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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의 진실 *
"으으으..."
단정하게 묶인 커튼 사이로 파고들어 따스하게 내 얼굴을 간지럽히는 햇살을 느끼며 기지개를 폈다.
어제 애인한테 차인 친구 위로해주러 갔다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어휴, 뇌에서 막 징이 울리네, 울려.
속도 쓰리고..해장국 끓이기 귀찮은데, 조금만 더 잘까...
아마도 어제 바로 잠들어서 감지 않았을 머리를 긁적이며 좀더 눈을 붙이자는 생각에
이불속으로 더욱 깊게 파고들어 눈을 감았던 나는 이불에 은은하게 배어있는 기분좋고 설레는 향을 맡으며 꿈의 나락으로 빠져들었...
잠깐. 뭐지, 이 향기는..? 내 집에선 맡아 보지 못한 낯선 향인데..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는 냅둔채 눈만 이리저리 굴려가며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나의 사랑스런 원룸이라면 저 옷장이 있는곳엔 냉장고가 있어야 하고,
지금 내가 누워있는 푹신한 침대는 방바닥에 깔려있는 솜이불이어야 하는데....
그렇다는 것은....
헉! 이 곳은 내 집이 아니잖아!?
참 빨리도 알아챈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술 때문에 지끈지끈한 머리의 고통은 이미 잊은지 오래였다.
아직 술이 덜 깨서 그런가, 아직 꿈인건가, 아무리 눈을 비비고 또 비벼봐도,
살을 꼬집고 때려봐도 내 원룸보다 넓을법한 이 방이 내가 있는 곳이었다.
이런 낭패가...그렇다면 대체 여긴 어디지? 심플하게 꾸며져있는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 방은 아무래도 모텔같은 곳은 아닌 듯 보였다.
조심스레 이불을 걷고 일어나려고 하던 나는 왠지 몸이 가벼움과 동시에 서늘해짐을 느끼고 나를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눈을 감았다 떴다. 계속 헛것이 보인다. 이번에는 볼을 살짝 꼬집어보았다.
그래도 변화가 없자 이번에는 조금더 힘을 주었다.
"..........아프다."
이 방에 있는건 헛것이 아니라고 해도, 지금의 이 상황은 헛것이었으면 좋겠다.
제발, 이 방에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헛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방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그리고 그런 내 눈에는 분명히 내가 어제 입고 나갔던 옷들이 침대 밑을 뒹굴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본래 학생때 공부라는 목적을 잃고 살았던 나로서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자, 정리해보자. 술을 마시고선 일어났는데 낯선 방이다.
필름은 끊겼고, 내가 어제 입었던 옷들은 모두 방바닥에 있다.
방바닥에..옷이 방바닥에...어째서!?
내가 그렇게 술버릇이 심했던가? 놀라서 잠시 느끼지 못했던 두통이 두배로 돌아와버렸다.
한참을 어떡해서든 뭔가를 기억해보려 머리를 쥐어뜯던 나는 일단 옷을 입자는 생각에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달칵-
"일어났네. 안녕?"
처음보는 남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
"아아-난 김도원이야. 누나는 유아란, 맞지? 어제 누나 친구들한테 들었어. 속 쓰려할까봐 해장국 끓여왔는데, 지금 먹을래?"
"......"
"......?"
"아-악! 당신 뭐야앗-!!"
드디어 상황파악을 해버린 나는 급하게 침대위로 다시 올라가 이불로 내 몸을 꽁꽁 싸맨채 바락바락 소리쳤다.
망할, 망할, 망할, 망할......
낯선 집, 널브러져 있는 옷들, 모르는 남자.
아무리 내가 항상 둔하다는 소리를 듣는다지만.....이건 딱봐도 '우리 사랑을 나눴어요'잖아!!
"너, 너, 너.....나한테 무슨 짓 한거야악-!"
내가 엄청난 하이톤으로 삿대질과 함께 비명을 질러대자 귀가 따가운지 얼굴을 찡그리던 그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살짝 웃어보였다.
"아무 기억도 안나나보네..?"
조금씩 짙게 미소짓는 저 남자가 이제는 악마로 보이기 시작했다.
