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의 끝은 언제나 잘 먹고 잘 산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오늘날 우리 삶도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났면 얼마나 좋을까,
태어날 때 가난은 어쩔 수가 없다 하더라도 살면서 가난은
자기 몫이니까 어쩌겠는가 최선을 다해 살아야지,
그렇게 살다 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올 테니까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역경 속에 피는 꽃이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하지만 삶의 과정은 매 순간 치열하고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나 적당한 긴장은 풀어지기 쉬운 삶을 지탱해 주는
끈일 수도 있으니 결코 나쁜 것만도 아니다,
지나고 보면 그저 그랬던 것도 그 순간에는 아니면 안 되는
절실함이었고 치우지 않으면 불편하고 보기 싫었던 것
조차도 지나고 보면 어느새 추억이고 좋았던 기억보다
힘들고 어려워 더 기억들이 더 깊숙이 각인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은 역경 속에서 피우는 꽃을 어쩌면 더 쳐주는 것 같다,
인생 지나고 보면 그날이 그날 같은 날들을 살아냈지만
매 순간에 찰나는 엄청난 모험이고 도전이다,
부서지고 깨지고 파산하고 순간에 튕겨져 나간 파편들이다,
그것을 무탈하게 풀어 내는 건 지혜가 없이는 본능
만으로는 버겁다,
그래서 인생의 경험은 살아있는 스승이다,
이렇듯 인생은 하얀 도화지 위에 자신의 삶을 그려 내는 것이다,
이것저것 하루하루를 모자이크 하듯 모아 이야기를 만들고
지나온 길에 지도를 그린다, 자신만의 인생의 지도를,
그 길에는 꽃도 있고 목마를 때 마실 수 있는 샘도 있고
초를 다투며 지나가는 청춘에도 풋풋한 사춘기에 첫사랑이
있었고 혼자 좋아했던 짝사랑의 열병까지 몸살 앓고
아팠지만 참아 냈던 인내 어쩌면 그런 것들이
나를 이렇게 성장시켜 주었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구멍가게에서 사 먹던 달달한 사탕,
난전에서 하루를 팔던 주름 지긋했던 할머니,
늘 모자라서 허기졌던 지도 한편에 이런 과정들이
그리움이고 나를 키워낸 모진 세월이었으리라,
하지만 쉽게 생각해서 아프게 버린 것들이 없지 않으니
그것에 깊이 사죄한다,
인생은 언제나 놓친 고기가 더 컸고 내 것을 만들기까지
온갖 정성을 다하다가도 내 것이 되고 나면 왜 그렇게
소홀히 하는지 모르겠다,
변덕한 심리일까, 아니면 내 것이라는 확신에 서일까,
나는 또래들보다 검소한 편이였다,
촌부의 아들로 배고픈 시절을 눈물 나게 지나 왔으니
그렇다고 가난이 창피하고 부끄러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금도 난 헌 책방에서 책을 산다,
오래된 낡은 인쇄 향이 좋은 것도 있지만 사실은 몸에 밴
검소함이라고 할까,
신간의 맛을 못 느낄 뿐 좀 늦게 읽는다고 내용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운 좋으면 떨이 파는 가게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기도 한다,
없으면서 있는체하는 허세가 정말 싫었고 있는 그대로에서
꽃 한 송이를 든 사람이 넘쳐 나는 꽃바구니를 들고 낑낑
대는 사람보다 좋았다,
기적도 요행도 노력하지 않고 얻으려는 망상은 허당이다,
그래서 옛날이야기는 과정이 힘들어도 끝은 잘 먹고 잘 사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는지 모른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