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착하믄 뭐하노/박제영
착하다 사람 좋다
그기 다 욕인기라
사람 알로 보고 하는 말인 기라
겉으로는 사람 좋다 착하다 하믄서
속으로는 저 축구(芻狗) 저 등신 그러는 기다
우리 강생이 등신이 뭔 줄 아나
제사 때 쓰고 버리는 짚강생이가 바로 등신인 기라
사람 축에도 못 끼고 귀신 축에도 못 끼는
니 할배가 그런 등신이었니라
천하제일로 착한 등신이었니라
세상에 두억시니가 천지삐까린데
지 혼자 착하믄 뭐하노
니는 그리 물러 터지면 안 되니라
사람 구실을 하려믄 자고로 모질고 독해야 하니라
길게 말할 게 뭐 있노
우리 강생이 그저 할배랑 반대로만 살면 되니라
하모 그라믄 되니라!
*‘추구’는 제사 때 사용하는
풀로 만든 개다.
제사 때만 의례용으로 사용하다가
제사가 끝나면 버려버리므로
제사 후에는 아무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원래는,
‘추구芻狗’라는 말은,
노자『도덕경』제5장에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성인불인 이백성위추구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하늘과 땅은 무심하다.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로 여긴다.
성인도 무심하다. 백성들을
짚으로 만든 개로 여긴다.)
하늘과 땅이 불인不仁하여
만물을 ‘추구芻狗’로 삼고,
성인도 불인하여 백성을
‘추구’로 삼는다는 것이다.
『장자』 ‘천운天運’에도 나온다.
도올의 “그 카이로스가 아니면
그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설명이 멋지다.
사람들이 제사 후 추구를 대하듯이
천지 자연은 그렇게 무심하게
만물을 대한다는 뜻이다.
천지가 만물을 소홀히 함부로
대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자신의 의지가 개입됨이 없이
무심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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