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감사한 친구와 고마운 아우들...
2023년 11월 25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시월 열사흗날
영하 15도,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이다.
코끝이 찡하고 손발이 엄청 시렵다.
낯짝에 닿는 차가운 공기는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바짝 얼려버릴 기세로 엄청 춥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람이 잠잠하다는 것,
바람까지 분다면 추위가 어마어마할 텐데...
예보에는
평창 영하 9도, 봉평 영하 11도, 면온 영하 12도
라는데 같은 평창이고, 같은 봉평이고 면온인데
여기 설다목 산골은 영하 15도, 엄청난 차이다.
그러다보니 이따금씩 일기에 쓰는 기온을 보고
다들 놀라곤 한다. 그만큼 해발이 높은 산중턱은
더 춥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이렇게 추운 곳에다
삶터를 정했느냐면서 어이없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3년을 잘 살고있다.
이렇게 살고있지만
따뜻한 고향 남해에서 나는 많은 것들을 먹는다.
어제는 촌부가 태어나 함께 자란 죽마고우에게
부탁한 남해의 특산물 유자가 산골에 도착했다.
얼마나 향이 좋은지 모르겠다. 10kg 부탁했는데
15kg을 보내왔다. 뿐만아니라 또다른 남해의
특산물 시금치까지 위에 잔뜩 얹어서 함께 왔다.
포장도 아주 튼튼하게, 꼼꼼하게 하여 보내왔다.
지난해 택배기사의 실수로 유자가 꽁꽁 얼어서
문제가 생겼었는데 이번에는 친구가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친구의 배려에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이 산골에서 싱싱한 내고향의
유자와 시금치를 먹게 되는 호사를 누리게 해준
친구의 따스한 마음을 한가득 느낄 수가 있어서
흐뭇하다. 특히 아내가 너무나 좋아한다. "당신은
좋은 고장에서 태어났고 곱디고운 마음씀씀이를
가진 친구가 있어 많이 부럽네."라고 하며 웃었다.
우쭐한 마음에 으쓱해지는 기분이라서, "이래서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좋은 거라네"라고 했다.
이 많은 유자를 우리 둘이서 어찌 다 먹겠는가?
아내 생각은 유자청을 만들어 형제들은 물론이고
절친한 마을 아우들과 평소 고마운 이웃들에게
조금씩 나눔을 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할 생각에
죽마고우에게 청정지역 보물섬 고향 남해에서
기른 유자를 부탁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보내주어 뭐라고 감사를 해야할지? 너무 고맙다.
아내를 도와 손질하여 유자청을 담가야겠다.
어제 점심무렵이 지난 오후,
촌부의 멘토 마을 아우가 '청바지클럽' 단톡방에
"오늘 저녁 초대를 할려고 합니다.
(김치만두국) 한 분도 빠짐없이 오셔서 맛나게
드셨으면 합니다.
시간 : 저녁 오시 삼십분" 이라고 공지를 했다.
제수氏가 손수 만두피를 밀어 만들고 맛깔스런
김치로 소를 만든 만두는 오래전부터 맛있기로
정평이 나있고 소문이 자자하다. 우리 다섯 집이
모인 청바지클럽 회원 모두를 다 초대한 것이다.
유자청을 담글 시간이 없어 향기라도 느껴보라며
고향 남해에서 온 유자 몇 개를 가지고 둘째네와
함께 마을로 내려갔다. 모두들 향이 너무 좋다고
했다. 그런데 멘토 아우가 유자 껍질을 까더니만
씨를 빼고 씹어먹으면서 향도 맛도 좋다고 했다.
이장에게 먹어보라고 했는데 한입 씹더니 이내
인상을 쓰면서 뱉어내는 것이었다. 사실 유자는
생과일로 먹기에는 무척이나 신맛, 쓴맛이 강하다.
그래서 유자청을 만들어 먹는 것인데 멘토 아우는
워낙 신 것을 좋아하는 특이한 입맛의 소유자...
그건 그렇고 김치만두국, 기정떡, 찹쌀떡으로 차린
저녁밥상에 소주와 맥주까지 곁들이고 걸쭉하고
정감어린 입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마음맞는 이웃끼리 함께하는 만남의 시간,
즐거운 식사는 정이 넘치는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지금껏 이렇게 살아가는 산골살이는 어려움도 꽤
있었지만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보람이 되면서
사람 사는 세상이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이다.
앞으로도 더 끈끈한 정을 나누며 살아갈 것이다.
함께하는 우리 청바지클럽 아우들이 너무 고맙다.
우리 다섯 집,
아홉 명이 함께하는
'청춘은 바로 지금...'
우리는 청바지클럽이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멋진 나날을 만들어 가시는
촌부님의 삶에 박수를 드립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 하세요
이렇게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산골살이입니다.
늘 격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왜...청바지클럽인지요...^^ㅎ
글을 보면서
고것이 젤 궁금합니다..ㅎㅎ
저도 만두를 엄청 좋아해서...항상 묵은지로
만두 만들어
냉동실에 저장해두고
겨우네 먹는 답니다....^^
좋은시간 되셨길요...^^
어?
아래 답이 있는데...ㅎㅎ
청)춘은
바)로
지)금
만두는 언제 먹어도 좋지요.
많이 드시고 겨울 잘 나세요.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에는
김치 만두국이
일품이지요.
거기에 유자 향기까지
겹치니
설다목에
온화하고 따뜻한
정이 흘러 넘치네요.
함께 '청바지!'
외쳐 봅니다.
맞아요!
겨울에는
만두국이 일품이죠.
어제는
하루종일 유자청 만드느라
집안에도, 몸에도
유자향으로 가득합니다.
고마운 친구, 고마운 이웃
덕분에 호사를 누리는
촌부의 일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