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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無言歌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메기야 네 희미한 옛 생각
동산 수풀은 없어지고
장미화만 피어 만발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메기 내 사랑하는 메기야
이것은 사랑이야기.
사랑하고 사랑받는 그런 흔한 이야기다.
◈
“……지금 몇시야…?”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 단계에 있는 개꽃이 물었다. 희미한 시야 사이로 멀뚱 멀뚱 자신을 내려다보기만 하는 유성의 얼굴에 개꽃은 베개 위로 손을 뻗어 시계를 눈 앞으로 가져왔다.
“으악! 나 늦었잖아!”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 개꽃이 유성의 멱살을 잡고 소리를 질렀다. 어어, 하는 유성을 패대기치곤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간다. 화장실 안에 뭘 하는 지 물건들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어깨를 잔뜩 웅크린 유성이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각시야, 밥 먹고 가.”
“싫어! 늦었단 말이야!”
어푸 어푸 세수를 하던 개꽃이 유성의 말에 버럭 신경질을 냈다.
“너 밤 늦게 까지 계속 일 있을텐데, 밥 안 먹고 가면, 어? 을마나 배고프겠어. 그르니까 먹고 가.”
비누칠을 하던 개꽃이 눈도 못 뜨고 소리쳤다.
“야! 너는 준비 안해?!”
“아니, 일단 밥 먹어야지.”
비눗물을 헹군 개꽃이 유성의 목소리에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밥 먹을 시간이 어딨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돌아오는 콧노래였다. 마음이 급해 옷을 입는데 대충 옷을 껴입으니 거꾸로 입어 다시 벗고 서둘러 다시 껴입었다. 시간은 자꾸 자꾸 흘러갔다.
“이거 하나만 먹고 가!”
“내 페딩 어딨어!”
“저기! 이불 밑에!”
“이 화상아! 페딩을 이불 밑에 왜 놔!”
“…너 따뜻하라구….”
“너 일 안 나가?!”
“왜 안나가, 나가지.”
태평한 목소리에 목도리를 두르던 개꽃이 기가 막히단 표정을 지었다. 들고 있던 뒤집개를 식탁에 내려놓은 유성은 빨간색 털모자를 찾아 신발을 신고 있는 개꽃의 머리에 예쁘게 씌워준다. 유성에게 고맙다는 눈짓을 한 뒤 현관문을 벌컥 열었다. 달려가려는 그 순간, 강한 힘이 그녀를 꽉 껴안았다.
“잠깐!”
“뭐, 뭐야!”
“요기, 뽀뽀.”
몸을 아무리 움직여봐도 꿈쩍도 안한다. 버둥대는 개꽃을 잽싸게 돌려 안고는 볼을 쭉 내미는 유성이였다.
“야, 나 늦었단 말이야!”
“아, 알았어. 그럼 사랑해 해줘.”
“놔라!”
“늦었다면서 빨리. 둘 중 아무거나.”
“아 씨 진짜!”
몸만 꿈틀 꿈틀대던 개꽃은 끝내 짜증을 한껏 담아 유성의 볼에 입술을 부딪쳤다. 볼이 욱씬거렸지만 유성은 환하게 웃으며 개꽃을 놓아주었다. 재빠르게 언덕을 내려가고 있는 개꽃을 향해 유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난 너 사랑해, 안개꽃!!!”
달려가던 개꽃이 그 외침에 잠시 비틀했다.
◈
“각시야! 서방님 왔다!”
뜨뜻한 이불에 몸을 감싸곤 티비를 보고 있던 개꽃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왔으면 온 거지 왠 소란이야.”
“각시야, 일어나 봐! 빨리, 빨리!”
“아우, 왜 그래. 추워!”
버둥대는 개꽃을 안고 다짜고짜 페딩을 입히는 유성이였다. 빠른 손놀림으로 목도리까지 둘러 준 유성이 개구지게 웃었다.
“각시야, 눈 온다. 밖에.”
“근데?!”
“첫 눈이잖아. 나가서 눈 보자.”
“귀찮은데…….”
툴툴대는 개꽃이지만 순순히 제 발로 걸어가 신발을 신는다. 그 모습에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유성이 계속 옆에서 조잘대자 개꽃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좋아?”
“우리 각시랑 보는 다섯번째 첫 눈이다!”
집 밖으로 나오자 굵은 함박눈에 개꽃도 어쩔 수 없이 즐거워졌다.
“이리 와. 내가 아까 집 오면서 봤는데. 저기 눈 쌓여있어.”
“정말? 벌써?”
“응응.”
유성의 손이 개꽃의 손을 꽉 잡고서 달리기 시작했다. 유성이 개꽃을 이끈 곳은 넓다란 공터였다. 개꽃이 멍하니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개꽃아 사랑해!”
“왁!”
