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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영양소가 든 식품이 아닌 개별 영양소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영양 환원주의’라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식품 영양소의 역할을 파악하면 그 영양소가 든 식품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렇게 되면 ‘생선에는 항염 영양소가 들어 있으니까 생선은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한다’ 같은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런 가정이 유효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우리 식단이 그렇게 환원주의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 내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 증상 개선에 효능이 있는 이노시톨이란 영양소가 유명 에너지 드링크에 들어 있다’며 치료제로 팔아도 나를 믿겠는가? 대부분은 이런 말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생선이 염증성 질환을 치료한다는 말은 거리낌 없이 믿는다. ‘자연’ 치료법처럼 보인다고 ‘영양 환원주의’ 관점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래봤자 영양 헛소리이다.
_P85~86 ‘2장 음식은 약이 아니다’ 중에서
러스티그는 인슐린이 지방 저장을 촉진하고 지방 대사를 줄이므로, 살찌게 만드는 큰 원인은 탄수화물이고, 따라서 탄수화물을 먹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언뜻 논리적인 듯하고 특히 인슐린에 대한 주장은 꽤 과학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조금만 파고들면 다행히도 그런 논리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2017년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와 저지방 다이어트의 체중감량 효과를 비교한 연구 32건을 살펴본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 분석(필요하다면 20쪽의 전문용어 커닝 페이퍼를 참고하라) 결과를 보자.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체지방 감소와 일일 에너지 소비에서 의미 있는 이점을 보여주지 않았다. 잘 통제된 대사 병동 연구에서는 저지방 다이어트를 한 사람이 인슐린 수치가 높았는데도 체중이 오히려 약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_P103~104 ‘3장 탄수화물은 죄가 없다’ 중에서
케토제닉 다이어트를 지지하는 일부 사람들은 포도당만 안 먹으면 에너지 균형과 상관없이 살이 빠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에너지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수히 많지만 결국 에너지보다 에너지가 적으면 체중이 빠지게 되어 있다. 에너지가 지방에서 오는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서 오는지는 관계없다. 참가자들이 고탄수화물 다이어트를 4주간 한 뒤 케토제닉 다이어트를 4주간 실시한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케토제닉 다이어트로 살이 빠지는 것도 역시 에너지 균형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_P170 ‘5장 케토제닉 다이어트와 간헐적 단식’ 중에서
오래된 미국 요리책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50가지 재료를 조사해 그중 암과 관련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조사한 아주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연구 결과 무려 80%의 재료가 어떤 식으로든 암과 관련 있다는 연구가 하나 이상 있었고, 이런 연구 중 40%는 그 재료가 암 발생 위험을 늘린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별한 재료도 아니다. 밀가루, 감자, 토마토, 소고기, 완두콩 같은 흔한 품목이었다.
암은 복잡하며,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우리가 깨닫지 못해도 여러 요인 때문에 연구 결과가 잘못될 수 있다는 뜻이다. 토마토처럼 유익한 식품도 다양한 연구를 살펴보지 않고 입맛에 맞는 한 가지만 꼭 집어서 본다면 암을 유발한다고 여겨질 수 있다.
_P271~272 ‘7장 음식으로 암을 치료할 수는 없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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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섣부른 식이요법보다 올바른 이해부터,
쏟아지는 불량 건강정보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먹자마자 암세포 싹 다 때려잡는 최고의 음식” 문구부터 미심쩍지만 미디어에 노출된 전문가 얼굴과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보면 해당 제목의 유튜브 영상도 보게 된다. 포화지방은 나쁜 것 같은데 유명 연예인들이 커피에 무염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섞어 방탄커피를 마시는 아침 일상을 공유하면 ‘나도 저탄고지로 관리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우리의 상식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건강정보와 다이어트는 계속 등장하는데, 무엇이 믿을 만한 걸까?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외과의이자 영국 영양협회 공인준영양사(ANutr)인 저자 조슈아 월리치는 음식은 약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실부터 이해해 음식에 관련된 잘못된 건강정보를 가려낼 것을 제안한다. 좋은 음식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세 측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식품이 약처럼 극적인 치료 효과를 일으키는 경우는 애초에 특정 영양소가 부족해 증상이 생겼을 때 정도다. 둘째, 실험실 연구에서 특정 효과가 밝혀진 영양소가 식품 섭취 단계에서 그대로 효과를 내지 않는다. 셋째, 식이요법보다 의학치료가 우선 필요한 환자에게 오해를 조장할 수 있다.
물론 이 사실을 원리로서는 이해해도 유명 의사, 친구, 인플루언서의 얼굴로 다가오는 식단·식품 건강정보를 일반인이 따져보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음식의 효능과 체중의 의미부터 시작해, 탄수화물과 지방, 케토제닉과 간헐적 단식, 채식과 육식, 발암 식품과 항암 식이요법까지 두루 과학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방대한 주제를 가볍고 쉽게 설명한 영양 헛소리 백과사전이자, 건강정보를 제대로 소화할 기초체력을 쌓도록 돕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통념과 다른 부분은 친절하게, 여러 연구 자료를 살펴야 하는 부분은 간명하게, 억지 주장들은 유쾌하게 풀어나가니 문외한도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탄수화물이 우리를 살찌게 할까?
버터와 코코넛 오일은 오히려 살을 빼줄까?
