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는 길을 의미한다.
4월 27일 프랑스 남부도시 생장 피르포르에서 시작한 프랑스 까미노를
오늘 6월5일 아침 9시에 산티아고에 도착함으로 끝났다.
끝나지 않을 것같은 일정이 끝났다.
꼬박 5월 한달을 포함해, 40일간 걷는 일만 하면서 보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동작인 걷는 일만 하면서 보낸 셈이다.
어떤 생산적인 행위는 아무 것도 하지않았다.
단지 걷는 일만 생각하며 40일을 보냈다.
몇시에 일어나 몇 키로을 걸어 어디까지 가서, 어디에 묵을 것인지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하루를 이렇게 보내는 일은 어럽지 않은 일이다.
아니, 일주일을 이렇게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한달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 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이 길을 간다.
(내면을 찾아가는 길) 이라는 문구가 간간이 보인다.
아마도 현대 과학이 가지고 온 인간 상실..
뭐, 거창하게 생각 할 것없이,
먹고 사는데 바빠서, 아니면 낙오될까 두려워,
왜 살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오다 어느날 문득
왜 살고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
중년들이 자기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기위해 온다.
직장을 옮기는 중간 , 장기 휴식기간을 틈타 온 40대를 만나기도 했다.
우리 나라에서 직장을 40대에 그만 두었다면
재취업의 문제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생각이 많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어떤이는 노년에 삶을 뒤돌아 보기 위해 오기도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 까미노라고 말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죽음을 진지하게 바라 보겠다는 생각에 걷는 모습이 숙연해 지기도 한다.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들어 보이는 백발의 노인이 무거운 짐을지고
땅만 주시하며 걷고 있다.
소아마비인 할아버지와 같이 걷고 있는 할머니도 항상 할아버지와 보조를
같이하며 걷고 있다.
수지엄마가 천천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한번 스쳐 지나가면 다시 만나기
어려웠을 힘겹게 걷고 있는 사람과 여러번 조우하며 걸었다.
의외로 젊은 사람들도 많이 이 길을 걷는다.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 장기여행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걸어 가야하니 차비가 들지 않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알베르게가 잘되어 있고, 1박에 6유로 (8천원)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물가가 저렴하고,
오래된 역사적인 길이라 가는 곳마다 유적지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작은 마을에서 마주치는 12세기 성당의 모습이나,
템플 기사단의 성벽을 보면서 중세의 삶을 생각하기도 한다.
더욱이,많은 젊은이들이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이 길을 찾으니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이 길를 걷고 있지만,
순례자라는 본래의 의미는 찾기 어려웠다.
분위기가 그렇다는 말이다.
포도주 값이 저렴해 저녁식사로 매일 포도주 한병씩 마시고 있는 젊은이도 있고,
시끄럽게 떠들면서 질주하듯 걸어가는 아이들도 많다.
또한 생각보다 한국 사람이 많아, 좋은 기분은 아니였다.
기분 나쁠 이유야 없지만,
많은 서양 사람들이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왜 여기에 한국사람이 많냐고 묻는다.
약간 비아냥대는 투다.
동양사람의 90%가 한국인이다.
중국인도 일본인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왜 서양문화에 열광하냐는 투로 들리기도 했다.
중국인은 거의 없을 정도이고, 일본인은 약간, 대도시에서는 일본 단체 노인
관광객을 몇 번 만난적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인의 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40일 중 초반 20일간은 이국적인 전경에,
피레네 산맥을 오르며 보이는 프랑스 시골의 목가적 풍경과 잔설이 남아 있는 국경을 도보로 넘어가는 체험도 이색적이었다.
나바라, 리호하 지방의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 유체밭 그리고 포도밭길을 걸으며 깨끗하고 풍요로운 농촌에 부려움을 느끼며 초록의 지평선을 보기도했다.
작은 마을에서 마주치는 견고하고
화려한 성당과 석조로된 도로와 성벽을 보며 중세 서양의 작은 도시의 모습에 흥분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북부 지방의 높고, 넓은 평야 매세타을 가로지르는 지루했던 길도,
후반 20일간의 어려웠던 과정을 초반에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
하루에 25키로 이상 걷던 우리 속도는,
결국 몇 일 간의 휴식을 취해야 했고.
래온1일, 사리아 2일.
휴식을 취한 후에도 좋아지지 않아
조금씩 걷는 방법으로 바꾸어 험난한 길을 좌초했다.
어쩌면 래온에서 까미노를 포기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했다.
래온은 전 구간의 3/4을 지난 지점이었다.
초반 20일간 걸은 거리가 와 후반 20일간 걸은 거리의 3배가 된다.
그 때까지만 해도 큰 산을 두 개나 더 넘어야하는 부담도 남아 있었지만,
다시 올 수 없는 이 길에 후회스러운 감정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수지엄마가 몇 일을 두고 말하지 못한 ,
그만 여기서 걷는 것을 포기합시다. 라는 말을 듣고 싶기도 했다.
내가 수지엄마 배낭을 앞에 매고, 작은 가방 만을 수지엄마가 매고 하루에 12ㅡ13키로 정도의 일정으로 걷기 시작했다.
초기에 만났던, 프랑스 부부, 이미 프랑스에서 생장까지 800키로를 걸어 온 후 걷고있는 62.63세 부부.
