 해보아도 역시 결과는 같았다. 보통잘 나가면 3-40메터는 나가야 할 봉돌이 고작해서 2-3메터 코앞에 떨어지다니? 어느 장치인가 제대로 조작하지 못한것이 번연했다. 그래서 다시 이것저것 하나하나 장치들을 다른 위치로 돌려놓고 실험해보기 시작했다. 나는 이번에는 틀림없이 잘 될것이라 믿으면서 강 중심을 향하여 낚시를 힘껏 뿌렸다. 봉돌이 나가는 순간 무슨 힘이 낚시대를 탁 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힘인줄 생각할새가 없이 봉돌이30여메터 밖 물속에 쯍! 하는 소리를 내며 덜어져 들어가고 10메터 밖 다른 한쪽에 또 무엇인가 물속에 떨렁하고 떨어지는것 같았다. 무엇이 무엇인지? 낚시대를 당겨보았다. 허공이였다. 하느님 맙시사! 줄이 끊어져 나갔다. 다른 한쪽에 떨어진것은 낚시대에 집어놓았던 방울이였다. 방울은 원래 낚시를 물속에 고정한후 고기가 낚시를 물면 신호가 울리게 낚시대 끝부분에 달아놓는것인데 나는 몰라서 낚시를 던져넣기전에 낚시대에 집어놓았으니 자연히 뿌리워나갈것은 뻔했다. 무슨 일이든 도리를 모르고 무턱대고 실천한다는것은 과오만 빚어낼뿐이라는 상식을 무시한 결과였다.
여기서 물러설수가 없었다. 이튿날 어구점에 가서 다시 릴낚시 봉돌을 사면서 어구점 사장과 릴구조와사용방법을 상세히 문의하면서 배웠다. 그리고 안해와 함께 전날 같던 자리로 갔다. 손낚시를 물속에 넣은후 안해더러 손낚시를 보라하고 나는 릴낚시대를 맞추어 가지고 낚시를 뿌리는 실험을 하였다. 어구점사장님이 가르쳐준대로 30메터 남짓한 너비의 강에서 엇비슷이 강중심을 향해 힘껏 던졌다. 이번에는 봉돌이나가며 줄이 풀리는것은 알리는데 봉돌이 강심에 떨어지는 소리가 없다. 어디로 갔을가? 분명히 줄이 끊어지지 않았는데 낚시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줄을 당기며 줄따라 살펴보니 30메터 넘는 대안의 강버들 가지가 흔들흔들하고 있었다. 나미아미타불, 역시 끝장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낚시가 나무가지에 걸리면 깊은물을 건너가 풀어낼수도 없는 일이였다. 더구나 릴낚시는 낚시코가 크기도 하거니와 낚시 세개나 주렁주렁달아놓은것이였다. 낚시코 어느 하나라도 나무가지에 걸리면 울며 겨자 먹기로 줄이 끊어질 때까지 당겨야했다. 그래서 써뿔리 힘있게 당기지 않고 핸들(줄을 감는 손잡이)을 조심조심 슬슬 돌리며 천천히 낚시줄을 감았다. 천만다행이였다. 낚시코가 나무가지에 걸리지 않고 무성한 잎새에 걸려있어 낚시를 당겨올수있었다.