유행 다이어트, 제대로 알고 고민해 보자
“왜 안 드세요? 편의점 음식 안 드세요?” “그렇다기보단 탄수화물이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은 주인공이 건넨 삼각김밥을 이렇게 거절한다. 식사량은 줄이지 않고 탄수화물만 제한하는 다이어트가 각광받으면서 ‘탄수화물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건 어느 정도 상식이 되었다. 반대로 포화지방이 가득한 버터와 코코넛 오일은 마음껏 먹어도 되도록 면죄부를 받고 심지어 방탄커피와 고지방 식단이 유행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왜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지방을 섭취를 늘리는 건지 이유를 알고 있는가? 그리고 정말로 체중감량에 효과적일까? 《음식은 약이 아닙니다》는 탄수화물과 지방에 대한 영양학적 사실과 관련 연구 결과를 들어 유행 다이어트의 원리부터 효과까지 시원하게 답해준다.
각종 다이어트를 소개하는 건강서는 많지만, 그 효과부터 부작용과 주의사항까지 여과 없이 알려주는 책은 드물다. 저자는 우선 체중감량이 정말로 건강을 약속하는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체질량지수(BMI)와 사망률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BMI상 과체중인 사람들이 실은 전반적으로 가장 건강하며, 여성은 저체중일 때 오히려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간헐적 단식이 체중감량뿐만 아니라 제2형(후천성) 당뇨병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지, 케토제닉 다이어트에 부작용은 없는지, 완전 채식인 비건식이 정말 건강한지 등을 살뜰히 검증했다.
https://youtube.com/live/rfOcXadug_U
“아스파탐, 가공육, 우유가 암을 부른다”?
“무염 야채주스로 암이 싹”?
음식 만능 시대, 불안과 맹신 사이 균형 잡기
2023년 8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설탕 대체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하자, 식약처와 전문가의 ‘섭취 허용량 내 안전하다’는 입장에도 소비자는 꺼림칙함을 지울 수 없었다. 붉은 고기는 그보다 한 등급 높은 2A군 발암물질, 베이컨과 같은 가공육은 1군 발암물질이다. 얼마나 왜 위험하다는 건지, 그리고 정말 그런지 생각지 않고 받아들이다 보면 먹을 음식이 없다는 결론에 빠진다.
국제암연구기관은 발암성의 세기와 관계없이 암 유발 효과를 입증한 연구의 숫자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1군은 암 유발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물질로, 그 위험성은 개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매일 가공육 50g(베이컨 1.5줄)을 먹으면 대장암 위험이 18%나 증가한다고 추정된다. 그렇지만 평생 대장암 진단을 받을 위험은 약 5%이고, 여기서 18% 증가해도 6%다. 2A군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붉은 고기 섭취량이 많으면 암 발생 위험도 늘어나는 연관관계가 일관되게 확인되었다. 하지만 붉은 고기 때문인지, 붉은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흡연하는 경향이 있어서인지는 아직 모른다. 섭취량을 줄이는 게 좋겠지만 암을 유발한다고 간단히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제암연구소 지정 발암물질 식품 외에도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고 지목된 ‘위험한’ 식품은 수두룩하다. 설치류 대상 연구에서 암세포 성장 촉진 현상이 확인된 콩,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제2형(후천성) 당뇨병을 일으킨다는 설탕, 유방암을 유발하는 에스트로겐과 IGF-1 호르몬이 든 우유…. 소식을 접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지만 저자는 기초적인 영양과학 정보와 다양한 비교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관련한 오해와 과학적 사실을 명쾌하게 풀어나간다.
한편 우리 곁에는 음식과 식사법이 각종 질환에 특효약이라는 정보도 자주 들려온다. 알칼리수와 셀러리 등의 야채주스가 해독을 하며 암을 고치고, 완전 육식 다이어트가 우울증과 정신 질환을 치료한다는 식이다. 현재 건강 고민이 특별히 없는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약과 기존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이 쌓이게 되면 사이비 식이요법에 대한 맹신에 무척이나 취약해진다. 《음식은 약이 아닙니다》는 음식이 약처럼 작용할 수 없는 이유부터 개별 식이요법에 대한 과학적 견해를 소개하는 한편, 그럴듯한 식이요법도 어떻게 사실이 아닐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이어트/건강밥상을 전도하는 책이 아니라
건강정보의 포화 속에서 건강한 감식안을 키우는 책!
저자는 훌륭한 다이어트법과 유익한 식품을 소개하는 데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다이어트는 섣불리 권하지 않으며, 지나친 식품 제한에서 벗어나 보자고 말한다.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음식에 대한 여러 통념과 정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독자 스스로 판단할 근거를 제공하는 데 있다. 함께 오류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학교 교육과 많은 건강서를 통해서도 갖지 못했던, 식품·식단 건강정보를 보는 눈을 함께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식품 속 영양소와 성분이 어떤 역할을 한다고 해서, 식품도 반드시 그런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포화지방 함유를 이유로 유제품이 염증반응을 촉진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한 연구 결과 우유 알레르기가 없는 한 유제품은 오히려 약한 항염 작용을 했다. 또한 포화지방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지만, 버터를 제외한 유제품은 심혈관 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히려 유익할 수도 있다고 밝혀졌다. 어떤 영양소의 알려진 효과만 들어서 어떤 식품이 섣불리 유익하거나 해롭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연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를 밝히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인 10만 명(여성 79%)을 대상으로 가당 음료 섭취와 전반적인 암 발생 위험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가 있다. 이러한 연구를 근거로 ‘가당 음료가 암을 유발한다’는 뉴스가 들리면 정말 그렇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반대로 호주인 3만 5천 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가당 음료와 암 사이에 연관성이 전혀 없었다. 가당 음료와 암 발생 사이에 우리가 살펴보지 못한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통계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다양한 생활습관 요인도 있다. 건강정보가 어떻게 우리를 속일 수 있는지 《음식은 약이 아닙니다》와 함께 폭넓게 사례를 접하고 바로 이해하다 보면, 한결 건강하고 편안하게 식사할 자신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