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육조(六祖) 혜능 스님 깨달음의 노래 - 청담 스님 -

[이교영1]

육조(六祖) 혜능 스님 깨달음의 노래

육조 혜능 스님이 나무를 팔고 돌아서다가

금강경의 사구게(四句偈)의 설명을 듣고 대번에 깨치셨는데,

그 구절이 바로 이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다.

육조 스님은 팔십 노모(老母)를 혼자 모시고 산에서 나무를 해다 시장에 팔아서

어머니를 효성으로 봉양(奉養)하고 지내는 일자무식(一字無識)의 가난한 소년이었다.

어느 날 여관방에 나무를 팔고 돌아가려고 지나치다가

어떤 스님이 읽는 금강경 글귀를 듣게 됐다.

세상 이야기가 아니고 인생일대사(人生一大事)에 관한 이야기,

생사(生死)를 초월하는 인생 문제의 이야기 같아서 귀를 기울이니

결론을 짓는 대문(大文)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로 이게 「응무소주(應無所住)하야 이생기심(而生其心)하라」는 대문이었다.

육조 스님은 이 글을 여기서 한 번 듣고

대번에 깨치셨기 때문에 이 글귀는 더욱 유명해졌다.

마음을 어디 다 두지 말고 그 마음을 내라.

보시(布施)도 하고 지계(持戒)도 하고 육도만행(六度萬行)을 하라는 것이다.

소승 모양으로 가만히 정적(靜寂)만 지키고 앉았으면 역시 정적에 주(住) 하는 게 되고

그렇다고 해서 생사에 주(住) 해도 안 되고

보살은 열반에도 주 하지 않고 생사에도 주 하지 않는 일을 응무소주(應無所主)라 한 것이다.

육조 스님은 여기서 이 생각도 저 생각도 아닌 궁극(窮極)을 확실히 깨달아서,

알았다는 생각도 요달(了達)했다는 생각도 없이 오로지 말하는 이 마음자리만 환하게 남아 있는데,

그러면서 일체 번뇌 생사나 열반에나 아무 데도 주(住) 하지 않고

중생을 위해 마음을 내는 보리심(菩提心)을 사무쳐 깨달으셨다.

육조 스님은 무식한 나무꾼으로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 하라는 소리를 듣고

곧 견성(見性) 하셨는데 그리고는 오조(五祖) 스님을 찾아가려 했으나

늙은 어머님을 내버리고 갈 수도 없고 하여 당황하니까

경 읽던 스님이 금을 여러 냥(兩)을 주면서 어머니를 그동안 봉양하도록 하고 노자 하라고 했다.

그래서 팔십 노모(老母)를 자기 친구한테 부탁하고,

「나는 천생 지금부터 오조 홍인(弘忍) 대사를 찾아뵙고

내가 바로 깨친 것인지 아닌지를 물어봐서 인가(印可)를 얻어 와야 하겠고,

그리고 내가 모자라는 게 있으니 더 배워야 하겠네.

나의 인생이 나무해서 어머니나 모시다 돌아가신 뒤에 나도 죽고 하는 줄 알았더니

희한한 도를 한 번 듣고 내가 깨침을 얻어서 꼭 스승을 찾아가야 하겠네.」하고

간청 승낙을 받고 떠났다.

나중에 홍인 대사한테 참배하고서 지내는 동안 여러 가지 얘기가 있지만

오조 스님께서 마지막 날에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네가 많은 중생을 제도할 사람이니 금강경을 한 번 더 배우라」 하시면서

저녁에 데리고 앉아서 일러 주셨는데

여기서 「응무소주 이생기심」하라 하는 소리에 또 한 번 더욱 깨달았다. 두 번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오조 스님께 다음과 같은 오도의 게송(悟道頌)을 지어 바쳤다.

何期自性 本自淸淨

어찌 자기 성품이 본래부터 청정함을 알았으며,

何期自性 本不生滅

어찌 자기 마음이 본래 생멸하지 않는 자리임을 알았으며,

何期自性 本自具足

어찌 자기 성품이 본래 구족 한 줄 알았으며,

何期自性 本無動搖

어찌 자기 성품이 본래 동요하지 않을 줄 알았으며,

何期自性 能生萬法

어찌 자기 성품이 만 가지 법을 내는 줄을 알았으리.