"흠...실망이네..어제 그렇게 매달릴 땐 언제고, 이제와서 발뺌이라니..나만 나쁜놈 되게 생긴거잖아 이거."
"뭐..뭐? 그....그럼 우리..설마 진짜....?"
"응."
그는 어느새 테이블 위에 밥과 해장국을 올려놓더니 내게로 다가와 눈을 맞추며 씨익 웃었다.
'응.'
'응.'
'응.'
그가 한 말이 아직도 내 귓가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울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내 얼굴 바로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나를
그는 개구진 얼굴로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내밀었다.
촉.
....이건 분명히 그가 내 입술에 뽀뽀하는 소리다.
할짝.
...그렇다면 이건 그가 혀를 내밀어 내 입술을 핥은 소리일 것이고,
"읍!?"
.......이건 순식간에 그의 손에 허리가 잡힌 채로 기습키스를 당하는 나의 작은 비명이겠지.
.............
..................
"....으앗!"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나는 숨이 막혀오자 놓았던 정신줄을 바로잡고는 거세게 그를 밀쳐냈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애써 손으로 감추며 그자식을 매섭게 쏘아보자 입맛을 다시며 눈웃음을 친다.
창피한건 내가 화내야하는 순간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웃음을 보자 가슴이 뛰었다는 사실이다.
"에이...조금만 더 있었으면 내가 황홀하게 해줬을텐데."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녀석, 음..김도원인가 뭔가 하는 남자.
"......"
"아쉽지? 그러니까 한번 더 해줄게. 이번엔 눈 감아. 내가 특별히 나의 필살 테크닉으로...응?.....우, 울어?"
"......"
나는 아직 21살의 처녀인데 순결도 모자라서 첫키스까지 뺏겼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가슴이 뛰는 내 자신이 창피해 또르르 눈물을 흘려보냈다. 결혼할 사람이랑만 하려고 마음먹었었는데....
이제서야 상황 판단이 된 듯한 내가 웃긴건지, 아니면 내 눈물에 당황한건지 개구진 웃음으로 내게 말을하던 그는 말을 멈추고 쩔쩔맸다.
이상하게도 그런 그의 모습에 나의 눈물의 양은 점점 많아져만 갔다.
"아아, 미치겠네. 울지마 누나. 울지말고 차근차근..."
"....흡..흑....흐어어엉-"
결국 나는 눈물 콧물을 다 짜내며 크게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흐어, 엉, 어어어엉- 나쁜 놈, 나쁜 놈, 이 나쁜...!"
주먹을 쥐고 내 앞에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 그의 가슴팍을 내리치길 여러번,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다.
"...놔! 이거놔! 놓으라고오-!엉엉엉-"
".....울지마. 내가 책임져주면 되잖아. 대학생이 되도 어떻게 변하질 않냐..둔하고, 상황 파악 느리고, 눈물 많고...
내가 책임질게. 내가 누나 책임진다고."
마치 나를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사람처럼 말하는 녀석.
그리고 왠지모르게 따스하고 편안해지는 그의 품 안.
"...니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흡...처음보는 사람을 어떻게 책임져준다고.."
"하아- 신한고등학교 출신 유아란. 현재 한생대학교. 6월 17일 생에, 21살."
"..네가 그걸 어떻게....너 내 뒷조사까지 한거야 하루사이에!?"
내가 소리치며 그녀석의 품안을 빠져나오자 다시금 나를 끌어안으며 말을 잇는다.
"아..정말 이정도되면 제발 눈치껏 알아차려달라고. 나 누나 3년전부터 바라만 봐왔어요. 웬만한 누나 친구들은 다 알껄?"
"....뭐?"
이게 무슨 애떨어지는 소리..아, 아니지..난 아직 처녀..아씨, 얘땜에 이제 그것도 아니잖아!
다시 서러워져서 눈물이 흐르려는데, 나를 조금더 꽉 안는..날 3년동안 바라봤다는 김...그래, 김도원.
"누나 고2때, 누나 친구 주희누나가 자기 동생 소개시켜 준 적 있었을거에요.
