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컨디션 : 3.아프지 않기 위해
“ 내 기분을 내가 어떻게 하지 못하겠어요. 어떨 때는 내가 이러다가 정말 미치는 것 아니야 싶은 마음이 들어서 무서워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정신과에서는 우울증이라고 하고, 엄마는 제 성격 때문이라고 하는데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한번 돌면 자해하고 죽고 싶은 마음밖에는 안 들어요.”
자살 사고는 정신과에서도 아주 심각하게 다루는 주제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당사자에게 죽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으로 무겁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남겨진 유가족이나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한 어머니는 자녀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의 삶은 우리 아이가 목숨을 끊을 때 같이 사라진거예요’ 이는 타인의 삶도 죽음으로살아도 사는 삶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아픈 존재인가? 아픈 이유에 대해서는 각자 다르기도 하지만 공통의 주제들이 있다. 위의 사례는 잘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해도 안되고 못 할 것 같은 불안감으로 아무것도 못한 체 은둔형 청소년 시기를 지내다가 청년기에 들어오면서 다행히 이성 친구를 만났으나 지나친 의존적 만남으로 위로 받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타인의 위로는 늘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나를 사랑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 다른 이성 친구를 만나는 건 아니야’ 나를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사랑해 주길 바라지만 상대방도 누군가의 교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관계를 안정적으로 하고 싶은 또래 청년인 것이다. 갈등은 생길 수 있고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취약한 사람들의 관계는 집착적이라 결과가 안 좋다.
인간은 서로에게서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고 싶고 자신이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아플 수밖에 없다.
아기가 엉금엉금 기어 겨우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잡으려고 하는데 그 물건을 가져가 보라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아기는 당황하고 울어 버린다. 다시 시도 하지만 여러번의 시도가 실패를 하면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더 이상 힘들게 기어 가 원하는 물건을 가지려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의 행동이다. 아기는 자신의 몸으로 논다. 이유는 몸은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아기는 12개월이 넘으면서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을 마치고 내 것이라는 자아가 형성되고 이러한 자기인식은 내 것이라는 독자적 삶을 시작한다. 걷기를 자유롭게 하면서 독립을 위한 작은 준비 단계를 마쳤다는 뜻이다. 그런데 몸은 나의 것이나 외부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물리적 충족요건을 갖추지 못한 탓에 다시 의존관계를 학습한다. 의존을 통한 욕구 해결 단계에서 신뢰를 형성하고 오지 않으면 불신이라는 불안감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양육자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며 자란다.
건강한 성장은 대부분이 양육자의 몫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의존의 비율이 점차적으로 비율이나뉘어지고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하지만 사실은 부모님으로부터 받고 사는 삶이 더 좋다. 청년들이 독립 시기가 되어도 캥거루족들 처런 살고자 하는 것도 나가보니 부모로부터 받는 것 보다 못하고 자신의 노고가 힘들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독립, 자유와 노력, 노고와 상충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엄카를 사용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도 이러한 독립 시기에 다시 리그레션 되어 아이로 퇴행한 현상이다. 다시 돌봄을 받는 아이 시절이 오히려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문제는 외부적인 조건은 의존적인데 반해 자신의 일상은 간섭받고 싶지 않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과 갈등은 지속 될 수밖에 없다. 이때 부모님이나 자녀들 사이에 냉철한 합의가 필요하다. 갈등은 병을 부른다. 처음에는 마음의 병으로 시작하여 스트레스나 갈등의 수치가 높아질수록 심리적, 정신적인 병으로 이완된다. 견딜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가면 인간은 순간적으로 극한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무기력 감정은 누적되면 만성 우울감으로 들어가고 사는 게 귀찮아지고 삶에 희망이 없다는 감정으로 귀착된다. 이는 너무 슬픈 일이다.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려운데 이러한 병 진단을 받으면 나는 다시 어디로 가야 하나 희망을 잃게 된다. 다시 생각해보면 사는 건 별일 아니다.
특별한 게 없다.
그런데 우리는 대단한 것 특별한 것이 있다는 착각을 하고 이러한 자기 착각으로 인해 자신이 아무 것도 할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지옥으로 몰아간다. 지난번 글에 적었던 것처럼 자신의 삶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고 조금은 따사롭게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