갑자기 품에 껴 안는 유성때문에 개꽃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투덜대는 개꽃을 품에 안은 유성이 환하게 웃었다. 그런 그들 위로 함박눈들이 내려앉았다.
◈
버스 기사나 전문직의 일들을 빼고 개꽃이 안 해 본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계부를 정리할 때면 일을 더 해야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왜 만원이 비는 거야.”
“왜, 왜.”
방바닥에 들어눕고 자신을 거꾸로 올려다보는 유성의 모습에도 개꽃은 인상을 풀지 못했다.
“이걸 뭐에 쓴, 아! 냉면 시켜 먹었지. 두번.”
“청수 냉면 그 집이 맛있었지. 암.”
“아무래도 알바를 하나 더 구해야겠어.”
“뭘 또 구해.”
“몇년을 모았는데 돈이 아직도 적어. 더 모아야 해!”
“더 모아서 뭐 할려구?”
눈만 꿈뻑 거리는 유성을 향해 개꽃이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엔 뭐 먹고 살래, 인간아?”
“……사랑?”
“사랑은 5년 동안 지겹게 먹었다!”
“지겹다니, 너무해.”
눈물을 글썽거리는 듯 유성이 울먹였다. 개꽃은 가계부를 정리하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돈 모아서 가게 낼 거야.”
“가게?”
“우리도 이제 정착할 수 있을 거야. 몇년이 지났는데. 안정적으로 살 수 있어. 더이상 도망다니지 않아도 되고.”
말 없이 개꽃을 올려다보던 유성이 조용히 물었다.
“우리 둘이?”
“그럼?”
“와! 나랑 가게해서 평생 같이 살려구?”
“…당연한 거 아냐?”
“나랑 평생?!”
뒤늦게 입을 합, 하고 다무는 개꽃이였다. 유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으하하, 허리가 꺾여질 듯 웃으며 개꽃에게 달려들었다.
“각시가 프로포즈를 하다니!”
“그, 그런 거 아냐!”
“아니긴 뭘 아냐, 그래, 알았어, 오케이다! 같이 평생 살자.”
이젠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이제껏 힘겹고 슬프게 살았으니 이젠 행복해도 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영원히 사랑할 수 있으리라, 그들은 믿었다.
◈
개꽃과 처음 만난 것은, 보스의 집이였다. 거실에 앉아 보스를 기다리는데 2층에서 인형이 내려왔다. 처음 본 순간 든 생각은 '천사다' 였다, 남이 알면 좋을 일 없는 생각임을 알기에 유성은 재빨리 여자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물을 마시려고 내려왔는 지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잠깐의 찰나에 유성의 눈은 여자를 따라 움직였다. 부엌으로 들어갔던 여자가 다시 나오더니 유성을 빤히 쳐다봤다. 빠져들 것 같은 두 눈에 유성은 어설프게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처음뵙겠습니다, …형수님.”
◈
쟁반을 들고 이리 저리 테이블 사이를 아슬 아슬하게 빠져나가는 개꽃의 모습을 아찔하기만 했다. 저러다 넘어지진 않을까 노심초사 가게 밖에서 지켜만 볼수 밖에 없는 유성이였다. 목이 칼칼한 게 담배가 고파 주머니를 뒤지다 무심코 옷을 내려다보니 엉망이다. 오늘 하루 종일 공사판에서 뒹굴었더니 옷이 온통 희뿌연 시멘트가루가 잔뜩 묻어있었다. 탁탁 털어봤지만 잘 털리지도 않았다. 가게가 드디어 끝났는 지 정리를 마친 개꽃과 사람들과 함께 나오는 게 보였다. 가루를 털어내는 것을 멈추곤 개꽃에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각시야!”
부름에 고개를 돌린 개꽃이 유성을 발견하곤 티 안나게 슬쩍 웃었다. 다짜고짜 저 멀리서 두 팔을 벌리는 유성의 모습에 개꽃은 재빨리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곤 유성을 향해 달려갔다. 개꽃이 품에 달려들자 유성이 개꽃을 꽉 안고는 한바퀴를 돌았다. 유치하기 그지 없지만 행복했다.
“언제 왔어.”
“방금.”
추위에 코끝이 빨개진 유성이였지만 먹히지도 않는 거짓말을 한다. 개꽃은 피식 웃고는 유성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밥은 먹고 왔어?”
“아니. 너랑 먹을려고 안 먹고 왔는데?”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는 유성의 모습에 개꽃이 인상을 팍 썼다.
“난 먹었는데!”
“이런, 젠장!”
허리로 팔을 두르는 유성을 잽싸게 피해버리자 유성이 입술을 비죽이다 두 손을 성의 없는 몸짓으로 주머니에 넣고 팔만 개꽃을 향해 내밀었다. 끼라는 듯 팔을 흔들어대는 모습에 개꽃이 할 수없다는 듯 팔짱을 껴준다.
“애냐? 어이구.”
