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강을 결정지었던 포르투갈전 카드섹션 이야기 입니다.
2006년 DC 국내축구 겔러리에 연재했던 글을 수정해 다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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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섹션 이야기..4(대한민국)
대한민국 - 포르투갈 전.
두번째 카드섹션을 마치고 담당자 둘이 대구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오면서
스포츠 신문을 모두 사서 나눠 읽었어. 월드컵 때라 그런지 경기가 끝나면 몇시간만에
기사가 전부 인쇄되서 쫙 깔리더라고.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기사에 실린 화보들을 쭉보는데 카드섹션 사진만 없는거야.
응원하는장면, 대형 태극기.. 뭐 다있는데 카드섹션만 없어.
지난번 첫 경기 때도 없었거든.
우린 참 씁쓸하더라고
카드섹션은 보여주려고 하는건데 얼마나 없어보였길래 그 많은 신문에 한컷이 안실렸을까.
그래서 둘이 얘기했지.
이제까지는 카드섹션 억지로 떠밀리다시피 했는데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
우리, 신문에 한번 떠보자!(--;)
순 오기로 세번째 카드섹션이 시작됐지..ㅎ
이제까지 했던 두번의 카드섹션의 문제는 현장에서 급조한 어설픈 글자체와 가독성이었어.
글자 모양도 영 엉망이었던데다 자세히 봐도 무슨글자인지 알아보기 힘들정도였으니
이런게 선수들이나 관중들에게도 힘이 될 리가 없었지.
카드섹션은 선수들에게도 힘을줘야하지만 관중들도 흥분시키고 상대편 선수나 팬들도
압도할 수 있어야 하잖아?
간단명료한 문구와 명확하고 읽기 쉬운 글자체로 가자고 결론을 냈지.
그래서 결정된 카드섹션 '대한민국'
이 문구는 세번째 경기인 포르투갈전에서 우리가 승리할 경우 16강에 진출하지만
졌을 경우 조예선 탈락도 가능했기 때문에 어느때보다도 가장 큰 응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만든 문구야.
대한민국이라는 글자를 펼치면서 '대~한민국'구호를 외치게 한다면 아마도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었지.
지금이야 4강을 이야기하지만 그때 우리는 예선 탈락의 막다른 골목에서
세번째 경기를 기다리는 상황이었거든.
게다가 상대는 실질적인 탑시드 국가 포르투갈...
힘을 내게 해보자.
이거 보고 더 크게 응원하게 만들어보자.
글자의 선을 최대한 굵게 해서 힘이 느껴지게 하는 쪽으로 도면을 그렸어.
우리 집에서 둘이 밤이 늦도록 도면에 연필로 그렸다 지워가며 완성했지.
경기 당일.
난 경기장에 가지 못했어.
표가 없었거든...ㅠㅠ
나한테 배정된 표는 미리 사 두었던 두장과 함께 부모님+할아버지를 드렸어.
이때 아니면 언제 월드컵 보시겠냐고..
경기장에서 카드섹션 지휘는 다른 담당자가 혼자 해보겠다고 해서 믿었지.
효도한번 해보겠다고 담당자가 경기장도 안갔네..--;
뭐 집에 가족도 다 경기장 가버리고, 같이 볼 놈들은 이미 경기장에 가있으니
제일 중요한 경기를 집에서 혼자 보게 생겼더라고.
집에 있던 TV 3대를 다 모아서 KBS MBC SBS 각 방송사별로 틀어놨어.
그리고선 혼자 경기가 시작되기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지.
중계가 시작되면서 카메라가 관중석을 비추는데
각 방송마다 붉은 관중석 가운데 하얗게 새겨지는 선명한 글자.
대한민국...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힘찬 구호.
아.. 성공했구나.
왠지 응원 소리도 더 크게 느껴지네..ㅎㅎ
그간 TV는 커녕 신문에 사진한장 안나왔었는데
다음날 스포츠지 뿐 아니라 일반 일간지에도 카드섹션 사진이 전부 다 실렸지.
별거 아니지만 왠지 이번엔 우리 의도가 먹혀들어간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
그날 우리는 박지성의 골로 포르투갈을 집으로 돌려보내며 16강에 조 1위로 진출했지.
48년만에 첫 16강 진출이었고..
조 2위로 올라갈거라 예상하고 미리 사두었던 16강 8강 티켓이 휴지통으로 들어가게
만든 골이었지..ㅠㅠ
카드섹션 준비하느라 다른 나라 경기는 보기도 어려웠고 우리나라 경기가 아니면
표가 남아돌아서 제대로 거래가 안됐거든...
박지성의 통쾌한 슛이 내 돈 수십만원도 같이 날려줬어..ㅎ
이번 편은 내가 경기장을 못갔던 경기라 좀 짧다.
다음은 AGAIN 1966 이탈리아전 이야기야.
이탈리아 애들이 지대로 짜증냈던 카드섹션이야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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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대전에서 벌어졌던 16강 경기. 이탈리아전 카드섹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첫댓글 잘보고있습니다. 여러가지 비화를 많이 알고 가네요. 이 카드섹션 이후로 포텐이 확 터졌었죠. 기억에 남을만한 문구도 많이 나오구요. 앞으로 하이라이트급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겠네요 ㅎㅎ
당시 월드컵경기 표값이 얼마였나요?
3등석 기준으로 예선전은 6만6천원인가? 그랬고16강전은 13만원 8강전은 16만원 4강전은 22만원 이었습니다. 결승전은 가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2002년 당시면 가격이 상당 했네요 ...ㄷㄷ
진짜 박지성의 그 멋진 트레핑과 수비수 벗겨내고 골 넣는순간은 심장이 멎을뻔 했었죠
경기 끝나고 문학과 터미널 구월동 로데오 일대 모두 마비 ㅋㅋㅋㅋㅋ
이번것도 잘 보고 갑니다.
항상 기대되네요
전국이 마비였습니다 ㅋㅋㅋ
잘 보고 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됩니다 ㅎ
새벽에 잠시 컴하느라 글은 다 못읽고 댓글 답니다. 저는 '대' 밑에 있었는데 귀찮기도 하고 경기를 집중해서 보고 싶은 마음에 카드섹션에 소홀했지요..ㅋㅋ
고등학생 신분으로 담임과 신경전을 벌이며 힘겹게 갔던 월드컵 경기였는데... 벌써 9년 전이네요 ㄷㄷ
저때 부대 강당에서 봤었는데...강당 떠나가라 함성~~~ㅋ
글 잘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