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많았던 기해년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많았던 己亥年   2019년 기해년은 「황금돼지해」라고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다. 내년에는 경제가 나아지고 황금덩어리라도 굴러 떨어질 듯한 착각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나 각종 통계자료에 의하면 내년 경제는 더 나빠지고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 질 거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60년마다 되풀이 되는 기해년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외침이나 재난)이 더 많았던 해였다. 이홍직의 『國史大事典』(국사대사전)의 「年表」(연표)에 나오는 기록을 통해 기해년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좋았던 기해년   먼저 서기 879년(신라 헌강왕 5년)에는 智證國師(지증국사)가 경북 문경시 화양산에 봉암사를 창건, 천여 년 뒤인 1947년에 性徹(성철) 스님등 20여명의 스님들이 「鳳巖寺結社」를 조직하여 불교정화운동에 나섬으로써 한국 불교중흥의 산실이 되게 하였다. 1419년(조선 세종 1년)에는 三軍都體察使(삼군도체찰사)인 李從茂(이종무)가 대마도를 정벌해 국위를 선양했지만, 세종이 저들을 불쌍히 여겨 일본에 되돌려 주는 바람에 오늘날 독도마저 일본의 땅이라고 우기는 빌미를 제공한 것은 聖君(성군)으로까지 칭송받는 세종대왕으로서는 일생일대의 패착이라 하겠다. 조선 고종 36년인 1899년에는 그나마 반가운 일이 연달아 벌어졌다. 8월에는 한국 최초의 근대적인 헌법인 大韓國國制(대한국국제)를 반포, 大韓帝國(대한제국)이 자주독립국가임을 내외에 선포하게 되었다. 3월에는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효시인 京城醫學校(경성의학교)가 설립되고, 5월에는 서울에 처음 전차가 등장했고, 9월에는 인천∽노량진 사이에 경인선이 개통돼 이 땅에 처음으로 철마가 달리기 시작했다.   나빴던 기해년 외침 339년(고구려 고국원왕 9년)에 前燕(전연)의 慕容氏(모용씨)가 고구려를 침범, 국경에 있는 新城(신성)에 이르더니, 3년 뒤인 342년에는 평양까지 쳐들어와 궁궐을 불사르고 왕의 모친과 남녀 5만 여명을 포로로 잡아간 치욕적인 일이 벌어졌다. 399년(신라 내물왕 44년, 고구려 광개토대왕 9년)에는 倭(왜)가 신라를 침범하자 신라가 고구려에 구원을 청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459년(신라 자비왕 2년)에는 왜인이 신라의 수도인 금성을 포위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30여년에 걸친 7차례의 對蒙抗爭(대몽항쟁 : 우리나라가 당한 외침 가운데 최장의 가장 참혹했던 전쟁) 가운데서도 제일 처참했던 3차침입(이때 저들의 초토화 전술로 경주의 황룡사 9층 목탑도 불탐)을 끝내고 몽고가 철수한 1239년(고려 고종 26년)에는 4월에서부터 3차례나 고려왕의 親朝(친조)를 요구해와 그해 12월에는 왕 대신 新安公(신안공) 王佺(왕전)을 보내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1359년(고려 공민왕 8년) 5월에는 황해도의 예성강과 옹진군에 왜구가 침범하는가 하면 12월에는 紅巾賊(홍건적)이 西京(서경)을 함락하기도 하였다. 재난 1839년(조선 헌종 5년) 기해년에는 유난히 자연재해가 심했던 것 같다. 4월에는 경상도 비안현에 우박 피해가, 6월에는 경기지방에 심한 기근이, 8월에는 평안도, 경상도에 수해피해가 크다고 하더니 그해 연말인 12월에는 전국에 기근이 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승만의 자유당 시절인 1959년에는 재난이 잇따라 발생한다. 7월에는 부산공설운동장에서 개최된 시민위안의 밤 행사에서 67명이 밟혀죽는 대형 압사사건이 일어나고, 9월에는 전국에 몰아닥친 태풍피해로 924명이나 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11월에는 서문시장에 큰 불이 나 3백여 점포를 불태웠지만 인명피해가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己亥邪獄(기해사옥) 1801년 辛酉邪獄(신유사옥)에 이은 제2차 천주교 박해사건인 기해사옥(기해박해라고도 함)이 1839년(조선 헌종 5년)에 일어나 한국 천주교사에 커다란 오점을 남긴다. 이해 3월 정부에서는 邪學討治令(사학토치령)을 시행, 3명의 프랑스 신부와 신자 1백여명을 처형하고, 7월에는 천주교도 적발을 위해 五家作統法(오가작통법)까지 발동해 더 많은 신자의 순교를 불러 온다. 이밖에도 병오사옥(1846년), 병인사옥(1866년) 등이 터져 천주교 박해사건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망 519년에는 고구려 21대 왕인 문자왕이, 579년에는 신라 25대 진지왕이, 그리고 1659년에는 북벌계획을 세웠던 조선의 17대 왕 효종이 사망하는 등 기해년에만 3명의 왕이 세상을 떠난다. 그런가하면 일세를 풍미하던 인물들도 기해년에 운명을 달리한다. 1179년(고려 명종 9년)에는 무신정권을 세웠던 정중부가 청년 장군인 경대승에게 피살되고, 1419년(조선 세종 1년)에는 고려 말 三隱(삼은)의 한 사람이며 성리학자인 冶隱(야은) 길재가, 1599년(조선 선조 32년)에는 임진왜란 三大捷(삼대첩)의 하나인 幸州大捷(행주대첩)의 공을 세운 도원수 권율이 사망한다. 이승만의 자유당 시절인 1959년에는 초대 농림부장관이며 진보당 당수인 조봉암이 사형 당하고, 씨 없는 수박의 주인공 우장춘 박사도 이 해에 숨을 거둔다.   기타 임진왜란이 끝날 무렵인 선조 32년 1599년에는 이순신 장군을 발탁하고 懲毖錄(징비록)을 남긴 영의정 유성룡이 職牒(직첩)을 환수당하고, 자유당 말기인 1959년 4월에는 당시 야당지였던 경향신문이 폐간되고, 12월에는 재일교포 북송 제1진이 북한으로 떠나기도 한다.   2018년 12월 현재의 대한민국은 누가 뭐래도 총체적 난국이다. 경제와 안보, 나라의 두 축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근무제, 원칙 없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 원전의 에너지정책, 거기다 법 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노조 등 경제문제와, 평화(그것도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할 위장평화)에 함몰된 외교, 안보, 국방정책의 난맥상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다. 역사적으로도 기해년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많았던 해였다. 어쩐지 2019년 기해년도 안 좋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날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문정부는 정의와 통합과 포용을 외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잘못을 시정하거나 개선하기는커녕 아직도 보복성 짙은 적폐청산에 매달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 정부보다 더한 불통, 불통에 울화통이 치민다. 이제 2019년 기해년 한 해의 운세를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저 양같이 순하고 가련한 이 백성을 保佑(보우)해 주기를 하늘에 간절히 바랄 뿐이다.   단기 4352년 11월 8일 늦은 밤에, 대구에서 抱民徐昌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