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얼씨구. 드래곤 주제에 기억하겠다고?
그런것까진 안바란다구!
그냥 이 약초를 볼 때마다 따서 보관할 정도면 되!"
"그게 기억을 해야 가능한 일이잖아."
"……나 갈래."
말싸움에서 진 리우는 레어를 빠져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어째서 카아세론의 마나가 구속을 당한 것일까…
"근데 너 왜 마나 구속당한거야?"
"브레스 사용했어."
"왜? 왜 브레스를 사용한건데!"
브레스를 사용하여 생명체의 생명을 죽인다면 저절로 마나가 구속당하게끔 되어있다.
얼마 전 세르빈이 브레스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것은 그는 생명체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인간들이 너 욕하잖아."
"설마 인간들을 죽였어?"
"살아있진 않겠지.
브레스로 인간들을 죽이면 자연스레 바로 마나가 구속되니깐……
숨 쉴 수 있을 정도의 마나만 남겨놓고 가서 날개짓도 잘 못해서
레어로 오는 도중에 여기저기 긁혔다.
에씨 드래곤 체면이 말이 아니야.
인간 죽였다고 나 미워할꺼냐."
"내가 널 어떻게 미워해."
그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는 카아세론.
그의 빨간 얼굴이 더욱 빨개진 것 같았다.
"야야. 여신."
"왜. 건방진 드래곤아."
"난 빌어먹게도 세르빈녀석이 싫은데.
나보다 겨우 백 년 일찍 태어난 그 녀석 정말 죽도록 싫은데."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거냐!!"
생각하지 않으려한 세르빈이란 이름이 나오자 리우는 신경이 곤두섰다.
"지켜줄게.
너랑 그 빌어먹게도 싫은 녀석 지켜준다고."
카아세론의 건방진 말에 리우는 아무말도 못했다.
"역시 내가 생각해도 너무 멋있는 것 같애."
"넌 세르빈과 맞먹는 뻔뻔스러움을 가지고 있구나."
"내가 세르빈보다 더 잘났어."
"거기서 거기인 것들이… 서로 잘났다고 할 처지가 아니잖아!
쳇. 난 이만 간다!!
그 남겨져있는 풀들은 약초가 아니라 독초니까 태워버려.
버리면 인간들이 주워다가 쓸수도 있으니까… 알았지?"
"넌 그 인간들을 죽을 때까지 걱정하는구나.
어차피 처음으로 돌아갈텐데."
"그래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종족이니까……"
리우는 그렇게 여운이 길게 남는 말을 남기고 신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녀는,
두 번 다시 친구들을 보러올 수 없다.
신의 영역이 그녀가 들어가자마자 결계가 더 엄하게 쳐졌기 때문이다.
여신과 드래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
그 운명을 깬 그녀는……
이 세계에서 사라질테니……
아니……
그녀 뿐만이 아니라,
세르빈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요즘들어……
리우의 얼굴이 보이지가 않아.
세르빈 레어에 죽치고 앉아있어도 안 나타나잖아.
세르빈은 아무말도 안해.
무슨 일 생긴거지. 그렇지!"
제일 막내인 레쥬블리가 보채듯이 말했다.
"세르빈. 너네 일 냈지."
로아로니스가 물었다.
"그걸 꼭 물어봐야겠냐.
리우가 신의 영역으로 들어섰을 때 부터 이젠 우린 리우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어."
데벨리언이 침울하게 말했다.
"십 만년을 산 우리가 지금 리우를 몇 개월 못 봤다고 침울해져 있는거냐."
이프리트가 건방지게 말했다.
"그런데 카아세론은 어디갔어?"
엘라임이 물었다.
"아 진짜 불쌍하게도 쪼그려앉아서 약초캐고 있잖아.
저기 저거! 저게 카아세론아냐."
이프리트가 어느 청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오 저게 마나 구속당해서 미쳤나.
왜 안하던 짓을 하는거야? 그렇게도 약초 타령하는 리우를 꼬라봤으면서."
로아로니스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약초……?"
한치의 미동도 없던 세르빈이 인간으로 폴리모프하였다.
