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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
시 낭송회를 치르고 힘이 들어서 누워만 있다가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올려놓는 시 낭송회 후기 포스팅입니다. ^^ 즐감하세요!
ㅡ 시작 전 무대 모습 ㅡ
ㅡ 첫 순서 클라리넷 연주 / 클라리네티스트 박찬균 / 반주 김향미ㅡ
업드려 절하세 외 캐롤 2곡
ㅡ 자작시 낭송 / "새로운 시간 앞에 서서" / 시인 김주혜 ㅡ
새로운 시간 앞에 서서
김주혜 아버지, 어느새 가을도 끝자락에 들어서 그 많던 잎새들도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때 푸르렀던 시간들 비바람 먹구름에 젖었던 시간들 상처뿐이었던 시간들이 붉게 물든 저녁하늘처럼 곱게 차려입은 만상의 가을산처럼 평화롭고 아름답게 이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요 풋풋하고 아름다운 가지를 내밀어 연초록의 시간을 만들고 짙푸른 잎새를 볼 수 있는 기다림의 계절이 있기 때문이지요 기다린다는 것은 또 얼마나 설레는 것인지요 아버지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고해소 같아요 가슴 속 저 깊은 곳에 쌓인 한의 눈물 앙금처럼 가라앉은 상처들 늙고 병들어버린 빈 가지의 허허로움을 새로운 시간으로 열어줄 당신의 손길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버지, 새로운 시간 앞에 서서 기도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땅에 거름이 되고 다시 새봄에 새순을 돋게 하듯이 우리의 아픈 영혼도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날 것을 알기에 한 해를 보내는 이 자리가 새로운 삶으로 넘어가는 것임을 깨닫게 해 주신 아버지, 사랑합니다.
ㅡ 자작시 낭송 / "겨울 시편" / 시인 김경성 ㅡ
겨울 시편 김경성 한겨울 날아드는 철새 떼는 전깃줄부터 팽팽하게 튜닝을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마음 열고 있는 여러 겹의 줄을 오동나무 공명판에 걸어 놓고 바람이 연주를 시작하면 가야금산조 들판을 가로지를 때 저수지의 물결마저 일시 정지하여 제 몸 위에 얼음을 올려놓고 새들의 그림자를 받아낸다 춤을 추는 산사나무, 붉은 열매 후드득 떨어뜨려 겨울 교향곡의 악보를 그려대고 고요를 감춘 저수지, 큰 북을 두드리는 한 무리 새떼들을 한꺼번에 날려 보낸다 대숲에서는 *마라카스 낮은 소리가 비바체로 흘러나오고 이렇게 또 한 해가 떠나간다고 하얀 편지 한 장 가슴에 안겨오는 한 해의 저물녘이다
*통 속의 재료를 흔들어서 음을 내는 악기
ㅡ 자작시 낭송 / "12월의 달력" / 시인 박강남 ㅡ
12월의 달력 박강남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도 지나 겨울은 이미 문 앞까지 왔는데 손 흔들며 멀리 달아나는 늦가을을 만나기 위해 황황히 다녀왔던 청량사 국화는 유난히 붉었어
햇살도 창백한 12월 시간을 쪼아 먹던 달력 속 까만 숫자들이 영락없는 철새 떼다 매월 사리 때가 오듯 새 달이 사붓이 왔다가 포로록 날아간 곳은 아무도 모르고 도톰하던 달력은 나뭇잎인 양 한 장 한 장 떨어져 자폐에 든 앙상한 겨울 한 채다
누군들 보내놓고 그리워 한 일 없으랴 구송폭포 앞에서 함빡 웃던 날이 어느새 아득히 먼 옛일 같아 사나흘 폭설에 발길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할 때 지난가을에 말려두었던 산국을 우려내 따뜻한 기억 한 잔 내놓아야겠다
한 해의 능선에서 지그시 눈을 감은 태양은 깊은 생각에 잠겨있고 끝이 말린 한 장 달력 속에는 침묵하던 새들이 움쩍움쩍 날아오를 기세로 일제히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ㅡ 자작시 낭송 / "가장오래된 기억 너머로 내리는 눈" / 수필가 이진화 ㅡ
가장 오래된 기억 너머로 내리는 눈 진화 이경희
문풍지 떨리는 창호지문 밖에는 온종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젊디젊은 어머니는 큰 대접에 함박눈을 수북이 담아 음력 동짓달이 생일인 동생의 돌상 위에 올려놓았다 복건을 쓴 동생이 돌상 위에서 붓을 들었고 세 살짜리 나는 수저로 눈을 떠먹었다
고드름을 따먹고 함박눈도 그릇에 담아먹던 시절 가난한 초급장교의 집에는 모처럼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을 뛰어넘으며 다시 눈이 내린다 어머니, 어느새 그 머리 위에 함박눈이 쌓이고 붓을 들었던 동생의 머리에도 싸락눈 흩날리는데 눈이 소담하게 담겼던 그릇에는 눈물이 자작하다
