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비는 땅에서 싹이 돋아나게 한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55,10-11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0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11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8,18-23
형제 여러분, 18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9 사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20 피조물이 허무의 지배 아래 든 것은 자의가 아니라 그렇게 하신 분의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21 피조물도 멸망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의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22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23 그러나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우리의 몸이 속량되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1-23
1 그날 예수님께서는 집에서 나와 호숫가에 앉으셨다. 2 그러자 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예수님께서는 배에 올라앉으시고 군중은 물가에 그대로 서 있었다. 3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비유로 말씀해 주셨다. “자,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4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다. 5 어떤 것들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6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 7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렸다. 8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9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10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왜 저 사람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11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너희에게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저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12 사실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13 내가 저 사람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이유는 저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14 이렇게 하여 이사야의 예언이 저 사람들에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너희는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15 저 백성이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닫고서는 돌아와 내가 그들을 고쳐 주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16 그러나 너희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너희의 귀는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17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의인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고자 갈망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듣고자 갈망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18 그러니 너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새겨들어라. 19 누구든지 하늘 나라에 관한 말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아 간다. 길에 뿌려진 씨는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20 돌밭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들으면 곧 기쁘게 받는다. 21 그러나 그 사람 안에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그는 곧 걸려 넘어지고 만다. 22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그 말씀의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한다. 23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는데,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몇 년 전에 대림 특강을 위해 호주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북반구에 살고 있었던 제가 적도 이남인 남반구에는 처음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차이가 있을까 싶어서 별 준비 없이 호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새롭고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한국과 전혀 다른 계절 체험이었습니다. 한국은 12월이라 추운 겨울인데, 호주는 너무 더운 한 여름이었습니다. 남반구와 북반구 날씨가 정반대라고는 들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막연하게 아는 경험과 실제로 경험해서는 아는 것은 분명히 달랐습니다. 그런데 주님에 대해서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막연하게만 사랑의 주님, 평화의 주님, 일치의 주님이라고 말할 뿐, 이런 주님을 체험하는 곳에는 가려 하지 않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니 주님과 대화를 나눌 수 없고, 성경을 읽지 않으니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주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세상의 것만을 쫓으며 사니 일상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주님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주님에 대해서도 실제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창 시절 수학 문제 풀던 것이 기억납니다. 선생님께서 수업 중에 문제를 직접 풀어주십니다. 그러면 그 뒤에 이 문제가 시험에 나오면 저절로 풀게 될까요? 배운 문제를 자기가 직접 풀어봐야 시험 문제의 답을 맞힐 수 있게 됩니다.
전지전능하신 주님이지만 우리 역할에 따라 주님을 더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됩니다. 주님 말씀, 주님 뜻을 직접 실천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늘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냥 온갖 부정적인 마음으로 불평불만만 하면서 주님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이는 하느님 나라에 관한 기쁜 소식이지요.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꾸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땅의 마음을 갖추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길에 뿌려지고, 돌밭에 뿌려지고, 가시덤불에 덜어진 마음과 같았습니다. 좋은 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그냥 버려집니다.
주님의 말씀은 그냥 듣기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을 듣고 직접 몸으로 따라야만 실제로 구원의 은총이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사실 주님께서는 사랑 그 자체이십니다. 농부는 좋은 땅에 씨를 뿌리지, 나쁜 땅에 씨를 뿌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랑 가득하신 주님께서는 나쁜 땅의 모습을 갖춘 우리의 마음에도 당신 말씀의 좋은 씨앗을 뿌려주십니다.
주님의 사랑을 직접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회개하고 주님의 말씀을 듣고 따라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은 여러 가지 언어로 말합니다. 이 여러 가지 언어란 그리스도를 증거해 주는 겸손, 가난, 인내 그리고 순종입니다. 우리가 생활에서 이들을 실천할 때 그 실천을 통하여 여러 가지 언어를 말하게 됩니다(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오늘은 농민주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