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독립 다큐 흥행바람
장례 등 뺐지만 객석은 눈물바다… 영화의 완성은 관객이란 것 깨달아
의외로 20대의 호응 뜨거워 기뻐… 프랑스 배급사 통해 세계 배급 예정
▲1년 2개월 함께 지내는 동안 진모영 감독은 손자처럼 노부부와 친해졌다.
할아버지는 지난해 11월 23일 별세했고, 할머니는 지금도 강원도 횡성의 이 집에서 생전의 할아버지가
“공짜로 얻었으니 공순이”라고 이름 지어준 개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진모영 감독 제공
"1년하고도 석 달을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와 함께 살았어요.
사랑에 관한 것만 생각하고 갔는데, 이별은 생각 못했는데…. 두 분께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44) 감독은 "삶의 마지막까지 끝나지 않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임종(臨終)과 장례 같은 '눈물 요소'를 일부러 다 뺐는데, 관객 반응이 온통 '눈물바다'라 처음엔 당황했다"고 했다.
76년을 연인처럼 살았던 '닭살 커플' 노부부의 가슴 짠한 사랑과 사별(死別)을 다룬 이 독립 다큐멘터리가 조용히 흥행 바람을 타고 있다. 지난 주말에 약 6만 명, 평일인 1일과 2일에도 각각 1만 2000명 안팎의 관객이 들었다. 3일엔 가뿐히 1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보통 독립영화는 총관객 2만~3만 명이면 '블록버스터 급'. 293만 명이 본 '워낭소리'(2009)도 처음엔 소규모로 개봉했다가 입소문을 타며 상영관이 늘어났었다. 독립 다큐가 초반부터 관객몰이를 해 개봉 7일 만에 10만 명을 넘어서는 것은 유례가 없는 '사건'이다.
영화는 프랑스 배급사를 통해 전 세계 배급이 이뤄지게 됐고, 내년 선댄스와 베를린영화제의 경쟁 부문 진출도 노리고 있다.
2일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만난 진 감독은 "관객이 영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스태프라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했다.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로 흐르지 않도록 죽음을 버리고 사랑에 집중했는데, 관객분들은 사랑의 행간에서 죽음을 읽고 눈물 흘리시네요."
진 감독은 스스로를 '워낭소리 세대'라 했다.
"독립 다큐를 찍어서도 먹고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영화 워낭소리를 보며 언젠가 저런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온 세대"라는 것이다. "독립 다큐 감독은 사랑에 빠지듯 피사체에 끌려요.
단점이 있어도, 이건 아니다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게 사랑에 빠질 때와 똑같죠.
할아버지 할머니를 처음 뵙는 순간 꼭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강계열(89) 할머니는 9세 위인 조병만 할아버지와 소년·소녀 연인 같은 부부였다.
진 감독과 제작팀은 2012년 9월 강원도 횡성의 두 분 집으로 들어가, 작년 11월 23일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삼우제 날까지 그 곁에 있었다. 장난꾸러기 할아버지는 마당의 낙엽을 쓸다 할머니에게 뿌리며 웃었고, 나물을 씻는 할머니 옆에 조약돌을 던져 개울물을 튕기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랑이 깊을수록 이별의 아픔은 더 모질었다.
"사랑을 찍으러 갔는데 출연자가 죽어버린다면, 촬영을 중단할지 말지 기로에 서는 거예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한 그 시점에서, 먼저 죽은 자식들을 위해 태울 내복을 사러 가고 할아버지 커플 한복을 곱게 접어 담아두시는 할머니를 봤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되는 사랑의 모습이었어요."
배급사인 CGV아트하우스에 따르면, 이 영화의 관객에는 의외로 20대 비율이 높다.
진 감독은 "사랑의 주기가 짧아진 세대인데도 나도 죽을 때까지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특히 맞벌이 가정에서 자란 20~30대는 조부모에 대한 애틋함이 있고, 나이 든 사람들은 또 자기 부부를 돌아보며 저렇게 열심히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고요.
많은 분이 그런 마음을 얻어 가시면 좋겠네요."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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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처름 마누라와 함께 영화 보았는데 마음 한구석 "찡 " 하는 마음이....우리도 저렇게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잘 읽어보고 다시 한번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질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