현상계(現象界)니, 형이상학(形而上學)이니 형이하학(形而下學)이니 하는 온갖 법이

다 마음 가운데 일이고 마음의 장난이다.

대자연의 원리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하나님 조물주가 한 것도 아니며

오직 자기 마음에 만법이 구족 해 있다는 것을 깨친 게송(偈頌) 이다.

이렇게 해서 육조 스님은 부처님 때부터 전해 내려온 가사와 바리때와 금강경을 받아 지니고

오조 스님 지시하신 대로 남쪽으로 피해 가셨다.

그때 오조 스님 문하(門下)에는 칠백 대중이 있었는데

대중 가운데 신수(神秀) 대사는 제일 학덕(學德)이 높아서

그이가 오조 홍인 대사의 의발(衣鉢)을 전해 받고 신수 문하의 대중들이 그걸로 해서

출세하려고 생각하는데 뜻밖에 저- 남방 광동(廣東)에서 온 아주 시골뜨기 무식꾼처럼 생긴 자가

바리때와 부처님 가사를 가져갔다고 하니까

그럴 수 없다는 중생심(衆生心)으로 잡으러 가고 한 소설 같은 이야기가 많다.

이렇게 15년 동안이나 피해 다니다가 광주(廣州) 법성사(法性寺)에 우연히 지나치게 되었는데

마침 그 절에 큰 재가 들어서 울긋불긋한 깃발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걸 보고

공부하는 젊은 학인(學人)-들이 한 열댓 명이 토론(討論)하게 됐다.

그 중 한 사람이 「저- 기가 흔드는 것이냐. 바람이 흔드는 것이냐.」하고 문제를 냈다.

그래서 한 사람은 「기가 흔든다.」하고 또 하나는 「바람이 흔든다.」라고 말하여

두 편으로 갈라져서 싸움이 벌어지게 됐다.

「바람은 통과한 것뿐이고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또 반대편에서는

「기는 만년을 꼽아 봐도 바람 안 불면 가만히 서 있는데

바람이 기를 흔들지 어찌 기가 혼자 흔들 수 있느냐.」

이렇게 한참 시비가 벌어져 판단이 나지 않고 있는 판에

혜능(惠能) 스님이 마침 옆에 앉아 있다가

「그것은 기가 흔든 것도 아니고 바람이 흔든 것도 아니며

오직 그대들 마음이 흔듭니다.」라고 그랬다.

기도 마음이요 바람도 마음이니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라는 뜻이다.

학인들이 혜능행자(惠能行者)와 몇 마디 해 보니

보통 사람이 아닌 거 같아서 그곳 주지 스님에게 말했다.

그때 주지 인종 화상(印宗和尙)이 그 말을 듣고 생각하기를

「육신보살(肉身菩薩)이 남방에 한 번 출현하실 거라고 칠백 년 전부터 예언(豫言)이 있었고,

홍인 대사의 의발(衣鉢)을 전해 받은 부처님 법을 다 깨달은 이가 남방으로 나왔다고 하던데

아마도 이분인지 모르겠다.」 했다.

그때까지 혜능 행자는 스님이 되지 못한 채 스님 견습생(見習生)인 행자였었는데

몇 마디 문답을 통해 높은 경지의 법을 통한 사람임을 안 인종 법사는

「오조 스님의 의발(衣鉢)이 남방으로 왔다는 말이 있는데 필시 행자가 아니십니까.」 하고

열반경법문(涅槃經法文)을 청하여 들었고, 또 혜능행자의 머리를 깎아 주고

범부가 처음 들어와 계를 받듯이 십계(十戒)를 받고 이백오십 계를 낱낱이 받았다.

밥 먹는 것, 걸음 걷는 것, 앉는 방법, 문 출입하는 것,

팔만세행(八萬細行)과 위의(威儀)를 다 받았다.

이때부터 육조대사는 38년간 정법(正法)을 크게 밝히셨는데

그 밑에 법을 이은 자가 43인이나 되고 도를 깨달아 견성(見性)한 이가 천수백이나 되기에 이르렀고,

이들이 중국의 사백여주(四百餘州)에 흩어져 크게 교화를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육조대사 이래 금강경은 더욱 선종의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되었고,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의 구절(句節)은

달마 선종(達摩禪宗)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하라.」 이것이 보살행(菩薩行)이고 그것이 대승행(大乘行)이다.

-청담 스님- <금강경 강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