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 / 최종호
악어는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킨다. 이때, 턱관절이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눈물이 나온다고 한다. 결코 잡아먹는 동물이 불쌍해서 흘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품을 크게 하면 눈 가장자리가 촉촉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정치가들이 동정심을 얻으려고 거짓으로 흘리는 눈물을 비유적으로 일컬어 '악어의 눈물'이라고 한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아홉 시경,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군 관매도 부근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을 포함하여 총 299명이 사망하고 다섯 명이 실종되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보고받고 지시해야 할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는지 보이지 않다가 일곱 시간이 지난 오후 다섯 시가 넘어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났다.
그녀의 초췌한 얼굴과 초점 없는 눈빛을 본 국민들은 어리둥절했다. 사고가 일어났던 그 시각에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왜 그런 모습이었지 언론에서는 추측성 보도를 쏟아 냈다. 진실은 아직까지도 가려져 있지만 위급 상황에서 지도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책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도 일어났으면 어쩔 뻔했는가?
참사가 일어난 지 34일 만에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도중에 구명을 돕다 죽은 분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다가 약간 울먹이더니 오른쪽 눈에서 눈물 몇 방울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닦거나 눈자위를 찍어 내지도 않고 한참 동안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다. 국민들은 이런 기이한 행동을 보고 의아해했다. 언론과 야당 정치인들은 위선적이라며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판했다.
현직 대통령과 부인 김 여사는 숱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차치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 해병 사망 사건과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국정 인사 개입, 2022년 보궐 선거에서의 공천 개입, 대통령 관저 공사 무면허 불법 시공, 정자 미등기 설치 및 사우나 증축 등등 여러 사건과 연루되어 있고 법을 무시한 행위가 드러났다.
지난 7일,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 이어 기자 회견을 했다. 국정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20% 아래로 내려가자 급하게 마련된 자리였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와 경북에서마저 평균에 밑도는 지지율이 나온 터라 더 이상 미적거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부산에 있는 절을 찾아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한 바 있기에 성난 민심을 다독이려는 속셈이라는 것이 빤히 보였다.
언론에서는 이미 형식적인 회담에 그칠 것으로 예견했다. 어떤 내용과 태도로 임하는지 궁금해서 한 시간 남짓 지켜보았다. 한마디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국민들이 듣고 싶었던 얘기는 하지 않고 장광설을 늘어놓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사과한다며 고개는 숙였으나 구체적으로 누가 무엇을 잘못해서 그런지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국정 기조의 변화와 인적 쇄신도 기대할 바 없었다. 특검도 반헌법적이며 야당의 정치 선동이라며 거부권을 시사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의 신뢰도가 바닥이다. 국정을 잘 못 운영하고 있다는 응답은 70%가 넘는다. 대학 교수들은 연달아 시국 선언을 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 단체는 탄핵과 특검, 하야를 외치고 있다. 대다수 시민들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폭발 직전이다. 역사는 진실과 정의의 편이리라! 공정과 정의를 내세웠던 정권이 스스로 그 가치를 무너뜨렸으니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 같다. 염치는 물론 양심도 없는 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