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과 주차대란 설움 끝나나 재건축 3대 대못 다 뽑혔다.
서울경제, 이수민 기자, 2022. 12. 8.
재건축 추진의 발목을 잡던 ‘3대 규제’(분양가상한제·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안전진단) 가운데 마지막 대못으로 꼽히던 안전진단 기준까지 완화됐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 4년여간 안전진단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노후 아파트 25개 단지 가운데 14곳이 재건축이 가능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년간 막혀 있던 서울 등 주요 지역의 재건축이 속도를 낼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12월 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안전진단 점수를 구성하는 총 4가지 평가 항목 가운데 가중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춘 것이다. 대신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불편을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인 ‘주거 환경’과 ‘설비 노후도’의 가중치를 각각 15%에서 30%, 25%에서 30%로 올렸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층간소음이 심할 경우, 배관 파손이 잦은 경우 재건축을 예전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입주민들이 아무리 불편을 호소해도 구조적으로 ‘아직 버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재건축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1. 평가항목 가중치 조정, 재건축 즉시 가능한 점수 낮춘다.
또 국토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는 대상의 범위도 좁히고 그만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규정상 안전진단에서 30점 이하를 받으면 즉시 정비사업 착수가 가능한 ‘재건축’, 30~55점은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받아야 하는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는 재건축을 추진할 수 없는 ‘유지보수’로 판정한다. 그러나 개선안은 45점 이하를 재건축으로 판단하고 45~55점만을 조건부 재건축에 넣는다. 이와 함께 앞서 유지보수로 판정받은 곳들도 평가 항목별 가중치 비중이 달라진 만큼 안전진단을 다시 받을 경우 재건축이 가능해질 수 있다.
아울러 국토부는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을 받은 단지에 대해 2차 안전진단을 의무화했던 현행 규정을 바꿔 지자체가 적정성 검토를 요청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사실상 2차 안전진단을 폐지한 셈으로 2차 안전진단까지 거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중복 투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적정성 검토를 요청할 만한 사례에 대해 “안전진단시 샘플 수를 잘못 산정하거나 필요한 시험을 거치지 않은 경우, 시험을 실시했지만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 등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2. 2차 안전진단 ‘있으나 마나’ 될까. 민간 진단 기관 역량 강화할 것이다.
정부가 2차 안전진단과 관련된 결정 권한을 지자체에 모두 넘기면서 2차 안전진단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장이 ‘표밭’인 입주민들의 뜻에 반해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지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자체의 권한이 강해지면 정치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민간 진단 기관이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교육과 컨설팅을 강화하고 정기 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3. 목동·상계동·1기 신도시 등 탄력 받을 것, 위축된 시장 반등은 어려울 듯하다.
전문가들은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몰려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이나 노원구 상계동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사업 속도를 낼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주택 공급의 80%가까이 차지하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 속도를 앞당기는 것은 무엇보다 주택 공급 효과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목동과 상계동·방이동 등을 수혜 지역으로 꼽았다.
다만 예전처럼 재건축아파트가 이끄는 ‘상승 랠리’는 펼쳐지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임병철 부동산 R114 팀장과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안진진단이 정비사업의 초기 단계에 해당되고 고금리 여파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어 거래 시장에 온기가 돌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날 발표한 안전진단 개선안에 대해 “밭에 뿌려 놓은 주택 공급의 씨앗”이라며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가도 여름이 되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만들어 놔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