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 열 두시가 좀 못되어 누구 한 사람을 만나 예의 '엄살'을 좀 떨었더니 그길로 당장 사당동 침 집엘 가잔다. 동네 한의원에서 침은 이미 맞았노라 말했다. 이따라도 시간을 내 그 한의원에 다시 가게 될 것이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막무가내, 하는 수없이 고양이 먹이 사러 가려던 일을 뒤로 미루고 사당동 침집으로 향했다.
사당동 전철역에서 내려 *번 출구로 나와 가던 방향으로 첫번 골목, 부동산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두번 째 대문 이층집.
침장이는 여자였다. 이차저차 그차저차 기차막차... 업드려 누우랜다. '..샤워, 못했는데요.' 웃는다. 옷을 벗지 않아도 상관없댄다. '양말은 벗나요? 그러면 안할 건데요.' 옆자리에 누운 이의 발이 맨발이므로 근심스럽게 물었다. 안 벗어도 된단다.
할 수 없이 업드려 눕기로 한다.
'아이구, 들어올 때 보니까 이 집에는 간판도 붙어있지 않던데...만약에 잘못해서 죽게 되면 누가 채금지나...'
목과 등, 허리에 몇 겹의 흰 천이 내리덮히고, 그 전에 수건으로 둘둘 말린 납작한 베개가 이마에 받쳐졌다.
옆에는 내 나이 또래의 아주머니 하나가 배에 무수한 바늘을 꽂고 누웠다. 히히! 고슴도치의 형상이로구나!
'웃을 때가 아니지...'
오래된 쑥 태운 내가 코에, 옷에, 머리카락에 배기 시작한다.
따끔, 따끔...목 뒤다. 다섯개 쯤이 내리 꽂혔다. 그리고 등으로, 허리로 종아리로, 복숭아 뼈 뒤로... 꽂힌 침 위로 쑥으로 만들어진 고리 한개 씩이 놓이고 불이 붙여진다. 아, 뜨거라! 그렇지만 죽지 않아서 너무나 다행이야!
"하나도 안 아픈데요! 다 나았어요!"
기쁘디 기쁜 낯으로 2만원을 지불하고 발걸음도 가비얍게 침집을 나섰다.
그러나. 전철 타는 출구를 나설 때부터 다시 아프기 시작.
"거봐. 한방에 다 나았지? 다음 주 월요일에 또 가. 다 나았다고 안 가지 말고."
"네에."
속을 모르는 착한 그이는 웃는다. 착한 사람을 속썩여서는 안될 것이다.
"알았지. 내 말?"
"네에."
간단하게라도 어디서 목 좀 추겼으면... 낮은 이미 기울고. 술은, 맥주도 마시면 안된단다.
그이와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파스를 샀다. 배째 먹이도 한 보따리 사들고 왔다.
오늘도 여전히 '불유쾌하고 불편하면' 구리방사선과(올케 병원)에 들러 오른쪽 어깨뼈와 목뼈 좀 찍어 보자고 말해야겠다. 무언가 끊어졌나? 아니면 늘어났나, 줄어들었나? 아니면 어디서 낯선 뼈 한 개가 굴러든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