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길라잡이>
안식일 다음 날 아침, 예수님의 무덤으로 달려간 제자들은 그곳에서 예수님을 찾지 못했다. 그곳에는 빈 무덤만 있었고 그들은 죽음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요한 복음이 전하는 이 아침의 모습은 참으로 덤덤하다. 스승의 죽음에 대한 슬픔도 찾아볼 수 없고, 부활의 기쁨도 느껴지지 않는다. 여인의 부산함과 제자들의 달음질 속도만 느껴진다.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겠는가. 손발이 뚫린 채 나무에 매달려서 몰아쉬다 무겁게 내쉰 예수님의 마지막 숨이 여전히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데, 그 처참함이 어찌 비어있는 무덤으로 씻기겠는가.
기쁨이 솟아나기에는 아직도 슬프고 어두운 밤이다. 칠흑을 다 밀어내기에는 아직 그 빛이 희미하다. 하지만 제자들의 달음질을 통해 커가는 희망이 드러난다. 새날의 빛이 점점 밝아지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선명하게 드러나듯, 무지로 알아보지 못했던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 그리고 그 가르침이 이제 제자들의 삶이 될 것이다. 제자들은 부활한 예수님의 영광을 닮은 빛이 되어 세상을 비출 것이다.
외로움과 우울, 절망과 아픔 속에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해 예수님께서는 그 길의 끝에 가장 먼저 다다라 새날을 열어 주셨다. 모든 어둠을 무덤에 묻고 빛이 되셨다. 나의 부족함으로 어둠 속에 스스로 묻혔던 나도 이제 예수님과 함께 무덤 밖으로 나와서 산 이들의 자리로 나갈 것이다.
사람마저 생채기를 내는 가시처럼 여겼던 약하디약한 사람인 나를 예수님께서는 무덤에 두지 않으시고 용감하게 다시 사랑하라고 생명이 빛 앞으로 데려가셨다. 그래서 그 무덤에서는 예수님도, 나도 찾을 수가 없다. 이제 생명의 빛이신 예수님과 함께 세상을 향해, 세상 안으로 나아가 사랑의 삶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