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간신문 간지에 untact는 비대면이라고 설명을 붙인 기획 섹션 ‘언택트 마케팅’이 있었다. 산업 전반에 언택트 마케팅(untact marketing)이 대세다. 언택트는 접촉하다의 컨택트(contact)에서 con을 떼고 언(un)을 붙여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contact 반대말은 non-contact
재택 근무 표현은 telecommute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받는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을 위협한 지 오래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대면접촉을 꺼리자 온라인 배송서비스가 고공비행 중이다. 면대면(face to face) 접촉의 비말(飛沫)이 바이러스 전파의 주범이 되자 백화점, 대형 마트, 영화관, 식당, 예배당, 대중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은 기피의 대상이 됐다. 모든 모임과 집회는 금지되고 주요 스포츠 행사는 취소 아니면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병원이든 사무실이든 식당이든 며칠씩 문을 닫고 방역하는 대소동이 벌어진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직장 풍경도 바꾼다. 바로 work from home(집에서 회사일 하기)이다. 많은 영어신문은 재택근무 조치를 the remote work measures라고 쓴다. 재택근무에 딱 맞는 영어표현은 telecommute다. 이 단어의 명사형은 telecommuting이다. 직장에 매일 출퇴근하는 대신 전자통신기기를 이용해서 ‘출퇴근하듯이’ 집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개인의 집이 하나의 workstation으로 바뀌게 된다. 재택근무에는 좋은 점이 많다. 사무실 임대료를 줄이고 교통난에 시달리지 않고 시간의 융통성과 함께 시간당 작업량을 늘릴 수 있다. 그렇다고 재택근무에 훼방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훼방꾼을 3D라고 하는데 초인종(doorbells), 배달(deliveries) 그리고 개 짖는 소리(dog barks)다. 텔레커뮤팅과 더불어 최근의 화두는 원격진료다. 지금까지 진찰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 가 의사를 직접 만나야 했다. 대면 접촉을 피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자 마침내 원격진료가 허용됐다. 비록 코로나19가 수그러질 때까지 한시적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환자와 의사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전화나 화상 소셜미디어 등으로 진료하는 일을 telemedicine(원격진료)이라고 한다. 미국은 1997년, 일본은 2015년부터 허용하였다. 모든 게 대면 기피증이 가져온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온라인 몰, 홈쇼핑 채널, e-커머스, 해외 직구 등 언택트 마케팅은 우환폐렴 덕에 서비스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untact marketing, 이 또한 콩글리시다. contact의 반대말은 non-contact다. 언택트 마케팅은 direct marketing의 일종이다. 다이렉트 마케팅은 무점포 우편판매, 자동판매, 카탈로그 판매, 온라인이나 TV 판매 등 모든 배달서비스를 포괄적으로 뜻한다. 초연결사회가 열리면서 모래알처럼 소외된 현대인들은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하고 스마트폰이나 전화, 컴퓨터 앞에서 일상의 모든 것을 해결한다. 대인 커뮤니케이션은 사라지고 기계와의 커뮤니케이션(mechanical communication)이 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코로나 역병으로 ‘사회가 멈춰 서자’ 인간 상실의 시대를 더욱 절감하는 요즘이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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