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과일의 계절이다. 마트에 가면 다양한 과일이 진열돼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한다. 과일은 비타민ㆍ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할 뿐 아니라 수분이 많아 여름철 갈증 해소에도 그만이다.
과일은 식물성 식품이어서 ‘식중독과는 무관하겠지’ 하며 방심(放心)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과일이 식중독균에 오염되는 경로는 크게 보아 다음 세 가지다. 가축의 분변 등을 통해 토양에 유입된 식중독균이 과일의 재배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다. 육류를 썰던 칼ㆍ도마 등 조리기구로 과일을 다루는 도중 육류의 식중독균이 옮겨가기도 한다. 식중독균에 오염된 손이나 농업용수를 통해서도 식중독균이 과일에 전파될 수도 있다. 과일 섭취 뒤 식중독에 걸렸다면 십중팔구는 고기나 생선에 오염된 식중독균이 과일에 넘어온 결과다.
과일 식중독 원인상처 난 과일이 오염되기 쉽다
땅에서 기르는 수박, 토마토, 참외 등은 토양에서 식중독균이 과일로 옮겨가기 쉽다.
식중독균은 과일의 껍질에선 거의 증식하지 못한다. 과일 껍질이 식중독균 오염을 막는 일종의 ‘방어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식중독균은 대개 과일의 손상 부위를 통해 과일의 껍질 안으로 들어가 증식한다. 과일을 살 때 상처 난 부위가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할 것을 강조하는 것은 그래서다. 사람 손에 묻어 있던 식중독균이 과일 껍질에 오염될 수도 있으므로 과일을 다루기 전엔 손부터 깨끗이 씻는다. 특히 땅에서 기르는 수박ㆍ토마토ㆍ참외에 대해선 더욱 철저한 세척이 필요하다. 식중독균이 토양에서 과일로 옮겨질 수 있어서다.
식중독 예방방법깨끗하게 세척하는 것이 우선
과일을 세척할 때 전용 세척제를 사용하면 더욱 좋다.
과일은 열을 가하지 않고 대개 생으로 먹기 때문에 식중독 예방 대책을 세우기가 훨씬 힘들다. 과일을 물로 여러 번 씻어 내거나 과일 세제로 소독하더라도 식중독균을 100% 제거할 수는 없다. 현실적인 대안은 철저한 세척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다.
과일로 인한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흐르는 물에 잘 씻는다. 200ppm의 차아염소산나트륨 용액에 과일을 5분간 담가 살균(殺菌)한 뒤 흐르는 물에 헹구고 씻는 일을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일을 씻을 때 식초 희석액(10%)이나 과채 전용 1종 세척제(식품에 직접 접촉 가능)를 사용해 철저히 씻으면 식중독균의 90% 이상(전용 세제 사용 시 95% 이상)이 제거된다. 과일의 표면에 남아 있던 농약도 90% 이상도 씻겨 나간다. 수박ㆍ멜론ㆍ참외 등 신맛(酸)이 없고 맛이 단 여름 과일은 전용 세척제로 씻어주는 것이 좋다. 세척제 사용 뒤엔 흐르는 물(음용수)로 과일을 충분히 씻어 세척제 성분이 잔류하지 않도록 한다.
사과ㆍ토마토 등 껍질째 먹는 과일은 물론 바나나ㆍ귤ㆍ참외 등 껍질을 버리는 과일도 먼저 껍질을 물로 깨끗이 씻은 뒤 껍질을 벗기고 먹는 것이 좋다. 미리 씻어 포장된 사과도 먹기 전에 다시 씻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일 껍질을 벗기면 표면에 묻은 농약도 함께 제거된다.
여름 과일 식중독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보관법을 알아야 한다!
열대과일과 토마토는 오히려 냉장고에서 더 변질되기 쉽다.
과일을 안전하게 먹으려면 보관을 잘해야 한다. 과일은 무조건 차갑게 보관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과일 중엔 저온에 약하고 냉장고에 넣자마자 상하기 시작하는 것도 있다. 이처럼 저온에서 변질 또는 부패하는 것을 저온 상해라 한다. 바나나ㆍ망고ㆍ파파야ㆍ파인애플ㆍ아보카도 등 열대과일과 토마토 등이 저온 상해를 입기 쉽다. 토마토가 물러지거나 바나나의 색이 까맣게 변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저온 상해의 증상이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채소에 함유된 소중한 비타민 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과일을 너무 많이 샀거나 먹고 남았다면 냉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영양소의 손실이 거의 없이 장기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동한 것을 해동했다가 다시 냉동하면 확실히 맛이 떨어진다. 과일의 맛이 어느 정도 남아 있을 때 냉동하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되거나 상처 난 과일을 냉동시키면 녹여도 원래 맛이 나지 않는다.