“어이구는 무슨. 사실 너도 좋잖아. 다 알아. 가시나라고 튕기긴.”
“개뿔.”
흥흥 거리는 개꽃이 귀여운 지 유성의 다른 쪽 손을 빼 개꽃의 볼을 아프게 꽉 꼬집었다.
“야! 아파!”
“아주 깍쟁이.”
유성의 말에 눈꼬리가 휙 올라가더니 팔짱을 푸르곤 유성의 무릎 뒤를 발로 뻥 차버리는 개꽃이였다. 갑작스런 기습에 긴 다리가 한방에 무너져내렸다. 앞으로 고꾸라진 유성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씩 올리는 개꽃이였다.
“꼴 조오타!”
흥, 하며 제 갈길 가는 개꽃의 모습에 유성이 아픈 무릎을 두어번 문대곤 씩 웃었다. 하여튼, 귀엽다니까, 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하며 개꽃의 뒤를 서둘러 쫓아가는 유성이였다.
◈
“넌 원래 꿈이 뭐 였어?”
개꽃의 물음에 유성이 실 없이 웃었다.
“챔피언.”
“무슨 챔피언?”
“권투 챔피언.”
“그럼, 지금은?”
유성이 팔을 뻗어 개꽃을 끌어안았다.
내가 지어준 밥 너가 먹고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너도 나를 사랑하고
같이 작은 집에서 서로 아끼면서 사는 거.
“애기 아빠.”
개꽃이 웃었다.
◈
개꽃이 라이벌 조직의 수뇌부들의 함정에 빠져 끌려갔을 때도 유성은 개꽃을 구했다. 교통 사고가 났을 때도 개꽃을 구했다. 개꽃이 자살 시도를 했을 때도, 유성이 구했다.
“너 밖에 없군.”
보스가 침대에 누워 있는 개꽃을 내려다보며 한 말이였다. 유성은 말 없이 보스의 등만을 응시했다.
“역시, 너라면 사월이를 맡길 수 있어.”
사월(四月).
개꽃이 고급 요정에서 불리던 이름이다.
유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보스는 개의치않고 몸을 돌려 1인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유성은 의자를 끌어다 앉고서 개꽃을 지켜보았다. 잠시후 곱게 개꽃의 배 위에 놓여져 있던 두 손이 주먹 쥐어지더니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개꽃이 눈을 떴다.
“씨발, 또 살렸어.”
개꽃이 건들거리며 말했다. 유성은 그런 개꽃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대꾸하지 않았다.
“쌍칼.”
“네, 형수님.”
“그냥 좀 죽게 냅두면 안돼? 곱게 죽게 냅둬, 편하게 좀! 좀!”
개꽃이 울부짖듯 외쳤다.
“내 몸에 벌레가 기어다녀, 미쳐버릴 것 같아!”
개꽃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위험합니다!”
“차라리 죽여줘, 제발……”
침대에서 굴러떠진 개꽃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중얼거렸다. 유성이 무릎을 꿇고 개꽃을 일으키려했다. 그런 유성의 손길을 쳐내곤 개꽃이 바닥에서 다리를 질질 끌며 창가 쪽으로 기어갔다. 엉망이 된 얼굴을 들어 유성에게 말했다.
“나 좀 살려주라.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 너무 끔찍해. 토할 것 같아. 살고 싶지 않아. 이렇게 사는 거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니가 좀 어떻게 해줘, 응?”
유성의 얼굴에서 안타까운 빛이 서렸다. 그걸 발견한 개꽃이 유성에게 더 매달렸다.
“그러니까, 응? 니가 나 죽여줄래? 응?”
그 모습에 유성의 입술이 달싹였다. 나랑, 나랑…….
“그 새끼가 나보고 애를 낳으래. 어떻게 해. 그 새끼 애를 내가 어떻게 낳아. 니가 좀 어떻게 해봐!”
개꽃이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처럼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유성이 손을 뻗어 개꽃의 어깨를 잡았다. 개꽃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곤 유성을 바라봤다.
“…죽지마, ……죽으면 안돼….”
누가 들을 까 무섭다는 듯 개꽃에게 작게 속삭이는 유성이였다. 그 말에 개꽃의 얼굴이 흐려졌다.
“난 니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 그게 제일 싫어.”
“그래도 죽지마. ……내가 또 살려낼 거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다시 걸터 앉은 개꽃이 허탈하게 웃었다.
“넌 항상 날 구해. 근데 이상해”
“……….”
“난 그런 널 볼때마다 위로가 돼.”
“……….”
“…노래라도 불러 줘. 잠자고 싶어.”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난 니가 위로가 돼….”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메기야……네 희미한 옛 생각 동안 수풀은 없어지고…….”
“……….”
“장미화만 피어 만발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그 처음부터 지금까지, 난 너만 있으면 위로가 돼….”
“메기……내 사랑하는 메기야…….”
눈을 감은 개꽃의 얼굴을 바라보던 유성의 입술이 작게 달싹였다.
