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 /안준철
아내와 놀이 삼아 짓던 호박 농사 깨 농사 모두 끝나고 무성하던 잡풀마저 다 스러진 밭두렁에 지상에서 더는 고울 수 없는 산구절초 몇 송이 선연하게 피어 있다.
나는 알겠다. 저 꽃을 피운 것은 햇살도 바람도 아니라는 것을.
꽃을 피운 것은 무슨 그리움 같은 거 무슨 배고픔 같은 거
어두운 땅 속에서 햇살을 그리는 마음이
바람에 살이 닿고 싶어 몸을 흔들어 대던 그 마음이 해마다 꽃으로 피어난다는 것을.
나를 자라게 한 것은 결핍감이었느니 아, 가난한 실뿌리를 가진 나는 알겠다.
가난한 땅에서 자라는 꽃들이 더 멀리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
첫댓글 나를 자라게 한 것은 결핍감이었느니
아, 가난한 실 뿌리를 가진 나는 알겠다.
가난한 땅에서 자라는 꽃들이
더 멀리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너무나 아프고 고운 시 앞에서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