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선주 작가의 첫 산문집 『저의 기쁨입니다 My pleasure』(푸른사상 산문선 55).
글로벌 기업의 해외 주재원 부인으로 여섯 개의 나라에서 보낸 시간과 그곳에서 만난 인연과 사건들을 솔직하게 풀어낸 수필집이다. 쉽지 않은 삶이었으나 그에게 모두가 기쁨이고 감사였음을 작가는 “My pleasure”라는 말로 표현한다.
2024년 9월 30일 간행.
■ 작가 소개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호주, 네덜란드, 이탈리아, 브라질, 러시아, 싱가포르에서 20년간 거주했다. 2022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저는 1991년부터 2021년까지 30년 세월을 우리나라와 해외 여섯 나라를 오가며 살았습니다. 남편이 기업체의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호주로 갈 때 당시 김포공항으로 배웅을 나왔던 친구가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가는데 영화에서처럼 챙 넓은 멋진 모자를 쓰고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했던 말은 지금도 저를 웃음 짓게 합니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다시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법인장으로 잇달아 발령이 난 남편을 따라 낯선 이국땅에서 사는 삶이 이어졌습니다. 여행지로서는 더없이 아름다운 나라였지만, 이방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일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그리고 향수병은 물론 회사와 주재원들의 일들로 긴장 속에서 살아갈 때가 많았습니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지혜를 발휘하며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분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브라질과 러시아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남편은 지역의 총괄로 일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50개국 이상의 법인을 책임진 남편에게 회사에서 특별히 전용기를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2021년 싱가포르에서 귀임하며 유목민처럼 살던 삶을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이러한 여정에서 제가 경험한 것들을 담은 것입니다. 해외 주재원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추천의 글
이 책은 글로벌 기업의 주재원 부인으로 여섯 나라에서 20년간 생활하면서 경험한 실생활을 진정성 있게 표현한 값진 책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해외 생활의 어려움과 보람, 남편에 대한 자부심, 가족을 대하는 마음을 사실적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작가 스스로가 내면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기업 주재원 가족들의 현지 적응을 위한 지침서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윤부근(전 삼성전자 부회장)
쉽지 않은 긴 해외의 삶은 그녀에게 모두가 기쁨이고 감사이다. 어쩌면 하느님에 대한 그녀의 신앙 고백이기도 하다. 신앙은 모든 순간 감사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금선주 작가의 글에는 슬픔이나 위기에서도 일상을 기쁨으로 승화시키고 받아들이는 삶의 진정성이 있다. 이 책은 그녀가 그동안 만났고 앞으로 만날 모든 시간을 선물로 받아들이게 하는 글로 가득 차 있다. 삶을 감사와 기쁨으로 채우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홍창익 비오 신부(천주교 대구대교구 효자성당 주임)
금선주의 글은 삶이 다가오고 삶을 향해 다가서는 순간의 열도를 놀라울 정도로 투명하게 보존하고 있다. 생동하는 글의 호흡과 맥박이 그 ‘순수한 현재’를 증명한다. 여섯 개의 하늘 아래에서 살아낸 긴 나날들은 환하고 벅찬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막막하고 아픈 이야기들도 담고 있지만, 삶을 껴안고 환대하는 작가의 특별한 능력은 그 모든 순간을 세상과 나누는 선물로 바꾸어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가 작가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정홍수(문학평론가)
■ 작품 세계
금선주의 작품 세계에서는 주어진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작가의 모습이 단연 돋보인다. 작가는 30년 동안 기업체의 해외 주재원 부인으로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삶은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차원이 달랐다. 작가가 영위했던 외국 생활은 언어와 문화와 역사 등이 한국과 큰 차이가 있어 현지에 적응하는 데 많은 애로를 겪었다. 그렇지만 작가는 가족은 물론 주재원들과의 공동체 의식으로 난관들을 지혜롭게 헤쳐 나갔다. 주재원들의 행복은 물론 회사의 발전과 국위 선양에 그 나름대로 기여한 것이다. (중략)
금선주 작가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자신의 환경을 끌어안는다. 자신과 다른 가치관이나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선입견으로 배척하기보다는 긍정하는 마음으로 관계를 맺는다. 마치 공자(孔子)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고 말씀한 것처럼 겸손한 자세로 배우며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혀 불안감이나 분노나 좌절감 등에 함몰되기도 하지만, 끝내 자신의 마음을 건져 올려 새롭게 출발한다. 하늘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믿고 사람답게 살아갈 만한 세상을 다른 이들과 함께 이루어가는 것이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책 속으로
“My pleasure!”……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고맙고 아름다운 그 말은 보석처럼 다가와 나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놓고 바라진 않았지만, 은근히 돌아올 칭찬이나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바라며 했던 선행이 위선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런 바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했었다. 그 후 다른 사람이 나에게 고맙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그분을 떠올리며 “저의 기쁨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듣는 사람이 좋아했고, 나 자신에게도 격려하는 축복의 말이 되어주었다. 나를 도와주고 순수한 기쁨을 깨닫게 해준 호주의 아저씨가 그리운 연둣빛 봄날이다.
(「저의 기쁨입니다!」, 31~32쪽)
교칙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했다. 문제가 됐던 정학이 무엇인지 퇴학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아이들이 무사히 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아이들을 위한 부모의 태도인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자녀들이 스스로 내면적 가치를 느끼고 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주된 역할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것을 위해 학교의 교칙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했다.
(「교칙 번역 프로젝트」, 1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