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의 혼돈
조셉 드 라 베가 저자(글) · 조성숙 번역 · 김영익 감수
스마트비즈니스 · 2023년 10월 17일
1688년 스페인어로 쓰고, 암스테르담에서 출간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주식 책!’
이 책은 투자에 있어서 군중심리학,
더 나아가 주식시장에 대해 쓴
최초의 책이자, 가장 중요한 책이다.
주식시장의 기원과 투자의 행동 편향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나는 이 주옥같은 책, 〈〈혼돈 속의 혼돈〉〉을 항상 곁에 두고 읽는다. 조셉 드 라 베가는 이 책을 통해 투자와 증권거래소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환상, 짜증, 낙관론과 비관론, 놀람과 신념, 희망과 두려움, 돈 또는 채무 등은 그가 책을 쓰던 당시뿐만이 아니라 언제나 시세를 널뛰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 앙드레 코스콜라니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이 쓰인 그때나 지금이나 투자에 있어서 인간의 행동 편향성은 변하지 않았다. 투자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싶은 독자들에게나, 주식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특별한 인사이트를 줄 책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나 역시 주식시장에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 김영익 교수(서강대 경제대학원)
“
어느 시대에나 증권분석가와 기자들은
주식시장이 갈수록
더 불투명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주식시장은 어느 때고 할 것 없이
항상 불투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더는 주식시장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300여 년 전에
조셉 드 라 베가는 주식시장을
‘혼돈 속의 혼돈’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
- 앙드레 코스톨라니
17세기 주식 책, 21세기 ‘주식투자 지침서’가 되다!
- 김영익(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혼돈 속의 혼돈〉〉은 17세기 네덜란드 개미투자자였던 조셉 드 라 베가(Joseph de la Vega, 이하 베가)가 자신의 투자 경험을 통해 주식투자의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은 1688년 암스테르담에서 집필된 세계 최초의 주식 관련 책으로서, 오늘날까지도 많은 투자자와 학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 ‘주식의 신’이라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모든 주식투자자에게 추천하고 싶다.”라고 격찬한 책이기도 하다. 코스톨라니는 1688년에 출간된 초판본을 구입하려고 경매에 참여했으나, 18,000파운드에 낙찰한 일본인이 사 가서 구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출판사 〈스마트비즈니스〉가 이 책을 번역하여 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갑기 그지없었다. 독자들께서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투자에 있어서 인간의 행동 편향성은 변하지 않았다. 투자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싶은 독자들에게나 주식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특별한 인사이트를 줄 책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베가가 실제 주식투자를 했던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는 현대적 의미의 주식회사와 이 회사의 주식을 거래하는 증권거래소가 탄생했다. 당시 부족한 자금을 국민들의 돈을 모아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이렇게 탄생한 회사가 바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erenigde Oost-Indische Compagnie, VOC)다.
이 회사 주식을 편리하게 거래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였다. 베가는 실전투자자로서 당시 증권거래소의 관행들(Puts, Calls, Pools, Manipulations)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했다. 당시에도 오늘날의 선물과 같은 파생시장 상품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베가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된 세 가지 동기를 밝히고 있다. 첫째는 그 자신의 유희를 위해서였다. 둘째는 주식 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현존하는 모든 책을 통틀어 가장 정직하고, 가장 유용한 주식 거래 설명서를 쓰고 싶다는 바람에서였다. 셋째는 나쁜 사람들이 주식을 거래할 때 쓰는 온갖 술수와 수법을 정확하고 완전하게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에게 증권거래소에서 횡행하는 사기술과 악당들의 모습을 폭로함으로써, 투기 세상에 뛰어들지 말라고 경고하려는 목적도 포함돼 있었다.
이 책은 철학자, 상인, 주주, 세 명이 나누는 4부의 대화로 구성돼 있다. 책 제목이 〈〈혼돈 속의 혼돈〉〉인데, 베가는 혼돈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투기꾼들은 입만 열면 오직 주식 얘기였다. 어딜 뛰어가면 주식 때문이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그 역시 주식 때문이었고, 어딘가 쳐다보고 있으면 주식을 보고 있는 거였다. 깊이 생각에 잠겨 있으면 주식을 생각하는 거였고, 뭔가 먹고 있으면 그것도 주식투자에서 나온 거였다. 공부하면 주식에 대한 공부였고, 항상 주식에 대한 환상을 꿈꿨다. 병들어 죽는 자리에도 주식 걱정만 했다.”
베가가 말하는 ‘혼돈’ 정도는 아니더라도 2021년 전후 우리나라에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다.
“주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자의 질문에, 주주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이 사업은 유럽에서 가장 공정하면서도 가장 부당하고, 세상에서 가장 고결하면서도 가장 악명 높고, 지상에서 가장 순수하면서도 가장 저속한 사업이지요. 이것은 똑똑한 자에게는 시금석이요, 담대한 자에게는 묘비지요. 유용함의 보고이자 재앙의 원천이며, 한순간도 쉬지 못하는 시시포스의 맞수이자, 불의 바퀴에 사슬로 묶여 영원히 지하 세계를 떠돌아야 하는 익시온(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불경죄를 지어 불타는 수레바퀴에 묶인 채 끝없는 회전을 계속했다)의 맞수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주식 거래에 뛰어드는가? 베가는 제후, 상인, 투기꾼이라는 세 무리로 구분한다.