케나다 퀘백부부, 알 파치노와 같이 생겼다고해서 그렇게 불렸던 부부, 케나다에 살지만 부인은 영어를 잘못했다.
브라질 부부, 50대로 세계여행을 다니는 힘이 넘치는 부부, 산티아고에서 다시 포루투길을 걷는다고한다.
미나언니,네델란드 무용수 출신의 할머니.
그리고 바로셀로나 할아버지 두 사람 프란세스크와 빼뽀 .
호주에 살고있는 중국 아이 루어친 과 케나다 유학생 대만 두 여자아이,
모두 우리와 같은 속도로 걷기에 만나고 해어지고, 그리고 다시 같은 알베르게에 묵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과 해어지고,
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해어졌다.
뒤에 출발한 사람들이 계속 우리를 추월해 감으로 ,
우리는 매일 새로운 사람과 만났다.
75세에 태극기를 배낭 뒤에 붙이고 다니던 슈퍼 할아버지,하루에 35ㅡ40키로를 걷는다.
계성고 70세 퇴직교사는 비록 짐을 택배로 매일 보내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까미노을 걷고 있었다.
사리아에서 부인의 관절이 좋지않아 포기하고 돌아 가는 중년의 독일 부부가 자신이 쓰던 스틱 중 하나를 수지 엄마에게 주었다.
아마도 스틱이 없었다면 이 곳까지 걸어 오지 못했을 거다.
만나고 해어진 한국인이 수없이 많았다.
대구에서 온 부부. 헌신적인 부인과 과묵한 남편.술 좋아하고 두번째 카미노를 걷고있는 진주 54세 중년. 춘천 40대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농민, 부인이 환자라 혼자 온 70세 , 인색한 78세 노인부부, 엄마와 같이 온 젊은이 두팀. 케나다로 이민간 우리와 동갑내기 약사부부. 양띠 쌍둥이 자매. 분당성당 식구. 혼자 뒤뚱대며 걷고있는 처녀.
그리고 수없이 만났다가 앞서간 청년들,
산티아고에 같이 들어 온 언니가 관절이 좋지 않아 고생하던 자매,
힘겹게 걸어 가고 있는 수지엄마를 보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도와준다.
세계 각국의 다리 통증에 좋은 약은 다 발라보고 먹어보는 호사를 누렸다.
자신이 가지고 온 연고를 아낌없이 발라 주고 약을 주고 간다.
프랑스 할머니 세분은 가던 길을 멈추고 연고를 정성스럽게 발라주고 간다.
브라질에서 온 자원봉사자는 우리에게 본국에서 가지고 온 돌을 하나씩 주고 간다.
우리를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한다.
산 정상을 지나던 새벽, 지나가던 키가 큰 미국인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배낭을 내려놓고 무엇을 열심히 찾는다.
그에게도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풀고 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약을 꺼내는 것으로 알았는데 , 책갈피에 소중하게 보관한 네잎크로바를 주고간다.
카미노는 사람을 가족처럼 생각하게 하는 순수함이 있다.
무엇인가를 주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잊고 살아 온 본연의 인간성이 이 길이 그에게 가르처 준 그 무엇인가 보다.
그들에게는 분명 우리가 까미노의 한 장면이었을 꺼다.
까미노는 그 길보다, 그 위를 걷고 있는 사람이 까미노이다,
다리를 절며,끌며, 기우뚱하게 배낭을 매고 쓰러질듯 걸어가는 사람이 길인 곳이다.
아침해를 등에 지고, 자신의 그림자를 길게 밟고 가는 사람이,
타버릴 듯 뜨거운 태양 아래 힘겹게 하루를 서둘러 마감하기 위해 다리를 끌며 가는 사람이
진정한 까미노의 모습이다.
결국, 모든 문제의 답이 사람인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사람을 대신 할 수 없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준 많은 약을 래온에서 만난 케나다 약사에게 보여주고
증상에 가장 적합한 약을 고르게 한 후 , 그 이후 그약만 복용했다.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경험이기는 하지만,
이 길, 까미노에 너무 그럴듯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그냥 걷는 길이고, 오랫동안 걸었던 길이다.
카미노 졸업장. 크리덴살. 주국향 과 이남연
숙소 앞 성당.
대 성당 주변의 작은성당.
흰옷 셔츠를 입은 불가리아에서 온 아가씨와 카미노 친구.
산티아고 대 성당
대 성당 좌측
광장에서 본 대성당, 보수 공사중
처음 도착한 순례자는 광장 중앙에 누워서 대성당을 보거나,
카미노 친구끼리 깊은 포웅을 한다.
대성당 우측입구
대성당 우측
대성당 광장앞 건물
광장 앞 상가 거리
산 미구엘 성당
골목안 작은 성당
대 성당 광장앞 호텔
첫댓글 부엔 까미노! 수지어머님 그리고 이 남연친구! 40일의 도보여행?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아픈 몸 잘 추스려서 남은 여행일정 즐겁게 소화하시기 바랍니다. 많이 부럽습니다! 화이팅!!!
수고많았네. 완주 축하하고...
무조건 푹 쉬고 원기 회복후 다음 일정을 진행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서울에서 봅세^^
사랑하는 벗 병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