그리고선 카아세론이 있는 곳으로 냅다 날아갔다.
"저건 또 왜저러는데?"
로아로니스가 짜증나는 투로 물었다.
"야, 근데 만약에 말야…
리우가 세르빈 애기 가졌으면 어떻게 해."
데벨리언이 심각하게 물었다.
"그럼 그 애기도 죽는거야?"
레쥬블리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한다.
"죽긴 누가 죽는다는거야?
헛소리 지껄이지 마 임마."
이프리트가 레쥬블리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런데 만약이라도 말야.
우리가 목숨걸고 걔네 둘 도망치게 해줘도…
어차피 걔네들도 죽을 목숨이라고.
단지 우리의 목숨을 담보로 그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을 조금 늘릴 뿐이지.
리우나 세르빈도 죽을 각오를 했겠지만,
리우가 아기를 갖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져."
데벨리언이 논리적으로 말했다.
"리우와 세르빈의 아기는 어떻게해서라도 살려야되."
엘라임이 말했다.
"근데 아직 아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데 너무 앞서나가는거 아니냐?"
이프리트가 정곡을 찔렀다.
"만약이잖아. 만약.
걔들은 어차피 죽음을 예상하고 있다 했지만,
아무 죄없는 아기를 죽이는건……"
로아로니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 진짜 답답하게 논다 걔들.
놀꺼면 제대로 만나서 놀던가.
왜 여신과 드래곤으로 만나서 노는건데.
진짜 어째서 우리가 더 고민이냐고."
이프리트가 더욱 짜증을 내며 말했다.
"세르빈은 왜 하필 리우를 사랑하는건데.
리우는 또 왜 하필 그렇게 구박하던 세르빈을 사랑하는건데!!"
데벨리언은 한 순간에 폭발해버렸다.
"황폐한 이 세계에서 처음 접한 건.
세르빈과 리우 서로였으니까……"
어느 새 한가득 담아온 약초를 세르빈의 레어에 떨어뜨리며 말하는 카아세론.
그리고 그에 맞서 자신의 양 팔을 받침삼아 한가득 약초를 담고있는 세르빈.
"참 잘들 논다. 잘들 놀아."
이프리트가 비꼬며 말했다.
"리우 오면 줄거야."
카아세론의 말에 모두들 행동을 멈췄다.
"개가 나 엄청 무시했어.
너가 약초랑 독초를 구분할 수 있는 기억력은 있냐면서…
두고보자.
다 따다줄테니까."
카아세론의 말은……
언젠가 다시 한 번 리우를 만날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다들 카아세론의 말을 듣고 조그맣게 웃기만 할뿐.
"난!!"
세르빈이 소리쳤다.
"이거 인간들한테 뿌릴꺼다!!"
세르빈의 말에,
모두들 얼굴이 굳어버린다.
"역시 너와 같은 드래곤인게 참으로 창피해."
로아로니스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엘라임과 이프리트를 빼고서.
"정상적인 존재는 역시 정령들뿐이군."
이프리트가 자랑스러운듯이 말했다.
"엘라임이 운디네랑 놀고있으면 가서 소멸시켜버리는 이프리트주제에."
카아세론의 말빨이 늘고 있었다.
"카아세론…세르빈…
리우는 다시 안와?"
제일 막내.
제일 귀여운 우리 막내.
레쥬블리가 물었다.
"막내!!내가 안오긴 왜 안와?
이렇게 찾아왔구만!!"
"……"
한동안 굳어있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환상이 아니길 빌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환상이 아니었다.
"리우!!!"
좀 야윈듯한 그녀가 힘없이 웃으며 세르빈의 레어에 발을 디딘다.
"나 안죽었다구~~
왜 그렇게 풀이 죽어있는거야?
예전에도 이런저런 일 때문에 백 년을 못 만날 때도 있었는데.
지금 이건 너무 오바라구!"
리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알고 있다.
알고 있었다.
리우가 마지막으로 인사하러 온 것이란 걸.
그들은 직감했다.
지금에서야 느낀건데…
신의 영역의 결계가 깨져있었다.
