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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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가 많다. 때로는 이 여행지들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기도, 때로는 왜 알려지지 않을까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그 어떠한 곳보다 아름다운 여행지가 제주 곳곳에 여전히 숨어있고, 나는 그 여행지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오늘 소개할 세 곳의 숲도 많은 사람들이 현재 잘 알지 못하는 비밀스럽고도, 소중한 장소였다.
선흘리 비밀의 숲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4140-5
나는 어쩌면 제주의 숲에 반해 1년이 넘도록 제주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은 제주라는 곳을 겉핥기로 경험하고 싶어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로 시작해 3개월만 살려고 했으나, 현재는 집, 그리고 차까지 모든 것을 가지고 제주로 이주했다. 물론 직장까지.
제주의 숲은 제주살이를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내가 제주로 이주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번에 발견한 세 개의 숲,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선흘리 비밀의 숲'은 제주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웠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몰랐으면 좋겠을 정도로 소중했다.
이 숲은 길 전체가 후박나무로 둘러싸인 약 1km가 조금 안되는 숲이다. 이 숲은 마치 가을동화 같은 순수한 드라마에 나올 법한 모습을 하고 있고, 그 모습은 그 어떤 숲보다 제주스러웠다. 짙은 초록도, 그렇다고 옅은 연두색도 아닌 그 중간에 서있는 풀잎과 빛이 들어오는 모습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나무 기둥은 이 숲을 더욱 신비롭고, 몽환적으로 느끼게 했다. 이름 그대로 비밀의 숲처럼.
선흘리는 이런 아름다운 곳이 많다. 동백동산, 비밀스러운 의자 동굴, 그리고 가을에 피는 메밀밭까지. 그 어느하나 버릴 것 없이 아름답다. 만약 제주 여행을 한다면, 함덕 해수욕장과 가까운 선흘리를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후박나무
높이 20m 정도로 자라며 수피는 갈색으로 껍질눈이 있고, 어린 가지는 녹색을 띤다. 나무가 늙으면 노목은 수피가 비늘 조각처럼 떨어지는 특징을 가진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가지 끝에서는 돌려난 것처럼 보이며 도란형 또는 장타원형으로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이 모습은 현재 미적으로 추구하는 굴곡과 곡선의 완성체라 볼 수도 있다.
서광동리 곶자왈 생태탐방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산6
서광동리 곶자왈 생태탐방로는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적절한 길이를 가진 숲이다. 약 2.4km로 한 바퀴를 크게 돌면 20분 남짓의 시간이 소요되는 숲으로 아침에 산책을 거닐기에, 또 밤에 숲을 탐방하기에 알맞은 길이었다. 밤에 숲을 탐방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곳은 청수 곶자왈처럼 따뜻한 여름밤에 반딧불이가 숲을 아름답게 밝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이 숲을 밤이 아닌 비오는 날 찾았지만 말이다.
서광동리 곶자왈 생태탐방로는 비와 잘 어울리는 숲이었다. 밤에 찾아와 반딧불이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에 비 오는 날 숲을 거니는 것도 좋아하는 나는 이 숲을 낮에라도 거닐기로 했다. 믈론 선택은 역시 옳았다.
서광동리 곶자왈 생태탐방로에 비는 음식의 맛있는 치즈와 같았다. 그냥 보아도 아름다웠겠지만, 비가 오니 초록빛은 더욱 짙은 색으로 변했고, 흙길은 더욱 붉게 변했다. 또한 숲은 더욱 강하게 자신의 숨소리를 내뿜었고, 작은 곤충들은 비를 피해 풀 밑에서 하모니를 이루었으며, 풀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기분 좋은 상쾌함을 선사했다.
밤에는 반딧불이가 빛나고, 비가 올 때는 더욱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지는 서광동리 곶자왈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신비스러운 숲이었다. 만약 여름에 제주를 여행한다면 20분 정도만 이곳 숲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곶자왈
곶자왈은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지대로 제주어 '곶'과 '자왈'의 제주어가 합성되어 만들어졌으며, 암괴들이 '불규칙하게 널려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동,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곳인 곶자왈은 제주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원래라면 곶자왈은 난잡한 암괴 지대라 경작이 불가능하여 개발로부터 격리되었기 때문에 버려진 땅이라 불리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경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곳 곶자왈의 가치가 중요시되기 시작했다. 버려진 땅은 현재, 오히려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잘 보존되어 생태계의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되었다.
호빗의 집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1429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호빗의 집이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올 것 같은 이 집은 정말 뜬금없는 곳에 뜬금없이 서 있다. 그것도 아름답고 몽환적인 모습으로. 제주 서귀포를 여행하다 이 집을 만난다면 아마 눈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제주에는 녹차밭이 여러 곳에 많이 펼쳐진다. 한라산이 만든 중산간은 녹차들이 살기에 알맞았고, 그렇기에 좋은 품질의 녹차들이 제주에 많이 생성된다. 이 녹차밭 옆으로 아주 살짝만 움직이면, 갑자기 분위기가 제주에서 뉴질랜드로 바뀐다. 초록 잔디와 풀이 마치 위장을 하듯 감싸는 '호빗의 집', 물론 이곳은 여행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여행의 트렌드가 바뀌는 지금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다운 인생 사진을 건지기에는 알맞은 장소였다.
제주엔 이렇게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많은 여행지들이 우리를 반긴다. 나는 이런 곳이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며 제주에 살면서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알리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