과일 보관법종류별로 더 신선하게 과일을 먹는 법
각 과일의 보관법을 알아두면 더 오래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딸기
딸기는 물에 닿으면 순식간에 상한다. 냉장할 때는 씻지 말고 랩에 싸서 채소 칸에 둔다. 냉장 보관하더라도 1∼2일 이내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라임
실온에 보관해도 좋지만 금세 마르기 쉬우므로 비닐이나 랩에 싸서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냉장고에 넣을 때도 랩이나 비닐로 싸서 건조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레몬
생과 상태일 때는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둔다. 자른 뒤엔 랩에 싸서 냉장고에 둔다. 과즙만 따로 장기 보관하고 싶을 때는 과즙을 조금씩 나눠 냉동해 둔다.
멜론
표면과 자른 뒤의 과육은 살모넬라균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자르기 전에 표면을 철저히 씻는다. 과육도 12시간 이상 보관했다면 씻는 것이 좋다. 냉장고에 넣어 뒀더라도 72시간이 지났다면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다 익을 때까지는 상온에서 보관한다. 밑 부분이 부드럽고 맛있는 향기가 풍기기 시작하면 다 익은 것이다. 먹기 전에 몇 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은 뒤 꺼내 시원하게 먹는다. 먹고 남은 것은 자른 표면을 랩으로 싸서 냉장고 채소 칸에 둔다.
무화과
상하기 쉬운 과일이어서 장기 보관이 힘들다.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 채소 칸에 둔다. 오래 즐기고 싶으면 잼으로 만든다.
바나나
열대과일이므로 너무 차가우면 저온 상해를 일으켜 전체가 까맣게 변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면 3∼7일 보관이 가능하다. 상처 나기 쉬우므로 매달아 보관하는 것이 좋다. 바닥에 놓아두면 닿는 면부터 상한다. 찬장 등에 붙여둔 훅 등에 매달아 두면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복숭아
익으면 금세 변한다. 냉장고에 보관하더라도 2일 이상 지나면 단맛이 사라진다. 냉장할 때는 종이봉투에 담거나 신문지에 싸서 보관한다.
블루베리
잘 상하고 곰팡이도 잘 핀다. 냉장해도 1∼2일 정도만 보관할 수 있다. 장기 보관하려면 잘 씻어서 평평하게 늘어놓은 상태로 냉동하거나 잼으로 만들어둔다.
사과
냉장고에 보관한다면 랩으로 하나씩 싸 둔다. 건조를 억제하고 사과에서 나오는 과일의 노화 호르몬인 에틸렌 가스를 막기 위해서다. 에틸렌 가스는 다른 과일을 빨리 익히는 작용을 한다, 과일이 빨리 상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에틸렌 가스는 사과를 뒤집어 보관했을 때 바로 놓았을 때 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사과는 몇 달씩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떤 품종은 단풍나무 잎으로 싸두면 1년 넘게 보관할 수 있다.
아보카도
후숙 과일이므로 구입 후엔 어둡고 서늘한 곳에 잠시 놓고 익힌다. 자른 것이 검게 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레몬즙을 떨어뜨린 뒤 랩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오렌지
냉장고보다 통풍이 잘되는 실내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충분히 익은 것은 먹기 직전에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해서 먹는다. 실온에선 1주, 냉장고에선 4주까지 보관할 수 있다.
자몽
물로 표면을 씻은 뒤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1∼2주는 보관할 수 있다. 자른 것은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은 뒤 2∼3일 이내에 먹는다.
키위
다 익기 전에 수확하는 후숙 과일이므로 구입 후 집에서 숙성시키는 방법도 있다. 실온에 잠시 놓아두어 전체가 부드러워지기를 기다린다. 빨리 익히고 싶으면 사과와 함께 보관한다.
파인애플
낮은 온도에 민감하므로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 된다. 파인애플의 달콤함은 나무에 달려 있을 때 밑에서 위로 향한다. 따라서 파인애플을 세워두면 단맛이 밑으로 몰린다. 눕혀서 보관하면 단맛이 강해진다. 자르기 전엔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보관한다. 일단 자른 뒤엔 냉장 보관해야 한다. 마르지 않도록 랩으로 싼 뒤 채소 칸에 보관한다. 더 오래 두고 먹으려면 작게 자른 것을 랩으로 싸서 냉동시킨다.
포도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 채소 칸에 넣어둔다. 장기 보관할 때는 송이에서 알을 떼어낸 뒤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시킨다. 그대로 행동시켜 먹을 수 있다.
식품의약칼럼니스트 박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