리우는 목숨을 걸고 그 결계를 깨고 나온 것이었다.
마지막이라도 소중한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싶어서…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나의 님을 보기위해서…
그들은 한 동안 말없이 리우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리우의 배에 눈이 갔다.
꽤 나온 배.
그것은…
"리우……너……"
로아로니스가 리우에게 다가가며 말하다 끝내 말을 잊지 못한다.
"하하하. 말하기 쑥쓰러운데!
나 세르빈 아기 가졌어. 이제 곧 낳을거야.
아 말 나온김에 애기 이름 좀 지어주라!"
"레이."
"루나."
레이라고 말한 것은 세르빈이었고,
루나라고 말한 것은 카아세론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웃으며 지켜보는 리우.
"야야, 유치하게 루나가 뭐냐 루나가! 레이가 더 좋지!"
-아씨, 좀더 생각하고 말할걸. 루나라는 이름이 더 좋은 것 같은데…-
"너야 말로 진짜 유치하게 레이가 뭐냐? 루나가 배로 더 좋아 임마."
-레이! 아 진짜 내가 왜 이 이름을 생각 못했을까!!-
서로의 이름이 잘났다고 우기면서도
속으론 서로의 이름이 탐나는 그들.
"루나… 레이…
좋은 이름이네…
그런데 어째서 여자아이라고 생각하는거야?
남자이름도 좀 지어달라구…"
리우는 웃으며 장난쳤다.
하지만 리우의 속마음은 정말 눈물나도록 슬펐다.
그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도 전에,
이 세상 빛을 볼 수 없었으니…
아가야…
미안하다……
못난 엄마를 만나서……
하지만 엄만 기쁘단다……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잠시나마 갖게되어서…
리우는 아주 아주 슬프게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46
"어…어?"
투닥거리던 세르빈과 카아세론은 사라지는 리우를 보자 싸움을 멈추었다.
"리우, 너 몸이 왜 흐려져."
세르빈이 리우를 잡았다.
하지만 잡았던 리우의 옷은 잡혔다가 이내 다시 사라졌다.
[여신 리우여. 너와의 약속대로 세르빈은 이 세계에서 없애지 않겠다.
그 동안의 정으로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 했는데,
인간들의 목숨도 아닌 세르빈을 택하였느냐.]
"인간들이 사라진다면 울겠지요.
하지만 세르빈이 사라진다면…
아마 전………"
리우의 눈이 세르빈에게 향했다.
세르빈은 분해서 주먹을 꽉 지고 있었다.
사라져가는 리우를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자신에게 너무 화가났다.
"이미 사라져버린 세르빈을,
이 세계에서 미친 듯이 찾겠죠.
이미 없는 걸 알면서도 그러면서도 찾겠죠."
리우의 뺨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들이 레어를 적신다.
세르빈을 슬프게 쳐다보는 리우.
전체적으로 그녀의 몸이 흐려졌다.
"리우!!"
모두들 점점 희미해져가는 리우를 애타게 부른다.
점점 희미해져간다.
리우의 몸을 통과해 레어의 벽일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그 때…
"뭐지…?"
흐릿해지던 리우의 몸이 다시 본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아가……야……"
리우의 뱃 속에 있던 리우와 세르빈의 아기가 본능적으로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흩어지던 리우를 다시 붙잡는 뱃속의 아기.
리우의 배가 서서히 작아짐에 따라 리우의 앞에 나타나는 아기.
리우의 배가 다 들어가자 나타나는 완전한 아기의 모습.
리우와 아기는 탯줄로만 이어져있었다.
[너와 세르빈의 아이구나…
그 줄을 자르면 후에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알다마다요.
리우가 죽어버리는거 아닌가요.
평생 자르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아이가 죽어버리죠.
나와 리우의 아이인 이 아이가…
"지금 이 곳엔 너희들을 제외한 모든 종족들이 사라졌어.
모두 처음으로 되돌린거지.
내 아이가 살아나도 키워줄 사람은 없어.
드래곤인 너희들은 곧 신의 영역에 들어가
이 세계가 한 번 정리될 때까지 그 곳에 머무르겠지.
