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의 빛깔은 선명한 주홍빛으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치 화려하다. 길고 가느다란 줄기에 얹힌 둥글고 커다란 꽃잎이
바람이 불 적마다 나비가 날개를 파르르 떨 듯 흔들리는 모습은 자못 선동적이기까지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귀비꽃은 풍문으로만 전해졌다. 어느 시골 주민이 그저 꽃이 예뻐서 길렀는데 어느 날 영문도
모르고 경찰서에 붙잡혀 갔다더라. 아편의 원료가 되는꽃이 있다더라. 하는 다소 무서운 내용이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시청이나 구청에서 조성하는 화단에 버젓이 양귀비꽃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았을 땐 매우 혼란스러웠다.
양귀비꽃은 아편의 재료인데 공공기관에서 기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짦은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알고 보니 공공기관 화단에서 피는 양귀비는 양귀비가 아니라 개양귀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약 성분이 없는 관상용
양귀비를 "개양귀비"라 부르는데 옛날 사람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원래와 다른것의 이름을 지을때 접두사로 "개" 자를 붙였다
옛날 사람들이 진짜와 가짜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가르는 기준은 참 명료했다. 바로 사람이 먹을수 있냐 없냐로
구분지었다. 그렇게 지어진 이름 중에 대표적으로 "개꽃" 이 있다. 철쭉을 가리키는 말이다.
진달래에 참꽃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철쭉을 개꽃이라고 하대한 이유는 진달래는 먹어도 좋지만 철쭉은 독성 때문에
먹을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오리지널과 비슷하게 생겨지만 오리지널은 아니라는 의미로 "개" 를 붙이기도한다.
"개떡"이 그런 경우다. 요즘에야 쌀가루에 쑥을 버무려 만드니까 쑥떡이라 부르는 것도 맞지만 옛날에는 보릿가루나
메밀가루에 버무려 만들었기 때문에 쑥떡이 아니라 쑥떡 흉내를 낸 "개떡" 이었다 쑥이 날 즈음이면 보릿고개여서
집안에 쌀 한 톨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만든 "개떡" 은 떡은 떡이되 떡이 아닌 떡처럼 맛있고 배를 채우기엔
제격이었다. 개양귀비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름이 지어졌을것으로 사료된다.
오리지널인 양귀비꽃처럼 아편 성분은 없지만 양귀비꽃만큼 아름답고 예쁘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처럼 미모가 빼어난 꽃의 이름이 "개양귀비"라니 어감이 좋지않다. 아니나 다를까
"개양귀비"에는 다른 예쁜 이름이 있다 바로 "우미인초" 이다. 양귀비꽃이 당 현종이 사랑한 여인의 이름에서
온 사실은 익히 알고있다. 우미인은 초나라 영웅 항우가 사랑한 여인이다. 항우가 유방의 군대에 쫓기다
사방으로 포위됐을때 항우는 어떻게든 적진을 뚫고 나간다지만 문제는 우미인이었다. 항우가 마지막 술잔을 들며
우미인을 걱정하는 시를 읊자 우미인은 스스로 그의 아픈 마음에 답가를 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훗날 우미인의 무덤에는 예쁘고 가녀린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그 꽃을 "우미인초" 라고 불렀다.
양귀비꽃과 우미인초 중국을 대표하는 미인들의 이름을 따온 유래를 통해 이꽃들이 얼마나 어여쁜 꽃인지 알수있다.
양귀비꽃의 꽃말은 "위안" 과 "망각" 우미인초의 꽃말은 "속절없는 사랑"이다. 두 미인에 얽힌 사연에 어울리는 꽃말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동안에는 위안을 얻고 세상살이 시름을 잊을 수 있지만 인연이 다하면
첫댓글 인연이 다하면 속절없어지는 바로 그 사랑 말이다. 문득묻다
그땐 다시 사랑을 찿아 삼만리입니다.
사랑 찾아! 인생을 찾아~~~♡♡♡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참나무, 참나물, 참깨, 참이슬...
좋은 것은 참을 붙였네요.
요즘 애들 말로 "개- " 접두어는 엄청,정말로,너무 등 강조어로 쓰인답니다 ㅎㅎ
세상사는 인연이 다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