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밤 하늘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눈에 불을 쓰고 번쩍 거리더니
억수 비를 쏟아 붓습니다.
소낙비의 회초리질에 어디를 얼마나 얻어터졌는지.
아파디지겠다고 깨갱대는 갱아지의 싫은 소리가
여간 신경 거슬리는 게 아니지만
'밤. 지금은 잘 잘 때! 라는 것을 고수하며 누워만 있었지요.
천둥. 번개 치는 우레에도 잠자코 자는 체 하던 딸아이가.
갱아지의 비명엔. 기어코 나 모르쇠! 하던 나를 일으켜 세웁니다.
마당에 불을 켜고 개 짖는 사정을 추렴하니/
멍청한 개자식이 소낙비에 뚜들겨 맞덜 말고 개집구석으로 들어가 자빠져
잘 일이지.
먼개지랄로 집 바깥에 나와서.
굵디굵은 묽은 회초리질에 고스란히 얻어터지면서
아파지겠다고 개소리를 합니다.
"멍멍이가 비 맞기 싫다고 저러는데 어떡해요? 엄마?"
개목 줄이 어디에 꼬인 것도 아니고. 즈집구석으로 들어갈 만도 하건만
매칼없이 나와서 빗줄기에 얻어터지고 있는 개꼬라지가
얄밉도록 멍청헌녀러
갱아지를 도와줄 인정머리가 ,내 뱃속에서는 안 생겨납니다.
"내비둬라.. 개 같은 놈……. 멍청해서 비맞는게 개 팔자니까."
벽락이 노리고 있는 쇠 우산! 을 쓰고
치를 떨며 불을 쓰고 쏟아내는 빗속을 뚫고 가서
비 맞고 있는 개자식을 집안으로 끌어들일
대자대비!를 나에게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을 딸도 알고 물론 나도 압니다.
다시 잠자리에 누워 이런 생각 잠기어 날 새기를 기다립니다.
새벽이 밝아오면…….
멍멍이를 위한.
아니 될 집착을 떨궈내야 할 것 한 가지.
옮기면 행여 죽을까봐 그냥 방치한 체 근심의 키만 키우던
개집 문 앞을 가로막고 비쭉이 나 있는 코스모스와 민들레. 해바라기 형제들을 죽든 살든.
모두 이사시켜야지.........
언제 그쳤는지 천둥 번개소리도.
회초리 같은 빗줄기소리도.
깨갱대던 멍멍이의 엄살도.
어둠속에 삼키어
밤의 살을 찌우고 있습니다.…
첫댓글 멍멍이가 천둥소리에 놀랬나봐여^^...나도 한밤중 천둥소리 빗소리에 잠 깨어 잠을 못이루었답니다...
난 멍멍이처럼 소리 치치도 않고 비에 젖지 않았어도...
그밤 몸도 마음도 쉽사리 내려놓치 못하였으니...
마녀님^^
장마의 밤은 불연듯 비를 쏟아내기도 하고
지독하게 덥고 습하니...
무던히 참고 견뎌야하느니...
천둥 번개치는 못된 날씨 때문에 멍멍이도 혼자 잠들기가 무서웠나 봅니다.
멍멍이가 엄마개와 함께 였더라면 늘 외로웠을밤이었건만....
멍멍이 빨리 키워서 시집, 장가 보내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