어차피 내 아이는 그 정리될 시기에 죽게 되있어.
괜히 나나 내 아이 살리겠다고 생떼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리우는 말했다.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나는 괜찮으니 너희들이 지켜주겠다고 했던 약속.
그냥 마음속으로 꽁꽁 감추란 말야.
"이 세계가 정리될 때 살아남으면 그 뒤로 쭉 살아날 가능성이 있겠지."
세르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채 말했다.
"내 기운을 모두 우리 아이에게 쏟아부으면 견딜 수 있을지도 몰라."
세르빈이 갓 태어난 생명체에 손을 올렸다.
"세르빈!! 얼른 손 떼!!"
리우는 다급하게 세르빈을 말렸다.
"리우……
후회안해…
절대 후회따위 안해…"
모든 기운을 아기에게 넘겨주는 세르빈.
그의 모습은 희미해져가고,
아기를 둘러싼 보호막이 푸른빛으로 물들어간다.
"세르빈!!!!!!!!!!!"
…아이를 위해…
너와 나의 아이를 위해……
"아가야. 꼭 살아남아야한다. 아빠소리 한 번 들어봤으면 좋았을텐데…"
세르빈의 웃음이 리우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쳇, 너 세르빈 닮지는 마라. 알겠냐."
"로아!! 너까지 그러면 가만 안둬!! 분명히 말했어!!"
"아씨,
진짜 화나.
세르빈 진짜 많이 좋아했는데.
그래도 너 하나도 안 미워.
세르빈보다 리우 너가 더 좋으니깐."
아기의 보호막이 푸른빛과 황금빛의 조화를 이루며,
서서히 로아로니스는 사라져갔다.
"에고고.
난 그저 지켜보기만 했는데,
어떻게 십만 이천년을 참았냐.
어지간히도 인내심이 강한 녀석들구만."
"데벨리언…제발… 제발…"
데벨리언은 아기의 모습을 보더니 손을 얹는다.
"세르빈 닮지 마라.
똑똑한 여신인 네 엄마를 닮아야 되."
아기의 보호막엔 검은빛또한 섞이기 시작했다.
데벨리언도 사라졌다.
"얘들아…
너희들은 빨리 가…
빨리… 여기서 움직여지지가 않아…
그러니까 너네들이 가. 어서!!
빨리 신의 영역으로 가라구!!정리가 시작된단 말야!!"
"세르빈이 날 불러서 너 얘기만 할 때 내가 얼마나 난감했는줄 모르지?
십만 년을 들어왔어.
리우 사랑해 사랑해 라고 세르빈녀석이 하도 중얼거리더라.
다음에 또 다시 물의 정령왕을 창조한다면 성질 드럽게 창조해라.
누군가의 한풀이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엘라임은 아기의 얼굴을 보더니 웃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모든 정령의 기운을 아기에게 준 뒤에 서서히 사라졌다.
"엘라임… 엘라임…"
"아 다 가버리니까 재미없잖아. 나도 같이 사라질란다."
이프리트의 모든 정령의 기운이 아기를 감싸안는다.
그는 아기의 얼굴을 보더니 엘라임처럼 웃는다.
"확실히 넌 이미 죽을 목숨이라 상관없겠지.
하지만 이 아기는 아니야. 죽을 이유는 없어."
희미해져가는 이프리트의 단호한 목소리.
이프리트의……마지막 목소리……
"그 아이는 꼭 살아야 되."
그리고 이프리트도 사라졌다.
"카아세론, 레쥬블리 데리고 얼른 신의 영역으로 가.
정리가 시작됬어!!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너네들도……빨리!!"
"창조주, 듣고 계십니까.
아아, 대답 안 할거란거 알고 혼자 지껄이겠습니다.
나 말이예요.
소원 두개 있으니까 들어줘요.
하나는,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리우만큼 약초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존재로 태어나게 해줘요.
리우만큼은 아니더라도 저쪽 땅에 떨어져있는 약초랑 독초 구분할 수 있을 만큼의
기억력은 갖게 해주세요.