내가 한창 릴낚시대를 가지고 정식으로 던져넣고 낚시대를 고정하고 있는데 안해가 큰 고기가 걸렸다면서 다급한 소리를 쳤다. 내가 고개를 돌려보니 급해난 안해는 아예 낚시대를 바줄잡아 당기듯 쥐여당기고 있었다. 나는 급히 그렇게 하면 낚시대가 끊어진다고 소리치면서 달려갔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고기가 순순히 끌려오기 만무했다. 고기가 갑자기 방향을 틀며 힘껏 낚시대를 잡아채자 4.5M짜리 낚시대는 고기가 당기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앞 두번째 마디가 절렁 불러져 나갔다. 고기는 불러진 낚시대초리를 끌고 강심으로 유유히 도망치더니 낙씨대초리마저 보이지 않았다. 너무도 맹랑했다. 어쩌다 그렇게 큰놈이 걸렸는데…
큰 낚시대를 쓸수 없으니 릴낚시는 강심에 넣어둔채 그냥 3.5M짜리 작은 낚시대 하나로 낚기시작하였다. 우리의 참패를 위안이라도 하는지 얼마 안지나 낚시찌가 갑자기 물속으로 쑥— 하고 사선으로 들어가고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커다란 메사기임이 분명했다. 아니나다를가 낚시를 잡아채니 커다란 메사기가 요동치며 올라왔다. 낚시군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메사기는 먹이를 건드려 보고 무는 법이 없이 흔히 무작정 낚시채로 삼키는것이 보통이라 한다. 어떤 때는 낚시미끼외에 또 작으마한 물고기도 입안에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메사기의 탐욕스러움은 대탐관오리와 같다고나 할가. 그놈은 일단 먹이를 확정하기만 하면 주저없이 한 입에 먹어치우려고 하는데서 대탐관오리와 성격상에서 비슷한것 같았다. 안해는 환성을 질렀다. 금방 낙씨대를 꺾어먹은 서운함이 대번에 사라진듯 싶었다. 한참지나 이번에는 낚시찌가 천천히 쑥 올라오는것이였다. 그것은 틀림없는 붕어이다. 낚시군들은 붕어는 신사고기라 한다, 붕어는 메사기처럼 미끼를 덥석 물고 달아나는것이 아니라 먹이를 확인한 후 역시 주저없이 미끼를 흡인한다고 한다. 그리고 미끼를 물었다가 미끼외 땅땅한 이물질이 있으면 금방 물었던 미끼를 토해 놓기에 낚시찌가 올라올때채야 붕어를 낚는 비률이 높다고 한다. 어찌 보면 붕어는 아주 여유작작한 놈인것 같다. 마치도 탐욕스러우면서도 아닌보살을 하며 아주 로련하게 해먹고 점잖을 빼는 나으리 같은 신사적인 풍격이라고나 할가.
붕어를 낚는 사이사이 갑자기 낚시찌가 쑥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인차 또 쑥 올라오는 때가 다수이다.그럴때면 안해는 또 붕어가 물었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그것은 붕어가 아니라 낚시군들이 말하는 쌉싸리(麦穗라고도 한다.)라는것이였다. 이 놈들은 작게 생기다보니 입도 작고 담이 작고 조심성이 많아 미끼를덥석 물지 않고 조금씩 떼여 먹고 달아나군 한다. 그래서 몇번만 낚시찌가 상하로 움직이고 나면 어느새 미끼를 절단내고 만다. 마치도 담이 작아 크게는 못해먹고 눈치를 보아가며 작은 권리를 람용하며 사리사욕을 채우며 백성을 우롱하는 작은 부패나부랭이 같다고나 할가…
아무튼 이 세상에 메사기같은 탐욕스러운 놈들이나 아닌보살하고 점잔을 빼는 붕어같은 놈들이나 쌉싸리 같은 자질구레한 놈이나 그 성격은 모두 먹지 말아야 할 먹이를 욕심내는것이라는점에서 일맥상통한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먹을것인지 먹지 말아야 할것인지 판단하지 않고 요행수를 바라고 모험하는 놈들은 어느 때든지 낚시군에게 잡혀 멸망의 운명을 면치 못할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비록 낚시군이 나와 같은 아마추어 낚시군일지라도 낚시군이 낚시대를 거두지 않는 한 상황은 절대 달라지지 않을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날은 쌉싸리들의 성화를 받으면서도 붕어를 적지 않게 낚았다. 그래서 낚시대를 꺾어먹은 불쾌함도잊고 거둔 성과에 만족하여 개선가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 정도이면 인젠 진짜로 낚시군대렬에 발을 붙인 셈일가?
2015.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