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믿기지 않는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나올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지난 1971년 7월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 욕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지에 안장된 미국 록밴드 '도어스'의 리더 짐 모리슨이 멀쩡하게 뉴욕 시러큐스에 살아 있다는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 '비포 더 엔드'(Before the End)가 애플 TV+에 올라온다고 시러큐스 닷컴의 셀레브리티 뉴스가 지난 12일 보도했다.
이 매체도 제목 맨앞에 'Unbelievable'을 달았다. Pennlive 닷컴이 뒤늦게 22일 인용 보도해 눈길을 붙들었다.
영화 전문 사이트 IMDB를 검색해보니 지난 1월 25일 공개 예정인 것으로 나오는데 애플 TV+ 검색을 이용해 찾을 수 없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당시 스물일곱 살 밖에 안된 모리슨의 죽음을 둘러싸고 석연찮은 점이 적지 않았다.
목격자들도 있었지만, 부검도 실시하지 않고 서둘러 파리의 공동묘지에 묻혔다. 죽음의 원인으로는 헤로인 같은 약물 과용으로 인한 심장 질환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모리슨 본인이 죽은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나아가 극적인 이론을 제시한다. 모리슨이 살아 있으며, 누구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러큐스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즈의 작가 겸 연출 겸 연구자인 제프 핀은 시러큐스에서 정비공으로 일하는 "Frank” 또는 “Frank X”로만 불리는 한 남성이 모리슨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큐는 모리슨이 프랭크란 시러큐스 남성을 로체스터의 이스트먼 극장에서 만나 어떤 식으로든 그의 ID 카드를 편취해 신분을 위장했다고 추정한다.
핀은 모리슨과 도어스의 "광팬"을 자처하며 자신의 회사 Z-Machine을 통해 이 시리즈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리슨을 연구하는 데 39년을 바쳤다고 주장한다.
증거를 더 내놓으라고 하자 핀은 모리슨의 전 여자친구 둘이 시러큐스의 남성 사진을 보여줬으며 너무도 닮아 눈물을 터뜨렸다고 했다. 시러큐스의 남성도 코에 흉터가 있어 진짜 모리슨의 똑같은 자리에 갖고 있던 사마귀를 떠올리게 했다.
이 시리즈에는 "프랭크"와 나눈 인터뷰도 있는데 그는 자신의 신원에 대해 애매한 답변들을 늘어놓는다. 내레이터 역할을 하던 핀 역시 한 순간, 그 남자가 사기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비친다.
한때 '리저드 킹'(The Lizard King)으로 알려진 이 가수가 시러큐스에서 숨어 지낼 수 있다는 미친 주장은 전 세계 매체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국 타블로이드 데일리 메일은 "제프는 모리슨이 살아 있으며 잘 지내는 것을 믿는 것은 물론, 뉴욕 시러큐스에서 프랭크란 이름으로 정비공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려 애쓴다"고 전했다.
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와 같은 모기업을 둔 레이더온라인 닷컴의 제목은 선정적으로 한 발 더 나아가 ‘증거 드러나'였다.
이런 관심은 시러큐스 대학 미디어학과 교수 겸 산하 텔레비전 및 대중문화 블레이어 센터 소장인 로버트 톰프슨을 놀라게 하지 못했다. 그는 시러큐스 닷컴에 이메일을 보내 “정말 황당한 생각이다. 사랑하는 레전드가 아직도 살아 있으며 이 소금 도시(Salt City)에 우리 이웃으로 지내고 있단다!!!! 그리고 만약 짐 모리슨이 '트와일라잇 존' 스타일로 무덤에서 걸어나온다면 ('환상 특급' 시리즈의 크리에이터인) 로드 설링의 산실보다 훨씬 잘 해낼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곤 톰프슨도 정신을 가다듬어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들은 아주 신빙성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많은 문제들을 갖는다"면서 “난 지난 이틀 동안 프랭크 X와 완전 닮은 이들을 열 명이나 봤다. 그래서 난 모리슨이 나이 들면 어떻게 생겼을까 머리를 굴려봤다"고 적었다.
모리슨은 밴드가 앨범 'LA 우먼' 녹음 작업을 끝낸 뒤 파리로 갔다. 당시 보도를 보면 그는 밴드로부터 휴가를 얻어 떠났다. 그가 스물일곱 살에 눈을 감았다는 점 때문에 같은 나이에요절한 세 뮤지션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 (롤링 스톤스의) 브라이언 존스과 묶는 '27 클럽'이란 음모론으로 이어졌다.
영화의 주장들을 의심하는 이들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시러큐스에서 50년 가까이 콘서트를 개최해 왔다는 척 차오는 “오랫동안 들어온 가장 재미있는 것"이라며 “내 생각에 당장 밖에 나가 사람들에게 '내 이웃이 짐 모리슨이요'라고 말해야겠다"고 웃어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