리우가 무시했다구요. 약초하나 제대로 기억못하는 얼간이 드래곤이라면서.
그리고 하나는,
만약에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말이죠.
꼭 한 번은 이 아기가 날 보며 웃어줄 때 태어나게 해줘요.
이거 두개는 꼭 지켜주십쇼.
여태까지 나 진짜 착하게 살았잖아요."
"너가 착하게 살긴 뭘 착하게 살어.
금지된 브레스를 요 근래에 멋지게 한 방 터뜨린 주제에."
리우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카아세론을 향해 말했다.
카아세론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한 번 웃어준다.
"그리고 말이죠.
내가 세르빈보다 백 년 늦게 창조된게 아주 못마땅해요.
내가 딱 백 일년만 먼저태어났으면
리우가 내게 반했을꺼아녜요.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나를 위해주는건 하나도 없는 창조주님이시네."
카아세론이 아기의 위에 손을 얹었다.
"카아세론…"
"아 진짜 끝까지 숨기려고했는데 미안…
그런데 이렇게 말이라도 해놔야 내가 갈 때 편할 것 같아서.
나중에 만나서 때려도 암말 안할게. 맘껏 때려라. 알았지?"
카아세론은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아기의 보호막에 붉은빛이 생겼다.
이상하게도 푸른빛과 붉은빛이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아마도 이프리트와 엘라임의 기운도 함께 포함되어 그 둘의 빛이 더욱 또렷한 것이다.
"아 레쥬블리, 내 동생같은 녀석아…
이 형이 말했던거 잊지 말아라. 알았지?
이 형은 이제 좀 쉬러 갈란다…"
카아세론이 희미해지고 있다.
수수께끼의 말만 남긴채.
"너 세르빈 닮으면 한 대 쥐어박을거다.
못난 네 엄마나 닮아라."
카아세론이 웃으며 말했다.
그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채…
사라졌다…
※47
이제 이 곳에 남아있는건 레쥬블리 뿐이었다.
"레쥬블리,
넌 아직 어려. 그러니깐 너가 본 그 바보녀석들처럼 안 해도 되.
아니 하지마. 얼른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
마지막 남은 레쥬블리에게 소리지르는 리우.
"씨… 나 두 달만 지나면 딱 십 만년 사는건데…
억울해…내가 제일 늦게 창조된게 너무 억울하다구.
나도 다른 형들처럼 빨리 태어났으면 로아로니스나 데벨리언이 애기 취급 안했을꺼아냐.
진짜 원망한다구…씨이…"
레쥬블리가 투덜거리며 아기의 보호막에 손을 얹었다.
"레쥬블리!!!"
레쥬블리의 기운이 아기에게 옮겨져갔다.
은빛이 서서히 보호막에 흘러들어갔다.
레쥬블리의 몸도 다른 존재들처럼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레쥬블리는 희미해지다가 다시 본래 몸으로 돌아왔다.
"……난 분명 내 모든 기운을 줬을텐데…"
[레쥬블리여. 넌 살아있어야한다…
살아서 언젠가 눈을 뜨게 될 리우와 세르빈의 아이에게 진실을 전해주도록 하여라.
언제 눈을 뜰지 모르는 이 아이가 죽을 때까지 넌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창조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산 것이었다.
다른 형 누나들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으으……
나도 사라질꺼야!!
나도 사라질꺼라구!!!
왜 나 혼자만 남아있어야 하는건데!!!"
레쥬블리는 눈물을 흘리며 오열을 했다.
자기도 똑같이 친구들에게 가고 싶었다.
하지만 창조주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레쥬블리.
언젠가 이 아이를 만나게 된다면 전해주겠니.
엄마와 아빠의 소중한 친구들이 목숨을 걸면서까지 살릴려고 한 존재가
바로 너라는 것을.
레쥬블리.
우리 막내야.
막내에게 너무 큰 짐을 맡긴 것 같아서 미안하구나.
막내야.
부디 건강하렴."
리우와 아기의 탯줄이 서서히 잘라져갔다.
그리고 완전히 다 잘라졌을 때,
아기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리고 리우의 몸은 다시 희미해져갔다.