이제는 아무도 눈을 떠먹지 않고 높아진 처마 끝 고드름에 손을 뻗지 않지만 함박눈 내리는 창가에 밝혀진 촛불은 여전히 아련하다 노엘 이제 곧 성탄절이다
ㅡ 캐롤듀엣 / "화이트 그리스마스" / 테너 김정환. 엘토 박헤경 ㅡ
ㅡ 엘토 박헤경 ㅡ
ㅡ 테너 김정환 ㅡ
ㅡ 작고시인 박두진 명작시 / "아기 예수 나심" / 낭송 / 성우 조장희 목사 ㅡ
아기 예수 나심 박두진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우리들 오늘 누구나 스스로의 삶의 의미 스스로가 모르는 흔들리는 믿음과 불확실한 소망 사람이 그 말씀대로 사랑할 줄 모름으로 불행한 이 시대 어둡고 외로운 쓸쓸한 영혼을 위해서 오시네.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우리들 오늘 이 세계 눌린 자와 갇힌 자 빈곤과 질병과 무지에 시달리는 자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는 자 진리와 그 의를 위해 피 흘리는 자 마음이 청결하고 화평케 하는 자를 위해 오시네.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그 십자가 우릴 위해 못 박히신 나무틀의 고난 사랑이신 피 흘림의 영원하신 승리 죽음의 그 심연에서 부활하신 승리 성자 예수 그리스도 우리들의 구세주 베들레헴 말구유에 오늘 오시네.
ㅡ 작고시인 김현승 명작시 / "크리스마스와 우리집" / 낭송 / 성우 정부용 ㅡ
크리스마스와 우리 집 김현승
동청 가지에 까마귀 열매가 달리는 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 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 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 마을 밖의 우리 집.
은접시와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 웃는 우리 집. 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 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집.
우리 집과 같은 베들레헴 어느 곳에서, 우리 집과 같이 가난한 마음과 마음의 따뜻한 꼴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 예수님은 나신다. (*冬靑:사철나무)
ㅡ 작고시인 박목월 명작시 / "성탄절을 앞두고" / 낭송 / 성우 정부용, 조장희 목사 ㅡ
성탄절을 앞두고 박목월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내외가 돋보기를 서로 빌려가며 성경을 읽었다. 눈이 오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마태복음 1장 2장 "읽을수록 그 신비 그 은총 너무나 감사해요." "아멘." 그리스도의 탄생 안에서 우리는 거듭나고 차분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었다. 이 연령에 범죄할 리 없을 것 같다. 그럴수록 남은 여생을 얼룩 없이 살기를 다짐하며 우리들의 앞길에도 순결한 축복의 눈이 쌓이고 깨끗하기를 간구한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가까왔군요." "그렇군." "올해 성탄절에는 성가대에 끼어 우리도 큰 소리로 구주 예수 오셨네를 부르며 골목을 누벼볼까요." 함박눈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성탄절 새벽의 경건한 아침 공기가 방 안에 서려왔다.
ㅡ 자작시 낭송 / '탄생, 빛이 일어나다" / 시인 최창일 ㅡ
탄생, 빛이 일어나다 최창일
별들이 수놓는 시간 창문을 연다. 한사람의 시인이 태어나면 하나의 별이 탄생한다 한다는데
오늘은 수많은 별빛들이 빛의 가루를 뿌리는 밤 샤론의 붉은 장미 고개 들어 손짓하며 웃는다. 메시아, 어둠을 깨우는 이 탄생하였다 별들도 분주히 동방 박사를 안내한다.
햇무리 달무리 별무리의 숨결이거나 숨결의 속에 사는 지상의 모든 것들이 꽃잎에 앉은 그대의 마음이 되고 세상 모두 구원의 시간이다.
불빛들이 유리 꽃처럼 후드득 거리는 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들어 연분홍 꽃잎이 아름다워라 소리친다. 황금과 유황과 몰 약을 올리는 탄생의 시간이여.
이젠 멈춘 세상을 다시 움직이는 메시야의 영광이여! 아 잠들지 않는 성찬을 나누는 메시아의 탄생이여!