사랑하는 메기야…….
나랑, 나랑…….
나랑 도망갈래?
◈
“아이구구구.”
방으로 들어와 옷도 안 벗고 쓰러지더니 유성이 앓는 소리를 냈다. 개꽃이 쳐다보지도 않자 괜히 더 크게 앓는 소리를 냈다. 개꽃이 서늘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자 유성은 히죽 웃었다. 눈을 감곤 더 크게 궁시렁댔다.
“아구구, 삭신이야…. 권유성이 죽겄다, 죽겄어…….”
“그럼 내일이라도 그만 둬.”
“어뜩게 그만둬어, 너 먹여 살려야지.”
“니가 무슨 슈퍼맨이냐? 좀 쉬었다 하던 지.”
유성은 개꽃이 쌀쌀맞게 굴지만 걱정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개구지게 웃어보였다.
“나 슈퍼맨 맞는데?”
유성이 별안간 벌떡 일어나 한 쪽 팔을 높이 들어 슈퍼맨 흉내를 낸다. 빰빠바 빠라라바, 입으로 효과음도 내며 흉내내던 유성이 그에 그치지 않고 서랍장을 뒤져 자신의 빨간색 삼각팬티를 꺼내 바지 위에 입고서 개꽃이 잡을 틈도 없이 현관문 밖으로 달려갔다. 넋 놓고 보고 있던 개꽃도 유성이 그 차림으로 뛰쳐나가자 화들짝 놀라 덩달아 뛰쳐나갔다.
“권, 권유성! 이 자식아! 그 꼴로 어딜 나가!”
“으하하! 각시야! 나 잡아 봐라!”
“이 미친 씹, 씨…….”
뭔 일 인가 하고 고개를 내민 주인집 할머니와 눈이 마주친 개꽃이 말을 더듬었다. 저 멀리 언덕을 달려 내려가는 유성과 헐레벌떡 뛰쳐나온 개꽃을 번갈아 보던 주인집 할머니가 웃었다.
“아따, 신랑이 구엽네, 구여워!”
“죄, 죄송합니다!”
괜시리 빨개진 얼굴로 개꽃이 유성을 따라 언덕을 달음박질 했다.
잡히면 죽었어.
개꽃이 자기를 따라오는 지 안 따라오는 지 힐끔 힐끔 뒤를 돌아보던 유성이 개꽃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힉, 지레 겁 먹고 뜀박질을 했다.
“야 이 자식아! 이게 갑자기 무슨 미친 짓이야!”
“우하하아, 날 사랑한다고 말해!”
“미쳤냐! 안 서? 안 서!?”
“나, 날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멈춰 줄 용의도 있다!”
“미친놈아! 그 팬티라도 일단 벗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유성의 모습에 안달 난 개꽃이 소리쳤다. 후다닥 저 멀리 달려간 유성이 빠른 동작으로 삼각 팬티를 벗어내린다. 그 틈에 유성을 향해 달려갔지만 잽싸게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유성이였다.
“벗었다! 벗었어!”
빨간색 삼각 팬티를 붕붕 휘두르며 달려가는 유성의 모습에 개꽃도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났다. 개꽃이 달리다 지쳐 멈추곤 하는 수 없이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유성도 달리던 것을 멈추고 개꽃에게 다가왔다.
“끝까지 사랑한다고 안하네.”
유성이 마치 울 것 처럼 눈썹을 늘어뜨렸다가 개꽃의 웃음 소리에 얼굴을 폈다.
“후후, 난 비싼 여자니까.”
“그래, 우리 개꽃이 비싼 내 여자지. 웃는 것도 예쁘고.”
유성의 말에 개꽃이 다시 한번 웃었다.
“나 예쁘냐?”
“응.”
“넌 잘생겼어.”
“알아.”
“알고 있었어?”
“당근 빠따루지.”
“휴우, 이제 집에 가야지?”
“오랜만에 각시 업고 갈까?”
“아저씨, 체력이 안 되실텐데.”
“아직 난 젊다!”
개꽃이 뭐라 더 하기 전에 무릎을 굽히고 등을 내보이는 유성이였다.
“업혀, 임마! 내가 오늘 남자다움이 뭔지 보여주지!”
“나중에 엄살이나 부리지 마.”
“사나이 권유성 사전에 그런 단어 없어!”
개꽃이 피식 웃으며 유성의 넓고 단단한 등에 업혔다. 끙차! 하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성이였다. 달려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고 있다. 개꽃은 드러난 유성의 목에 뺨을 부볐다. 간지러운 지 유성이 어깨를 떨었다.
“나 떨어뜨리면 죽어.”
“안 떨어뜨려어.”
“니 목 따뜻하다.”
“넌 가볍다.”
“깃털 같이?”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에라이, 인간아.”