내가 그 동생인건 아니고, 난 주희누나 동생 옆에 있던 친구였어. 누난 그때 그냥 대충 안녕하고 넘어갔지만,
나는 그때부터 주욱...누나만 봤다구요."
아아..조금씩 기억이 난다. 싸가지 없는 동생주제에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주희가 내게 동생을 소개시켜 줬었는데,
그 동생 옆에서 큰 눈으로 똘망똘망하게 날 바라보며 '안녕하세요! 김도원이에요!' 라며 인사하던게..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이제는 남자가 다 된 김도원이라 이거지..
"...내이름...친구한테 들었다며...."
"그걸 믿냐, 누나는? 다짜고짜 나 혼자 누나 안다고 들이대면 더 놀랄까봐 그런거지."
"......"
나를 3년동안 지켜봐온 사람이 있다는것은 꽤나 감동적인 일이지만..그런 것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설렐 수 있는걸까..?
이렇게..심장이 터질듯 두근거릴 수 있는거야?
가슴이 쿵쾅대고 얼굴이 화끈거려 미칠 것만 같다.
"그러니까 이제는...누나 눈동자에 나만 담아주고, 누나 손으로 나만 껴안아주고,
누나의 그 둔함과 어리버리함으로 나만 애태워주면 안돼....?"
자신의 품에서 나를 떼어내고는 내 양 어깨를 붙들고 눈을 마주치며 말하는 김도원.
빨개진 얼굴을 들킬까봐 고개를 돌리려고 해봐도 한손으로 다시 고정시키고는 끝까지 두 눈에 나를 가득 담는다.
그 그윽하면서도 깊은 눈동자에 더욱더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그를 똑바로 쳐다봤을때,
나는 도원이 역시 귀까지 빨개져있고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풉....."
결국 웃음이 터져버렸다.
샐쭉하게 날 째려보며 내게 따지는 도원이.
"뭐야, 남은 나름 진지하게 프로포즈 하는거라고! 이씨..."
아까의 남자다움은 다 어디로 간건지..너무나도 귀엽게 투덜거린다.
그러다가 결국 나를 따라 피식 웃어버린다.
"......좋아."
"....어?"
"좋다구. 내 눈동자에 너만 담을테니까 너는 죽을때까지 내 눈 앞에 있어야하고, 내 손으로 너만 껴안을테니까
너도 끝까지 내 옆에서 나 안아줘야해. 내 둔함과 어리버리함으로 너만 애태울테니까,
너는 항상 나로 인해서만 애가 타는 남자여야 해. 내가 널 놔주기 전까지는, 언제까지나."
나의 대답에 놀란듯 나를 바라보다가 곧 환한 얼굴로, 그러나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 도원이.
"...놔주긴 뭘 놔줘. 끝까지 놓지마. 나도 끝까지 누나 못놔주니까. 나중에 나 싫어졌다고 해도 소용없어."
"글쎄..그건 그때가서 생각해 봐야겠다."
"뭐?"
"풋...장난이야."
금새 발끈해서는 내게 소리치는 도원이를 보며 작게 웃었더니 다시 나를 꽉 끌어안고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게 꿈은 아니겠지...흐아..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댔는데, 난 이루어졌어! 좋다..."
"칫...."
"...사랑해. 유아란."
"어쭈, 이제 아주 대놓고 반말하겠다 이거야?"
"아씨..아무리 내가 누나의 둔함으로 날 애태워 달라고는 했지만, 정말 분위기 하나를 이렇게 못잡아서야 쓰겠어?"
"이게 내 매력이잖아?"
"킥...어련하시겠어. 그럼 매력있는 누나에게 한가지 말해줄게."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는 내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이더니, 그대로 날 안고있던 팔을 풀고는 달려가 방문을 열어 도망치는 도원이.
벙쪄있던 나는 또다시 이제서야 상황파악을 한 나를 저주하며 똑같이 그를 뒤쫓기 시작했다.
"야-!!너 거기 안서-!!?"
"싫다-메롱!"
.
'우리, 밤에 아무일도 없었어. 내가 더이상 못참겠어서 꾸민일이야. 그래도 덕분에 누나 몸매는 잘봤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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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야래가 세번째 단편 들고 찾아왔네요.