ㅡ 솔로 / "오 거룩한 밤" / 테너 최명세 / 반주 김향미 ㅡ
ㅡ 자작시 낭송 / "주여. 새해에는" / 시인 윤준경 ㅡ
주여, 새해에는
윤준경
주여, 지난 한 해는 따뜻하였나이다 봄에 돋은 풀은 꽃피도록 무성하고 마음속 물고기의 비늘도 푸르렀나이다 주여, 새해에도 나의 하늘에 파랑새를 날게 하시고 가지마다 꽃망울 터뜨려 더욱 실한 열매로 남게 하소서
저의 뿌리가 속으로 세배나 더 깊게 하시고 바람에 날리는 겨가 되지 않도록 말씀의 사슬로 굳게 묶어 주시옵소서
사랑의 말은 먼저 하게 하시고 미움의 말은 끝내 입에 담지 말게 하시며 넘치되 겸손하게 하시고 모자라되 비굴하지 않게 하소서
저를 위해 예비해 두신 인생길, 어둠의 길목마다 빛을 밝혀 주셨나이다 받은 복을 헤아리게 하시고 기쁨의 찬양이 샘솟아 믿는 자의 본이 되게 하소서
주여, 새해에는 오직 감사, 감사뿐이게 하소서 눈부신 아침과 어두워 쉴 수 있는 저녁, 오늘 살아있음과 살아있음으로 겪는 고난마저도 감사로 받게 하소서
ㅡ 자작시 낭송 / "성탄에 십자가를 생각하며" / 신광수 목사 ㅡ
성탄에 십자가를 생각하며 신광수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 주님은, 우리의 모든 죄를 짊어지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위해 골고다로 향하셨습니다.
사람들의 조롱과 질시 한 몸에 받으시며 죄인처럼 끌려가시던 주님!
갖은 심문과 고초로, 창세전부터 예정된 십자가조차 힘에 겨워 하셨습니다.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에게 십자가를 대신 지게 하리만큼 연약해지셨던 주님.
가슴 치며 슬피 울며 주님 뒤를 따르던 큰 무리의 여인들에게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시던 주님!
우리는 지금 주님의 사랑의 화살이 필요한 세모를 지나고 있습니다. 삼손의 머리카락에 불어 넣어주셨던 그 능력을 이 백성들에게도 부어 주시옵소서!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는 주님! 오늘 한국의 광야에서 부르짖는 이 백성들의 함성을 들으시옵소서 진정 모세의 기적의 지팡이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이 백성들이 큰 소리로 외칩니다.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그의 나라와 의를 위하여 울라
“예수께서 돌이켜 그들을 향하여 이르시되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눅23:28)
ㅡ 자작시 낭송 / "농부의 회한" / 시인 조규수 ㅡ
농부의 회한 -2016년 송년에-
조규수
새싹이 솟아 날 때 농부들의 마음은 풍년이었다 가뭄에 목말라 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많은 양, 좋은 질의 열매를 기다리며 풍년가를 부르며 작은 일은 작은 대로 큰일도 작은 일로 생각하며 평년작이라도 설마설마 하며 믿었다
가을이 왔다 기대했던 수확보다는 벌레 먹고 썩어빠진 겉 푸른 속을 보는 순간 농부들은 횃불을 들고 지지기 시작했다
비와 눈을 벗 삼아 밤을 여의며 하늘을 향해 소리 지르고 땅을 치며 한탄하고 속이 터져라 울며 씨앗을 잘못 선택한 내 탓이라는 회한을 한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파란 은행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얼마나 속이 상하고 아팠으면 파란 잎으로 지고 빨간 단풍이 아닌 검붉게 타서 떨어져 간단 말인가
바람에도 꺼질 줄 모르고 점점 뜨거워지는 울화 같은 횃불 2016년을 보내야 하는 농부는 아프다
하늘보다, 땅보다, 잘난 놈들 보다 횃불을 들고 나선 농부부터 울어야겠다 2016년 송년에는 ......
ㅡ 자작시 낭송 / "업어주세요" / 시인 이덕수 ㅡ
업어주세요 이덕수
우리는 누군가를 업어주기도 하고 업히어 살아간다 업어주는 일 업히는 일 이것이 사는 것이다 좀 더 무거운 사람 좀 더 가벼운 사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업어주고 싶지 않은 사람 업히고 싶지 않은 사람 그래도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가슴을 등에 맡기는 일 믿는다는 것도 그에게 업히는 일 우리는 혼자 살 수 없다 내려놓고 싶지 않은 사람 내리고 싶지 않은 사람 새해에는 그렇게 업어주고 업히어 살 일이다
ㅡ 명시 낭송 / "12월의 엽서" ㅡ 이해인 / 낭송가 장혜자 ㅡ
12월의 엽서 이 해인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고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요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 하는 제가 올 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 밤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요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눈을 순결하게 마음을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요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옛날이여!" "오라,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ㅡ 씽어롱 / 겨울나무등 동요, 캐롤, 13곡 / 관객모두 함께 ㅡ * 코러스 / 김정환, 박혜경 *
ㅡ 진행, 기타 / 박재천교수 ㅡ
ㅡ 피아노 / 전명찬교수 ㅡ
ㅡ 휘날레 / "We wish your merry christmas !!!" / 출연진 다함께 ㅡ
ㅡ 관객들과 성탄인사 "메리 크리스마스 !!! " ㅡ
친구들아! 길고도 긴 포스팅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위의 시인들의 고백처럼 우리 모두 더욱 새로워지고, 더 많이 행복해지며, 더 많이 웃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 친구들아~~ 지난 2016년 한해 동안도 감사했습니다!
HAPPY NEW YEAR !!!
ㅡ 2016년 12월 30일, 강오리 올림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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