첫 번째 무리는 금력이 큰 제후들과 대자본가들로, 물려받거나 직접 산 주식에서 매년 배당받는 이들이다. 그들의 관심은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신경쓰지 않고 배당으로 받게 되는 수익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기업의 일부 대주주에 해당한다.
두 번째 무리는 상인이다. 그들은 주식을 사서 가격이 오르면 그때 가서 주식을 판다. 아니면 현금을 치르지 않고 주식을 사지만, 미래의 특정 일에 더 높은 가격에 인도하기로 약속하면서 곧바로 매도를 시도한다. 오늘날 대부분 투자자가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 무리는 도박꾼들과 투기꾼들이다. 그들은 얼마를 벌든 그 액수의 규모를 자신들이 직접 정하려고 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저자는 대화 4에서 거래소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투기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투기꾼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탁월한 술수를 발휘하며 투기하다가 숨을 곳을 찾고, 사실을 은폐하고, 싸움하고, 도발하고, 조롱하고, 노닥거리고, 격렬하게 욕망하고, 결탁하고, 예술적으로 사기를 치고, 배신하고, 속임수를 쓰고, 심지어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변명거리를 찾는다.
주가 전망에 대해서도 시장의 다양한 견해를 황소와 곰으로 비유하고 있다. 황소들은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린과도 같고, 귀부인들의 거울에 비친 모습을 실제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이게 해주었던 쾰른 선제후의 마법사와도 같다.
황소들은 모든 것을 사랑하고, 모든 것을 찬양하고, 모든 것을 과장한다. 황소들은 자신들의 수법이 부를 의미하며, 무덤에서도 작물이 자라날 것이라고 대중을 현혹한다. 그들은 공격해오는 뱀을 보면 인도인들처럼 맛있는 별미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황소들은 불길에 당황하지도 않고, 참패에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는다.
반대로 곰들은 두려움, 공포, 초조함에 완전히 지배당한다. 그들에게는 토끼가 코끼리로 보이고, 여관의 작은 쌈박질이 혁명이고, 어슴푸레한 그림자는 불길한 혼돈의 징조다.
그러니 혹여라도 아프리카에 당나귀 노릇을 하는 양이 있고 심지어 말 역할을 하는 숫양까지 있다면, 이 곰들의 눈에는 모든 난쟁이가 다 거인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도 그렇게 불가사의한 일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나를 ‘닥터 둠’이라 부른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2020년 급격한 경기 침체와 주가 급락을 예고했기 때문이었다(물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런 일이 발생할지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2021년 상반기에 코스피가 3,300을 넘었을 때 2,200까지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는데, 실제 코스피는 그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내가 항상 ‘곰’은 아니었다. 2000~2006년에는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나를 ‘황소’로 불러준 적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 따라 때로는 ‘곰’, 때로는 ‘황소’였던 것이다.
그러나 주가는 장기적으로 상승해왔다. 멀리는 황소가 이겼고 곰은 졌다. 때로는 곰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좋지만, 곰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질 때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베가의 〈〈혼돈 속의 혼돈〉〉의 백미는 대화 2에 있다. 여기서 베가는 주식투자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4가지 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번역서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첫 번째 수칙 : 절대로 그 누구에게든지 주식을 매수하라, 매도하라 조언하지 마라. 통찰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아무리 선의로 한 조언이라도 결과가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수칙 : 놓친 이익을 안타까워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챙길 수 있는 이득은 다 챙겨라. 유리한 국면이 계속되는 행운이 지속되기를 바라지 말고, 취할 수 있는 것을 누리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뱀장어가 도망가는 속도는 생각보다도 더 빠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수칙 : 주식 거래로 버는 이익은 고블린의 보물(유럽 설화에 등장하는 도깨비 또는 사악한 요정을 의미하며, 반짝이는 물건을 좋아해 보이는 대로 다 훔친다고 한다) 같은 것이다. 어느 순간에는 카벙클(루비, 석류석처럼 붉은색을 띠는 보석을 둥글게 연마한 것)이던 것이 석탄 조각이 되었다가, 다시 다이아몬드나 부싯돌이고, 또 어떤 때는 아침이슬이거나 눈물로 바뀔 수 있다.”
“네 번째 수칙 : 가치는 지속되기 힘들고 소문은 진실에 기반하는 일이 드물기에, 이 게임에서 이기길 바라는 사람은 누구든 인내와 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베가가 제시한 이 4가지 수칙은 30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주식시장에서도 변함없는 교훈으로 남아 있다. 증권회사를 떠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나는 아직도 주식 매수와 매도를 권유하고 있다. 선의였지만 일부 반응은 그와는 달랐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수칙과 관련된 사례가 최근에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발생했다. 일부 투기꾼들에 의해 몇 개 종목이 급등 후 급락했다. 대화 4를 읽고 투기꾼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네 번째 수칙도 투자자라면 가슴에 새겨야 한다.
역사에서 투자의 교훈을 얻고 싶은 독자들에게, 투자나 증권업에 종사하며 업의 기원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정독을 권한다. 나 역시 주식시장에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