저번 두 단편 'Abracadabra, 끝이 시작일때'와는 좀 다르게 망작인 느낌이 폴폴 나는듯한 이 기분..ㅠㅠ
그렇다고 저번 두 단편이 좋았단 것은 아니구요, 그것보다도 더 최하인것 같아요 ㅠ...
매너있는 인소닷 분들은 이해해 주실꺼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ㅠ_ㅜ!!
댓글 남겨주는 센스를 발휘해주세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설 되셨는지..ㅎㅎ
업쪽 = Y
댓글 앞에 Y 붙여주세요!!!!
이건부탁이자 구걸입지요 ㅠ_ㅜ엉엉...ㅋㅋ
좋은 하루 되세요 ^-^
Thanks To. [B"라나에]님, 소설 제목 감사드립니다 !! 역시 마이 소울메이트!
삭제된 댓글 입니다.
꺅 오랜만에 맛보시는 달달함을 제가 선사해드렸다는 뿌듯함...<
ㅋㅋㅋㅋㅋ저도새드를더좋아하긴 한답니다 ㅠㅋㅋ읽어주셔서 감사해요>_<!
Y 남주 귀여운데요??ㅎ 흐음... 전 터푸한남주가조턴데~~ 아래향님은어떠신지용??ㅎㅎ 무튼 정말 재미있게 읽었구요~ 다음소설 기대하고있을게요^^
저는 귀여운쪽도 좋고 터프도 좋고...멋진남자라면 그저 헤벌쭉이지요 ㅠㅋㅋㅋㅋ
감사합니다>_<!
Y. 연하는.. 귀엽죠. 연하는 좋은겁니다. HAHAHAHA- 소설 잘 읽고 가요~ 아래, 아니 야래향님.<
그쵸연하 ㅋㅋㅋㅋ꺅..........악 아래향 엉엉엉 ㅠㅠ
급방긋이엇다가급눈물흘리고잇습니다 저 ㅠㅠㅋㅋ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ㅋㅋ무슨생각을한거야 !
웅웅고마어 ㅎㅎ
YYYYYYYYY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
와와와와와와와와~!ㅋㅋㅋ
Y 달콤달콤 달달 T-T
꺄웅감사함미다 T_T!!!히힛!
와우~잼있었어요!!! ㅋㅋㅋㅋㅋ 왜 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지... 아.. 잼있다!!! 또또또 써주세요~이힌~+_+
와우~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저도 왜 두근두근 거리는지...아...감사요!!! 업쪽댓글 써주시면 또또또 써드릴텐데..잇힝~+_+ㅋㅋㅋ
안냥?ㅋㅋㅋㅋ 야래 소설도 재밌네ㅋㅋㅋㅋ
오왕하이하이! ㅋㅋㅋㅋ고마워 >_< 그래도 오빠소설은 진리에여 ㅋㅋㅋㅋ
Y 헐키 왤케 달달해!!ㅋㅋ
ㅋㅋㅋㅋㅋㅋ쫌 달달하게가봣어 ..그래서 담편은 새드로 가려는데 잘 될까 모르겟네 ㅋㅋ
ㅋㅋㅋㅋㅋㅋ야래너 이런 취향인줄 몰랐어 순진했던 너인데ㅠㅠ(응?과연 순진했던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Y는어딧서 ㅠㅠ!힝ㅋㅋㅋㅋ
Y헉........남자내스탈인데요?!!!!!!!!!!
헉........그럼저희라이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ㅠㅠ~
어머라이벌?ㅋㅋㅋㅋㅋ...진짜나만의스탈이였어요!!!!!!!!!!!완전달달하고...ㅠㅠㅠ
꺄옹 감사함미다 ㅠㅠ하지만 도원이는 제껏....!
싸워보시렵니까? ㅋㅋㅋ
에에에에~...저은근히..약해여+_+......ㅈㅅ....이런웃기고자빠졌네..말을 남발하는게아니였음...ㅋㅋ
Y 잘썼써 야래야!!>ㅁ<! ㅋㅋㅋㅋ
에헷거마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