유성이 짖궃게 개꽃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시골의 밤 답게 하늘엔 별들이 반짝였다. 수 놓은 것 마냥 별의 수가 많은 건 아니였지만 육안으로 확인 할 수 있을 정도로 별들이 반짝였다.
“사랑해.”
유성이 조용히 말했다. 개꽃은 말 없이 유성의 목에 코를 가져다댔다.
“사랑해 개꽃아.”
수 천번은 더 들었을 그 말에 여전히 설렌다. 개꽃은 어색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유성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어렸다.
“이쯤되면 한번쯤은 대답해줘도 되는데.”
“………….”
“각시야, 아직도 부끄러워?”
유성이 웃었다. 그의 몸이 떨리자 덩달아 개꽃의 몸도 작게 떨렸다.
“무슨 노무 부끄럼을 아직두 타셔. 우리 각시는 이 말하면 입에 가시라도 돋나…?”
유성 몰래 입을 꿈뻑여보는 개꽃이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 가 없다. 유성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다.
“근데 다 알지. 니가 말 안 해도 넌 날 사랑한다는 사실을!”
유난히 애정 표현에 쑥쓰럼을 많이 타는 개꽃이 섭섭하긴 하지만 은연중 개꽃이 무의식적으로 내비치는 표현들을 느끼고 있는 유성이였다. 개꽃을 다시 고쳐 안고 유성이 낮게 속삭였다.
“정말 사랑해. 이렇게 누굴 좋아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니가 좋아. 안개꽃.”
개꽃은 혀 끝으로 입술을 적신 뒤 유성 몰래 입모양으로 대답했다.
나도 사랑해.
유성아.
◈
“쌍칼.”
유성의 눈이 백미러를 바라봤다. 뒷자석에 앉아있던 개꽃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 이름 석자 대신 불려진 지가 몇년인지 모르겠다. 그의 이름 석자로 살았던 날들보다 쌍칼이라는 이름으로 더 오랫동안 산 것 같다.
쌍칼.
유성은 조직에서 보스에게 가장 신뢰받는 조직원이며 가장 뛰어난 칼잡이다. 보스의 오른팔이며 궃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충실한 개다.
“부르셨습니까.”
“쌍칼, ……그거 니 이름이야?”
유성의 눈이 백미러에서 떨어졌다. 개꽃을 보스에게로 데려다주는 중이다. 보스에게 가장 신뢰받는 그에게 맡겨진 일이였다. 그라면 믿고 맡긴다고 보스가 말했다.
“네.”
개꽃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잠시후 작은 목소리였지만 유성은 똑똑히 들었다.
“나 니 이름 아는데…….”
개꽃을 본 지도 어느 새 2년이 훌쩍 지났다. 20살의 개꽃은 이제 22살이 되었고, 유성은 23살이 되었다.
유성은 개꽃의 말을 못 들은 척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유성이 먼저 차 문을 열었다. 소리 없는 동작으로 차 문을 열었다. 개꽃의 눈이 잠시 유성의 얼굴을 바라봤지만 누구도 눈치 챌 틈도 없이 떨어졌다. 개꽃이 차에서 내리고 유성이 차 문을 닫았다. 걸어가는 개꽃의 뒷모습에 유성의 발이 저절로 멈추었다. 멈추선 유성은 자신의 손끝이 부들 부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유성이 멈춰 선 것을 느꼈는 지 개꽃이 말간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개꽃을 바라보던 유성이 떨리는 입술을 열어 말했다.
“나도……나도, 니 이름 알아….”
“……권유성.”
“안개꽃…나랑 도망 갈래?”
개꽃의 얼굴을 천천히 위 아래로 끄덕여졌다. 개꽃을 서둘러 차에 태우고 유성은 시동을 걸었다. 충동적인 결정이였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늘, 이렇게 하고 싶었었다.
“눈 온다.”
개꽃의 말 대로 갑자기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눈발에 의아했지만 유성은 개꽃을 돌아봤다. 그들이 맞는 첫 눈이였다.
◈
자그마한 약국에 개꽃이 들어서자 약국을 지키고 있던 약사가 개꽃에게 아는 척을 했다. 약사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떨어진 구급약품들을 주문하기 시작하는 개꽃이였다. 약사가 약품들을 봉투에 담아주는 모습을 보던 개꽃이 머뭇거리며 빨개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콘돔이랑 그리고…….”
약국에서 봉투들도 개꽃이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성이 다가와 짐을 들어준다. 개꽃의 손을 붙잡고 길을 걷던 유성이 '아' 라고 감탄사를 뱉더니 멈추섰다.
“왜?”
“너 먼저 가.”
“어디 가려고?”
개꽃의 물음에 유성이 악동같은 미소를 지었다가 재빨리 표정을 바꾸었다. 진지한 얼굴로 개꽃에게 말했다.
“담배 좀 사가지고 가게.”
“약국 봉지는 나 주고 가.”
“싫어, 내가 갖고 갈건데.”
