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선유도 여행
어디로 가서 어머니를 즐겁게 해 드릴까 고민하다가 이 번에는 군산과 선유도에 1박 2일로 다녀왔다. 여동생 생일과 어머니 생신이 일주일 간격으로 있어 겸사 겸사 생일을 축하 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먼저 간 곳은 경암동 철도 길이었다. 집과 철로가 너무나 가깝게 붙어 있어서 무척 놀랐다. 기차 가 올 때 마다 사람들이 깜짝 깜짝 경기를 일으킬 것 같다.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주로 옛날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그런데 구경만 할 뿐 별로 사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이어서 간 곳은 역사박물관이다. 군산이란 곳이 일제시대 호남평야에서 생산되는 쌀이나 물건들을 일본으로 빼돌리려 만든 계획도시였던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그 흔적들이 현재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기사에서 본 적이 있던 적산가옥이 있는 동네로 이동했다. 시내가 그다지 크지 않아서 몇 바퀴 도니 금방 어디가 어딘지 감이 잡힌다. 일제시대 역사가 남아 있는 적산 가옥이 있는 동네에 오니 마치 일본에 온 듯하다. 그래도 집이 참 아늑하고 정갈했다. 굉장한 부자가 살았던 집인 것 같았다. 이런 집에서 살려면 손이 부지런해야 할 듯하다. 사택으로 사용했던 집은 지금도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다. 아담하여 이런 집이라면 나도 충분히 관리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어서 군산을 찾는 여행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개스트 하우스인 고우당에 가 보았다. 아름다운 곳이었다.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와서 하룻밤 묵으면 참 좋을 것 같다.점심이 다 되어 바로 앞에 있는 군산 복집에 가서 복요리를 먹었다. 이 집도 일본 집이다. 복 지리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길 양옆으로 일본집들이 아직도 줄지어 있다. 대부분 음식점들이었다.
군산에 사는 후배 선생님이
“선생님! 여기 생선은 생선도 아니에요. 우리 고향에 가면 생선이
이~~만큼이나 커요. 그리고 얼~~마나 싱싱한데요. 그런 것만 먹다 여기 생선은 못 먹겠어요”인정!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싱싱하지 크기도 실하지 요리도 잘 해 놓아 맛있지 후배 선생님의 말에 이제야 내 고개를 끄덕여진다. 군산 음식이 모두 맛이 있었다.
‘맞네 . 정말 그런 말 나올 만 하네’
오후엔 미술관도 가고 외곽에 있는 은파 호수에도 갔다. 미술관은 실망스러웠다.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한 것인가? 이성당 빵집은 안 가려 했는데 동생이 원해서 갔다. 역시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 빵을 사 왔다. 거 봐 별거 아니지? 내가 가지 말자고 했잖여. 선유도에서 묵을 줄 알았는데 비교적 시설이 좋은 군산 외곽 비응 항구에서 하루 잔다고 한다. 비응항을 우습게 보았는데 그게 아니다. 수많은 어선들이 모여 있었다. 섬으로 나가는 항구이다. 군산횟집이라고 서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회를 시켰다. 가격은 셌지만 언제 또 와 보겠는가? 떡 벌어지게 한 상 차려 세 모녀가 저녁을 먹는다. 청하도 한 병 시켰다. 하룻 저녁 묵으니 여유가 있네. 그런데 의외로 어머니가 술을 꽤 드신다. 우리 아버지가 하도 술을 많이 드셔서 질린 나머지 그동안 술은 쳐다 보지도 않았단다. 아버지는 왜 그리 어머니 속을 썩였을까? 옛날에 맨날 우리한테 아버지 뒷담을 엄청하셨다. 어머니는 딸들에게 은연 중에 남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내가 젊은 날 연애다운 연애도 못 해 보았다는 거 아닌가? 나의 아쉬움이다. 모든 남자들이 다 아버지 같은 줄 알았으니 말이다.
어쨌든 어머니는 딸들에게 그렇게 털어 놓아 그나마 속을 풀으셨다. 상한 맘을 누구에게 호소할 수 있었겠는가?
너무 이것 저것 나온 음식을 드시더니 정작 회가 나오니 못 드신다. 배가 너무 부르다는 것이다. 부두를 산책하고 우리가 묵을 숙소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세 모녀가 이야기를 나눈다. 피곤하셨는지 금방 잠이 드신다. 다음날 아침식사 후 새만금을 버스로 드라이브하고 고군산 열도를 관람하고 부두로 왔다. 부안 쪽에서 새만금을 보았는데 이 쪽은 처음이다. 굉장한 기술이다. 요즈음은 다리를 놓아 섬도 아니라고 한다. 이번엔 배를 타고 선유도에 갔다.
선유도는 길이 너무 협소하여 버스가 들어 갈 수 없다고 한다. 선유도에 있는 관광용 봉고차를 타고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게 전부였다. 집라인(? 맞는 표기인가?) 시설이 있는 해수욕장에 잠시 머물고 싶었지만 배 시간이 촉박하여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니까 선유도 여행은 별로였다. 내려서 모래사장 산책이라도 했으면 싶었는데... ...
훗날 또 오지 뭐.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걸로 나는 만족이다.

옛날 철길 마을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역사관에서

적산가옥



군산 만의 맛! 서해안의 회

게스트 하우스 고우당

고군산 열도

비응항

군산의 맛 간장게장

선유도
첫댓글 60대 후반에 함께 여행하실 수 있는 어머님이 계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큰 복이라 생각되는구나. 살아생전 효도를 잘 하는 딸들로 어머님 마음이 흐뭇하시겠어. 나도 이다음 이렇게 건강하게 딸들과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어머님을 비롯하여 동생도 언니도 모두 미인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