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생 이전
-한국 위인: 대단히, 엄청나게, 쇼킹하게 특별하다. 용이 등장하는 태몽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역시 특별한 놈은 다 타고나는 것이라고
선전하는 것 같다.
-외국 위인: 평범하다. 별 상상의 동물이 등장하는 요상한 태몽 따위는 없다.
2. 태어날 때
-한국 위인: 뭔가 구라같은 이야기 없으면 섭섭하다. 태어날 때 별이 집 위로
내려앉았다는 이야기 정도는 기본이다.
-외국 위인: 당연히 평범하다. 추운 겨울날 오두막 집에서 떨며 태어난 녀석까지
있다.
3. 어릴 때
-한국 위인: 역시 엽기적인 천부적 재능을 보여준다. 주몽은 바닥에 누워서
젖이나 먹을 때에 청소년도 당기기 힘든 활을 들고 명궁도 맞추기
힘든 파리를 맞췄고, 이이는 8살 때에 정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5언 율시 형식의 시조를 지었다. 역시 우리 나라에서 천재는
타고나는 거다. 제기랄.
-외국 위인: 또래 애들과 다를 게 없다. 심지어 더 못한 경우도 있다. 에디슨은
초등학교 때 담임에게 얻어 터지고 학교 그만뒀고, 아인슈타인은
수학 빼고 낙제했다. 이웃 나라 일본의 노구치 히데요는 어릴 때
화덕에 엎어져 한 손이 거의 불구가 됐다. 그러나 나중에
피터지게 노력하여 결국 유종의 미를 거둔다. 역시 외국에서는
능력 위주다.
4. 업적을 쌓을 때
-한국 위인: 당연 빠따 지 혼자서 다 해먹는다. 왜? 그래야 자기 이름이 빛날
것 아니냐. 남을 밟아야 내가 올라선다. 우리 나라 교육 풍토는
수천 년 전부터 예견할 수 있던 것이다.
-외국 위인: 주위 사람이 도와줘서 결국 세계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거둔다.
자기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해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에디슨도
전구 하나 개발하려고 세계 곳곳에 사람을 보내어 결국 겨우 하나를
찾기도 했다.
결론: 한국 위인전 읽으면 나는 안 된다는 자괴감과, 천재는 어릴 때 찍히는 거라는
허탈함과, 불공평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뭐 이딴 구라가 다 있어 지금
우둔화 정책 쓰냐는 분통이 터지는 반면에,
외국 위인전 읽으면 역시 사람은 노력해야 이름이 빛난다는 교훈과,
누구나 천재적인 업적을 쌓을 수 있다는 위안과, 아직 평등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기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