“줘.”
“싫은데….”
“싫으면 담배 사러 가지마.”
“아, 알았어….”
“담배 사고 바로 와. 딴짓 하지 말고.”
“네, 장군!”
유성은 웃으며 개꽃에게 뒤돌아 걸어갔다. 개꽃은 멀어지는 유성의 모습을 미동 없이 바라보았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두근거림에 개꽃은 두 눈을 깜빡였다. 이상한 느낌이다. 유성이 멀게 느껴졌다.
◈
그들의 5주년이다.
약국 봉지는 개꽃이 들어가겠다 한사코 우겨서 내주고 빈 손으로 털레 털레 시내로 나가는 유성이였다.
유명 제과점에가서 케잌을 사고 선물도 사야지.
운 좋게 꽃집이 열렸다면 장미꽃도 사자. 물론 안개꽃도.
빨리 가자.
집으로 가면 사랑하는 그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유성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
집에 가려면 비탈길을 올라가 골목 하나를 지나야했다. 어두컴컴한 골목에는 미약한 불빛의 가로등 한 개만이 홀로 서 있었다. 손에 들린 보따리들을 내려다 본 유성은 이거 보며 개꽃이 놀래겠지, 으흐흐 하고 음침하게 웃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막 골목길을 들어서려던 유성의 걸음이 멈췄다. 누군가 골목을 막고 있었다. 재빨리 뒤돌았지만 이미 뒤도 막혔다.
“오랜만…이지?”
좁은 골목을 막고 있는 사내들 중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유성을 향해 반가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남자였다. 유성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도련님.”
“영영 형 얼굴 못 보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지원이 빙글 웃었다. 멍한 표정을 지운 유성이 조용히 지원과 사내들을 훑어 보았다. 그리곤 눈을 질끈 감았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뻔했다. 유성은 눈을 떠 지원에게 물었다.
“어떻게 찾았습니까.”
“못 찾으리라 생각한거야?”
“아뇨. 하지만 좀 더 나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년동안 숨어있었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거야. 뭐, 형이였으니까 그랬겠지만.”
지원은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유성을 바라봤다.
“꼬치 어딨어?”
그 말에 유성의 얼굴이 굳었다.
“사월이는 여기 없습니다.”
“형, 거짓말 하지마. 그 안에 뭐 들었는 지 내가 눈으로 꼭 확인해야겠어?”
“……….”
유성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지원은 과장되게 한숨을 쉬어보였다.
“형, 형, 형.”
“………….”
“내가 얼마나 아버지한테 시달렸는 줄 알아? 아무리 어린 년들 침대에 넣어줘도 꼬치만 찾아대는 데 얼마나 내가 곤란했는 줄 아냐구.”
“………….”
“꼬치가 그렇게 잘해? 절륜한 아버지가 걔한테 푸욱 빠져서 맨날 사월이, 사월이-…….”
“………….”
“근데 형.”
지원이 비릿하게 웃었다.
“우리 아버지랑 꼬치랑 하는 거 본 적 있어?”
유성이 이를 악 물었다.
“내가 예전에, 그년이 형이랑 도망가기 전에 한번 본 적이 있었거든?”
“………….”
“깜짝 놀랬지, 뭐야.”
빠드득, 이 갈리는 소리가 지원에게까지 들렸다.
“그 늙은이가 꼬치한테 막 박아대는데 걔 신음소리가 어찌나 앙앙대는 지 꼴려서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더 깜짝 놀란 건.”
지원의 미소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역겨웠다.
“그년이 늙은이보고 마구 울면서 아빠라고 부르더라? 아빠라고 안하면 늙은이가 고 예쁘디 예쁜 얼굴을 사정 없이 후려치는데 살 떨리더라.”
“알아.”
“알고 있었어? 다 알면서도 사랑한거야?”
“알고 있었어.”
“아버지도 미쳤지. 어떻게 친 딸한테…. 상관 없어? 어떻게 사랑 할 수가 있지? 형도 미쳤어?”
“……상관 없어…….”
한 걸음 앞으로 다가 온 안지원이 유성에게 계속 짓껄여댔다.
“그렇게 좋아?”
“개꽃이 원해서 한 게 아니야!”
“눈물나는 사랑이네.”
“입 닥쳐.”
“이런, 형 화 났나보네.”
꽉 쥔 주먹이 미친듯이 떨려왔다. 당장이라도 지원을 후려치고 싶다는 듯 떨렸다.
“……개꽃을 욕 하지마…!”
“창년 핏줄 어쩔 수 없지! 천하디 천한 그 갈보 년 뱃속에서 난 년이 어쩌겠…!”
결국 참지 못 하고 지원의 얼굴을 후려쳤다. 유성의 힘이 가득 실린 주먹에 지원은 구석으로 처박혔다. 그 다음부턴 정신 없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남자들이 유성에게 달려들었다. 유성의 눈을 희번덕하게 뜨며 그들을 상대했다.
