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178 북쪽으로 여행을 떠나다 셋째 날 (3)
리조트에는 커다란 잠을 통이 매달려 있고 주인은 없다.
“어떡하지?” “날이 저물어서 다시 저 산을 넘어 갈 순 없어.”
제각기 불안한 얼굴로 낙담을 하고 있는데 저만치 밭에서 일하던 아주머니가 다가오며 유창한 영어로 소리를 지른다.
“관리인이 문을 잠그고 자기 집으로 갔소.”
관리인의 집은 저 앞마을에 있다고 한다.
때 마침 지나가던 청년 하나가 우리 얘길 듣고는 자기가 관리인에게 연락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어쩜 이리 친절할까?
이렇게 먼 오지인데도 초등학교는 물론 National High school도 있다.
기다리는 동안 조금 더 마을 쪽으로 걸어 올라오니 공터에서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큰 봉지의 사탕을 꺼내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려는데 그들이 너무 부끄러워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쉽게 받지를 못 한다. 이렇게 순진하다니..
드디어 관리인 내외가 서둘러 돌아오고 우리는 너무 좋아서 만세를 불렀다.
큰 욕탕 가득 흘러넘치는 뜨거운 물에서 김이 솟아오른다.
온천물이 너무 뜨거우니 그곳을 흐르는 계곡 물을 호수로 연결해서 어느 정도 온도를 맞추어 놓는다.
참 아까워서 마음이 편치 않다. 뜨거운 물도 찬 물도 어느 것 하나 막아 놓지 않아서 주야장창 흘러넘치고 있다. 사람이 있건 없건 물을 쓰건 안 쓰건 뜨거운 물은 그대로 흘러 들어오고 찬 물도 그대로 흘러오게 되어 있다.
리조트에서도 뭔가 먹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쌀 밖에 없다고 한다. 밀렛과 함께 궁한 대로 이것저것 섞어서 국물을 만들었는데 그릇조차 없어 물 컵에다 하나씩 받아 놓는다.
날아갈 것 같은 알라미 쌀밥에다 그 국물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추억이고 행운이라는 생각에 즐겁고 감사하다. 하마터면 차 안에서 밤을 보낼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내일이 보름이란다. 크고 둥근 만월이 방갈로의 지붕 위로 휘영청 밝다.
우리는 밤 열한 시가 넘도록 따뜻한 탕 안에서 모처럼 우리만의 오봇한 시간을 즐겼다. 노래도 부르고 secret 얘기도 해 가면서 맘껏 웃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첫댓글 정치 하는 놈들과 먼 곳의 민심은
순수하고 다정할 수 밖에 없지요.
그곳의 인심은 그래도 살아있네요
고국땅엔 그런 인심 찾기어려워쪘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