"아가야.
이런 못난 엄마를 사랑해줄 수 있겠니."
리우의 몸이 사라졌다.
레쥬블리는 강제로 신의 영역에 소환되었다.
그리고 이 세계의 정리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정리가 진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르빈의 레어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레어 깊숙한 곳…
아주 깊숙한 곳에서…
오색빛의 보호막에 둘러쌓인 아기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모두의 기운이,
그 아이의 보호막이 되어 지켜주었다.
그 아이는 처음으로 되돌아간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아이였다.
[이 세계를 창조하라.]
"창조주시여.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세계를 창조하라.]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창조주.
황폐한 이 세계를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그 때 하늘에서 빛이 떨어졌다.
그 빛은 서서히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그 빛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 자리엔 거대한 물체가 있었다.
그 거대한 물체는 …
하늘보다 더…더…
푸르렀다……
그렇다.
그 물체는 하늘보다 더 파랬다.
푸른 물체였다.
"……"
"……"
그 푸른 물체와 여신은 서로를 멀뚱히 보기만 할 뿐이다.
"이름이 뭐야?"
여신이 물었다.
"넌 이름이 뭐냐."
건방진 푸른 물체가 말했다.
"내가 먼저 물어봤어 이 덩치야."
"조그만게 까불고 있어."
"미련하게 덩치만 있는 주제에."
"진짜 해괴하게 생겼네."
"뭐!!!!"
푸른 물체의 말에 발끈한 여신.
그치만 반가웠다.
황폐한 이 세계에서 처음 접한 생명체였고,
더 이상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 덩치야 이름이 뭐냐니까!"
"몰라."
"뭐…?"
"모른다고. 이 해괴한 생명체야.
그러는 네 이름은 뭔데?"
"음… 나도 모르겠어…"
"하하하."
당당하게 말하는 여신.
왠지 그 어벙벙한 모습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푸른 물체.
"네 이름 세르빈이 어때?
좋지!"
"아 유치해."
"싫음 말고!! 에씨."
여신은 기뻤다.
이렇게까지 말을 길게 해 본적은 처음이다.
말은 할 수 있었지만,
말 할 상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있다.
"리우."
"뭐!!"
"네 이름은 리우라고 해.
난 세르빈이고."
멋지게 씨익 웃는 거대한 푸른 물체.
우린 서로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세르빈…
기억하니…
우리 서로 만났을 때를…
그래, 기억해…
우리는 사랑할 운명이 아니었지만, 우리의 사랑은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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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드래곤 님, 드래곤 님※45,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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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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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소매치기님 처음뵙겠습니다! 다음편 기대 많이 해주시구요>_<재밌게봐주세요~
그럼 그 아기가 센도후인가요?? 아니면 셀?? 루나?? 정말 궁금하네요^^ 그아기가 누구일지^0^
Ar랑ol란e님 안녕하세요>_<과연 누굴까요!히히
삭제된 댓글 입니다.
등대님 왠지 오랜만인 것같군요.ㅜ_ㅜ재밌게봐주세요~~^^
루나..ㅠ_ㅠ 결국은 센도후구나..ㅠ_ㅠ 정말 재밌게 잘봤습니다!! 다음편 기대하고 기다릴께요!!
와우 추억의-별성님 반갑반갑^^습니다!하하 담편기대 많이 해주세요>_<
레쥬블리 진짜 그랬겠다. 다들 죽는데 혼자 살아남는거. 으아.
대략난감-0 -;님 반갑습니다~ 허허 레쥬블리의 심정을 이해해주시다니. 사랑받을껍니다>_<!
우아,, 리우 죽을때 너무 슬퍼요!! 그럼 리우와 세르빈의 아이이군요, 루나는,,;[ 그것도 모르고 환생체라 오해한녀석;] 셀이 카아세론,센도후가 세르빈??
하하 셀은 그렇겠지만, 센도후의 경우는 그저 세르빈을 닮았다는 것뿐입니다^^잼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으어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슬퍼요...
앗, 우실정도로 슬펐다니.ㅠ_ㅠ감동이예요!하하 재밌게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