너희가 뭘 알아.
뭘 안다고 떠들어.
너희가 뭔데 판단하는 거야.
나조차 개꽃이 얼마나 괴롭고 죽고 싶었는 지 짐작도 안 가는데 너희가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여!
눈이 뒤집힌 유성의 앞에서 모두들 속수무책이였다. 지원도 이런 상황을 전혀 짐작 못 한 것은 아니였다. 다만, 이 정도 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유성이 징그러울 정도였다. 지원은 몸을 웅크리다가 온 몸으로 퍼지는 고통에 인상을 썼다. 지원은 곧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끌고 온 남자들이 대부분 널부러져 있었다. 지원은 다친 입술을 혀 끝으로 햝았다. 널부러져있는 남자의 멱살을 붙잡고 주먹을 휘두르는 유성의 뒷모습을 보다가 양복 안 주머니로 손을 집어 넣는 지원이였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촉감에 지원의 입꼬리가 쭉 올라갔다.
“너희가 뭘 알아! 너희가 뭘 안다고 함부로 짓껄이는 거야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
눈이 뒤집힌 유성의 짐승같이 울부짖었다. 유성이 울부짖을 때 마다 남자의 얼굴로 주먹이 꽂혔다. 누굴 어떻게 때리고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이성을 잃은 유성은 그저 손이 닿는 대로 주먹을 휘둘렀고, 채이는 대로 걷어찼다. 그리고 미친듯이 울부짖었다. 그렇게 울분을 풀고 있는데.
[탕-!!!]
갑자기 몸이 흔들렸다. 가슴이 태우는 듯한 통증에 유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탕-!!!!]
두 번째로 울리는 총성에 유성이 고개를 돌렸다.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이 힘 없이 풀렸다. 각시야.
[탕-!!!!!!]
각시야.
울컥, 하고 유성이 피를 토했다. 바닥으로 고꾸라지던 유성은 시야가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느릿하게 눈꺼풀을 감았다 뜨자 어지러운 세상이 보였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지원의 얼굴이 보였다. 유성은 다시 한번 더 눈을 깜빡였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는데……. 피식 웃었다. 설마. 그럴 리가. 각시야.
유성이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각시야, 도망 가. 오면 안돼.
팔을 짚어 상체를 일으키려 했지만 맥 없이 쓰러졌다. 차가운 시멘트바닥 위를 벌레 같이 기어가기 시작했다. 각시야…….
낯익다 못해 잊을 수도 없는 그런 목소리가.
“유성아!!!!!!!!!!!”
힘껏 눈을 감았다 떴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에게 달려오는 개꽃이 보였다. 오면 안되는데. 우리 개꽃이 도망쳐야되는데…….
눈 앞이 어지러운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개꽃아.
내 연인이고, 내 행복이고, 내 눈물이고, 내 가족인 개꽃아.
널 항상 사랑해.
무엇보다도 널 사랑해.
알아.
바보같은 말인 거 알아.
개꽃 내 사랑하는 개꽃아.
◈
“안돼! 안돼! 안돼에!”
구르듯 달려가 피에 젖은 유성을 끌어안는 개꽃이였다. 유성이 힘겹게 눈을 뜬다. 파르르 떨리는 긴 속눈썹에 개꽃은 숨 죽였다. 개꽃이 지원을 돌아봤다. 유성을 품에 안고 지원을 향해 애원했다.
“살려주세요! 119 불러줘요, 살려달란 말이야! 내가 뭐든 다 할게. 다 할테니까 유성이 살려 줘!”
지원을 향해 무릎까지 꿇고 애원하지만 지원은 그 말을 듣고 웃기만 했다. 지원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흔들자 개꽃의 표정이 악독해졌다.
“죽여버릴거야! 그 새끼고 너고 여기 있는 너희들 모두! 왜 안된다는 거야! 한번만 봐 줘, 한번만! 따라갈게! 군말 안하고 따라갈테니까! 119라도 부르게 해 줘, 응? 제발. 부탁이야. 이렇게 빌게. 다신 도망도 안 칠게…그럴테니까!”
개꽃의 애원에 지원이 웃기만 하자 개꽃이 이를 악물었다. 천사같던 얼굴이 눈물로 얼룩졌다.
“아직 살아있단 말이야…살릴 수 있어…….”
“…흐…….”
아주 미약한 소리였지만 개꽃은 유성의 소리를 듣고는 움직임 하나하나를 조심하며 유성을 품에 안았다. 유성의 숨결이 점점 가늘어진다. 개꽃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지원을 노려보았다.
“이 개자식! 죽여버릴거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개꽃이 울부짖자 유성이 떨리는 손길로 개꽃의 팔을 잡았다. 개꽃이 흠칫하며 다시 조심스럽게 유성을 품에 안았다. 무슨 얘기를 하는 듯 유성의 입술이 움직였다.
