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복수초를 보러 나선다.
점암과 해창만을 지나 경동이기 일하는 학교를 미안한 마음으로 지난다.
송신탑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이 2시가 지난다. 거의 한 시간이 걸린다.
나무를 뚫고 비치는 오후의 양광이 따스하다.
노란 복수초는 보이지 않는다.
구비를 두개 돌자 빛나는 복수초가 반긴다.
겨우 두 개 본다.
눈을 번득이며 올라도 복수초도 안 보이고 노루귀도 콧배기도 안 보인다.
하얀 소사나무 사이를 올라 첫 바위에 서서 바다르르 내려다 본다.
여수쪽은 흐리다.
백야도 오른쪽으로 개도 금오도가 푸르스름하다.
작년 이무렵엔가는 개도에서 잠잤다.
금오도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고흥쪽의 산들은 바다 뒤로 제 모습을 보여준다.
팔영산과 마복산 멀리 지죽도 봉우리도 보인다.
바위 봉우리에 올라 바다를 보지만 능선에서는 눈을 좌우로 살피며 꽃을 찾는다.
보이지 않는다.
하긴 길을 벗어나야 할지 모른다.
정상 가는 길 앞에서 두개 같이 피어있는 복수초를 만나 무릎을 꿇는다.
사람의 발자국이 몇 보이고 멧돼지인지 파헤쳐 놓은 흔적도 보인다.
누군가 파 갔을까?
아직 때가 아닐까?
해걸이를 하는 걸까?
복수초 군락지가 무색하다.
정상 봉수대 가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신다.
거문도쪽 바다가 햇볕에 빛나고 있다.
손죽도 소가문도 광조 평도 가보지 못했다.
꼭두여가 보이고 멀침바윈가도 보인다.
부부가 음악을 들으며 지나간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시름재로 오면서 꽃을 찾아도 안 보인다.
삼나무 숲을 지나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고개가 아프도록 나무 아랠 쳐다보아도
꽃은 안 보인다.
더 들어가봐야 할 것이다.
중산리에서 일몰을 볼까 하다가 동일면 형제섬농원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