“알아. 그래. 알고 있어, 유성아.”
홀로 고개를 끄덕인다.
“너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거야. 죽지마.”
개꽃이 유성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싫어? 뭐가 싫어. 너 없으면 나 죽어버릴거야.”
유성의 볼이 차갑다. 개꽃은 유성의 볼에 자신의 뺨을 부볐다.
“왜 이렇게 안 오나 해서 나와봤는데……좀 더 일찍 나올 걸. 유성아, 오늘 무슨 날인 지 알아………?”
유성의 손이 개꽃의 볼에 닿았다. 피로 젖은 손바닥이 볼에 와 닿았다. 파르르 떨리는 유성의 손은 애틋했다. 붉게 물든 입술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뱉어냈다.
“해……해, 해주고 시…싶은 게……차, 참 많았…는데…….”
젖어있는 속눈썹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는 유성이였다. 개꽃은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막았다.
“……아니야, …너 많이 해줬어….”
“……미,…미안…해….”
유성이 쥐어짜듯이 고통스럽게 속삭였다. 그리곤 개꽃의 얼굴을 맴돌던 유성의 손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유성아…?”
개꽃이 떨리는 목소리로 유성을 불렀다. 그 목소리에 남자들도 지원도 움직이지 않았다.
“유성아? 권유성.”
“………….”
“나, 나 아직 못 한 말이 있어, 있는데…?”
“………….”
“그, 그러지 마.”
“………….”
“사랑해, 미안해. 제발 눈 좀 떠 봐. 날 혼자 두고 대체 어딜 가려는 거야!!!!!!”
“………….”
“아악-!!!!! 안된다구, 제발 나 버리지마!!!”
개꽃이 유성을 끌어안고 미칠듯이 절규했다. 떨리는 손으로 유성의 얼굴을 정신 없이 쓰다듬기 시작했다.
“유성아……알고 있어…?”
“………….”
“나 임신했는데….”
“………….”
“……말 못 해줘서 미안해……오늘 놀래켜줄려고 했는데…….”
“………….”
“……유성아, 나도 너 사랑해. 미안해, 사랑해. 사랑해, 제발…….”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메기 아 네 희미한 옛 생각
지금 우리는 늙어지고
메기 머리는 백발이 다 되었네
옛날의 노래를 부르자
메기 내 사랑하는 메기야
무언가
(無言歌)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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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신
시크한밤비님
민빈컾님
난기다릴게님
암울한날들님
가을♥님
쏭윤아님
io푸른숲oi님
슬퍼질때、님
하녀기님
뇨링님
Guardia Angel님
아휴아휴님
♪초코송이ㅋ♬님
도라민구님
뱃뜨님
요조A님
파송송송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오타 죄송합니다
첫댓글 헐 대박 완전 슬퍼요 번외는 없을것 같네요 ㅠㅠ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이번엔 새드엔딩이랍니다
저기 이거 그래도 그 후 어떻게 안되나? 그 아이 나으면 조켓는데...지원이라는 놈 내가 죽여버리고 싶어ㅠㅠ 그 아버지도 미쳤네ㅠㅠ이거 그 후 어떻게 안되여?
^^;;;;;;이번 소설은 제가 쓰고도 이건 좀 심했나 싶었어요 감상평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그러고 보니 두번째로 죽였네요 악취미적인 작가가 되는 듯 여주는 너무 불쌍하잖아요...감상평 감사합니다!
어떻게 자기 딸을..ㅠㅠㅠ새드엔딩보다 해피엔딩이 좋은데ㅠ
다음 소설도 기대해주세요! 해피엔딩! 감상평 감사합니다!
와....진짜 슬퍼요....여주 이름 완전 독특한데요? 안개꽃..ㅎㅎ 정말 재밌게봐요~ 번외 읽으러 길게요~^^
월중소영님 감상평 감사합니다!
으항 완전 멋잇어요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쓰세요? 완전 제스타일이예요.. 근데 너무슬퍼요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요 너무잘 보고갑니다 다음에도 건필해주세요
슬퍼질때님 항상 댓글 달아주셔서 큰 힘된다는!^^!감상평 감사합니다!
으헝 쪼금 보다가 답글볼려구 내려왔는데 세드예요? 어헝 그럼저 안볼래요 ㅠㅠ
근데 앞에 쪼끔읽었는데. 아 궁금하다 ㅋㅋㅋ
왁ㅋ고수시라능ㅋ그래두 읽으셨으면 좋겠다능ㅋ
에이 어우 샵숑 아 그 보스죽여버려요 아 근데 왔다갔다하는데도 전혀 어색함없이 매끄럽게 읽히네요. 악 우루사님 담엔 꼭 해피 완전 해피 오케이?><
사랑하는 소년에게 보셨어요? 해피입니닼ㅋㅋㅋㅋㅋㅋ감상평 감사합니다!